16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영상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에게 현판을 전달받고 있는 방은진 강원영상위원장.

16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영상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성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에게 현판을 전달받고 있는 방은진 강원영상위원장.ⓒ 성하훈


"이창동 감독의 <시>에 보조 출연했었는데 대사가 '없었던 일 하면 안 되겠습니까?'라는 한마디였다. 그런데 이걸 하루종일 찍었다. 영화 찍는 게 참 힘들더라." (최문순 강원도지사)

"강원영상위원회 출범을 영화계 전체가 환영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데, 시작은 시작이다. 3년~5년 기다려 달라. 예산지원도 아낌없이 해달라"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행사는 화기애애했다. 도지사는 자신의 영화 출연 경험담을 이야기했고, 영상위원장도 한마디 거들며 행사장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도의회 의장의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어 달라는 덕담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는 영화인들의 부탁이 이어졌다.

강원영상위원회가 16일 춘천에서 출범식을 갖고 국내 12번째 영상위원회로 출발을 알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장호, 정지영, 이준익 감독, 이준익 나우필름 대표, 오동진 마리끌레르 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영화인들이 참석해 영상위원회 출범을 축하했다.

핵발전소 문제 다룬 <판도라> 지원

 방은진 신임 강원영상위원장이 현판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방은진 신임 강원영상위원장이 현판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하훈


영상위원회는 지역 내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유치하고 영화제작지원과 영상 교육 등 다양한 창작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그동안 강원도에서는 독립된 기관 없이 강원문화재단의 한 부서로 존재했으나, 이번에 독립하면서 영상위원회로 한 단계 올라섰다. 위원장은 배우 출신 방은진 감독이 맡게 됐다.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영상위원회를 만들어 지역을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강원도는 막차를 탄 셈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영상위원회 출범이)다소 늦은 감이 있다면서 숙성의 과정을 거친 거쳐 방은진 감독을 위원장으로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최 지사는 "찍기 힘든 영화가 오면 뒷바라지를 잘하겠다"고 다짐해 눈길을 끌었다. 의례적으로 하는 형식적 언급은 아니었다. 권력과 자본의 영향력이 상당하고 거대 자본이 영화계에 미치는 힘이 큰 상태이다. 민감한 주제를 담은 영화들이 제작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고려하면, 최 지사의 제안은 일종의 다짐 같은 것이었다.

영상위가 정식 출범하기 전, 이미 강원도는 핵발전소 문제를 다룬 <판도라>의 촬영을 지원했다. <판도라>는 제작 과정에서 외압 등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강원도를 통해 촬영 도움을 받았다. 최 지사는 국회의원 재임 시절에도 영화계 현안에 관해 관심을 두고 챙겨왔다. 영화계와 소통이 상당히 원활한 정치인이다.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은 영화인들을 대표해 인사하면서 "방은진 위원장을 속상하게 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니 공무원들이 협조도 잘해주고 예산도 많이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이사장은 "방 위원장이 성질도 만만찮고 고집도 세다"는 말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라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정치적 외풍이 없도록 잘 막아달라는 바람도 담은 것이었다.

지역 영상위원회가 성공하려면

 16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영상위원회 출범식에서 최문순 지사와 방은진 감독, 임순례 감독 등 내외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6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영상위원회 출범식에서 최문순 지사와 방은진 감독, 임순례 감독 등 내외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하훈


영상위원회에 대한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으나 정치적인 환경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선거를 통해 도지사와 시장이 바뀌는 현실에서 논공행상용 자리로 인식해 전문성을 경시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출범했던 경남영상위원회가 홍준표 도지사 등장 이후 통폐합돼 하나의 부서를 전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홍 지사는 최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뭐가 문제냐?"는 인식을 드러내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부산영상위원회는 부산영화제 사태 이후 서병수 시장이 측근을 내려 앉히려다가 지역 영화계의 거센 반발에 물러서기도 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정치적인 문제로 위원장 연임을 막거나 자치단체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에 맡겨 놓으면 될 일을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면서 영상위를 흔드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앞으로 강원영상위원회가 잘 정착해 발전할 수 있을지는 이런 부분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을 믿고 지원해 주느냐 아니면 간섭으로 망쳐 놓느냐에 따라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 도시와 달리 사계절이 변화가 뚜렷해 영상산업으로 혜택을 보기에 좋은 여건을 가진 강원도가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영화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한 영화인은 "촛불집회 비하로 비판을 받은 친박 김진태 의원이 망가뜨린 강원도의 이미지가 영상위원회를 통해 높여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 영상위원회는 지역 이미지 개선에도 좋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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