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인터넷/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위주로 음악 시장이 재편된 지 오래다. 한해 10만 장 이상 팔리는 음반은 고작 20여 장 안팎이다. 그나마도 '사진집을 사면 CD도 드려요' 식의 마케팅으로 바뀌면서 음반(CD)은 감상의 수단이 아닌, 소장의 수단으로 바뀌었다.

이젠 멜론, 벅스, 지니 등 각종 음원 서비스만 가입하면 웬만한 음악을 저렴한 가격에 모두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2017년, 여전히 음반을 구입해야만 합법적으로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 사연도 제각각 다른데 대세를 거스르는(?) 이러한 이유의 속사정에 대해 알아보자.

CD 전용 보너스 트랙... 태연, 트와이스

 2가지 버전으로 발매된 태연의 첫 정규 음반 My Voice.  록 그룹 넬의 명곡 '기억을 걷는 시간' 리메이크 버전은 CD에만 수록되었다.

2가지 버전으로 발매된 태연의 첫 정규 음반 My Voice. 록 그룹 넬의 명곡 '기억을 걷는 시간' 리메이크 버전은 CD에만 수록되었다. ⓒ SM엔터테인먼트


최근 들어 자주 볼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다. 비싼 가격을 주고 음반을 구입한 팬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태연의 첫 번째 정규 음반 <My Voice>에는 총 13곡이 수록되었지만, 마지막에 담긴 '기억을 걷는 시간'은 온라인 음원 서비스를 통해선 들을 수 없다. 그룹 넬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이 노래는 말 그대로 팬들을 위한 보너스 트랙의 의미로 CD를 사야만 정식으로 접할 수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리패키지 음반 <TWICEcoaster: Lane2>에는 이러한 곡이 무려 4개나 존재한다. 데뷔곡 'OOH-AHH하게'부터 'Cheer Up'과 'TT'의 인스트루멘탈 버전 등을 온라인에 한해선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피니트의 'Air'를 작곡한 EDM 음악인 TAK의 손길이 닿은 'TT' 리믹스 버전 역시 마찬가지로 음반에만 수록되어 있다.

러블리즈의 새 음반 <R U Ready?>엔 이른바 '히든 트랙' 형태의 숨은 메시지를 음반 말미에 담았다. 11번째 수록곡 '나의 연인'이 끝난 후엔 무려 10여 개 이상의 무음 트랙이 진행된 후에 멤버의 짧은 멘트 1개를 들을 수 있도록 처리했다.

게다가 무작위 방식으로 CD에 담긴 관계로 음반을 직접 재생해보지 않는 한 어느 멤버의 목소리가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나름의 재미를 선사한다.

온라인 전송 계약 미체결, 법적 분쟁 등에 따른 음원 서비스 불가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을 맡은 영화 <와일드(Wild)>의 사운드 트랙.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을 맡은 영화 <와일드(Wild)>의 사운드 트랙. ⓒ 소니뮤직코리아


몇몇 해외 컴필레이션 팝 음반이나 사운드트랙은 음원 사이트의 해당 페이지에 접속할 경우 "이 앨범의 수록곡 중 일부 곡은 권리사의 요청으로 듣기(다운로드)가 제한되어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기재되어 있고 몇몇 수록곡 또는 전곡을 들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는 보통 해당 음반을 출시한 음반사 소속 음악인이 아닌, 타 회사 소속 가수의 곡들은 영화 및 음반에 한해 사용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음원 서비스를 통한 재전송이 불가능해서 이와 같은 일이 빚어지곤 한다.

한 예로 지난 2015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영화 <와일드> 사운드트랙(소니 뮤직 출시)은 수록곡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7곡이 국내 음원 서비스에선 이용 제한(감상 및 다운로드 불허)되어 있다.

덕분에 윙스(폴 매카트니), 팻 메스니 그룹, 프리, 포티쉐드 등 소니 뮤직 소속이 아닌 음악인들의 수록곡은 번거롭더라도 해당 곡들이 담긴 다른 음반을 검색해서 찾아 듣거나 CD를 구입한다던지 해야 한다.

 '운명', '슬퍼지려 하기 전에' 등이 수록된 쿨의 대표작이자 3집 < Destined The Best >.  법적 분쟁으로 인해 한동안 음원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지금은 이재훈 부친 명의로 합법 서비스되고 있다.

'운명', '슬퍼지려 하기 전에' 등이 수록된 쿨의 대표작이자 3집 < Destined The Best >. 법적 분쟁으로 인해 한동안 음원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지금은 이재훈 부친 명의로 합법 서비스되고 있다. ⓒ 이민희


반면 국내가요 음반의 경우는 사정이 좀 복잡하다. 1980~1990년대 사이에 발매된 인기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음원 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법적으로 음반의 판권을 지닌 업체(기획사) 및 개인과 로엔, kt 뮤직 같은 음원 배급 업체 사이에 온라인 유통 계약이 체결되어야 인터넷 재전송(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런데 해당 회사가 부도 등의 사유로 없어지면서 판권 소유자가 불분명해진다든지 국외 이민(또는 잠적, 해외 도피) 등의 사유로 연락이 되지 못해 계약을 도저히 할 수 없다면 안타깝게도 이들 음반 속 노래들은 합법 음원으론 들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작품들은 중고 음반을 구하거나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다)

또한 판권에 대한 법적 분쟁 및 소송으로 인해 음원 서비스가 막히는 일도 발생하곤 한다. 1994~2003년 사이 발매된 그룹 쿨의 주요 음반들이 한동안 주요 음원 사이트에선 들을 수 없었는데 리더 이재훈 vs. 모 업체 측의 소유권 분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판권을 되찾았고, 현재는 이재훈의 부친(이민희씨) 명의로 각 음원 사이트에 정식 공급되고 있다.

"내 노래는 음반으로만 들어라" 몇몇 음악인들의 고집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음원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프 레파드의 1987년 걸작 음반 < Hysteria >.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음원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프 레파드의 1987년 걸작 음반 < Hysteria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틀스를 비롯해서 레드 제플린, 이글즈, AC/DC 등 몇몇 해외 유명 음악인들의 음반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조차도 전혀 음원 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했었다.

이는 해당 가수/그룹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인세 배분 문제, 음원 시장에 대한 불신, "음악은 음반으로 들어야 한다"라는 나름의 고집 등이 반영된 결과물이었다.

이러한 고집을 아직 꺾지 않고 있는 해외 유명 록 밴드가 있는데 바로 데프 레파드다.  2000년대 이후 발매된 최신 음반 일부를 제외하고 <Pyromania> <Hysteria> 등 1980년대에 발표된 그들의 전성기 걸작 작품들은 우리나라는 뿐만 아니라 미국 아이튠스, 아마존 등 해외 유명 음원 서비스에서도 이용할 수 없다.

즉, 데프 레파드의 음반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니버설 뮤직을 통해 배포/발매되고 있지만, 밴드 측의 허가가 없으므로 여전히 온라인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기자 말: 'Pour Some Sugar On Me', 'Hysteria' 등의 명곡들이 낱개 곡 형태로 전 세계에서 서비스되고 있지만, 이는 1980년대 녹음된 원곡이 아니라 2010년대 이후 재녹음한 '셀프 리메이크' 버전들이다)

국내 음원 사이트의 해당 음반 페이지 속 댓글을 보면 "왜 이 명곡들을 들을 수 없느냐"라면서 담당자들을 질책/비난하는 글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이건 이분들의 능력으로도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너무 원망 마시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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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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