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6월 28일 저녁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스파앤서울에서 열린 2012 Mnet < 20's Choice > 블루카펫에서 버스커버스커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이정민
"노래에서 느껴지는 계절감 덕분인 것 같아요. '오늘부터 우리는'은 여름에 어울리는 청량한 곡이고, '시간을 달려서'는 겨울에 어울리는 감성적인 곡이에요." (여자친구 소원)지난 8일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여자친구와의 인터뷰. 이들에게 대중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를 묻자 소원은 '여자친구 노래가 가진 계절감'을 이유로 꼽았다.
▲ 4집 미니앨범 < The Awakening >으로 돌아온 여자친구. ⓒ 쏘스뮤직
▲ 남성 5인조 아이돌그룹 B1A4(비원에이포) ⓒ 이정민
앞서 작년 11월 28일 B1A4 정규 3집 앨범 <Good Timing> 쇼케이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타이틀곡 '거짓말이야'는 만든 지 꽤 오래된 노래예요. 노래를 낼 때 계절감이 중요하다 싶어 계절에 맞게 편곡을 여러 번 바꿨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선보이게 되면서 좀 더 겨울 감성에 맞는 편곡으로 완성됐습니다." (B1A4 진영)'거짓말이야'를 작사 작곡한 진영은 노래가 나올 때 그 계절에 맞는 느낌으로 편곡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옷이나 음식처럼 노래에도 '계절감'이 있어서, 가수들은 신곡을 발표할 때 계절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노래 안에 직접 벚꽃, 해변, 낙엽, 눈 등의 소재가 들어가야 계절감이 느껴지는 건 아니다. 리듬이나 보컬의 음색 등 전체적 '분위기'가 계절에 맞는 감수성을 지닐 때 '시즌송'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기도 한다.
계절감 극대화한 '시즌송' 인기
올봄에도 음원차트에 '벚꽃 좀비'가 등장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지난달 말부터 차트 100위권 안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15일 오후 2시 기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에서 26위까지 뛰어올랐다. 이 곡은 2012년 3월에 발표된 이후 '6년째' 봄마다 차트를 방문 중이다. '벚꽃엔딩' 음원 수익이 수십억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노래는 '벚꽃 연금'이라는 별칭까지 얻었을 정도다.
지난 2014년 발표한 하이포의 '봄 사랑 벚꽃 말고'도 작년에 이어 올해 봄 음원차트에 재진입해 '봄 시즌송'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60~70위권에 오른 이 노래는 아이유가 피처링과 작사에 참여한 곡이다. 작년 3월에 발표한 비투비의 '봄날의 기억'도 차트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신곡으로는 에릭남과 전소미가 듀엣한 '유후(You, Who?)'가 봄을 겨냥한 시즌송으로 주목받고 있다. 풋풋한 연애의 시작을 그린 가사가 '봄 감성'을 잘 살렸다.
매년 많은 시즌송이 발표되지만 제2의 '벚꽃엔딩'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계절을 대표하는 노래가 탄생하려면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그 계절만이 주는 감성을 얼마나 보편적으로 끌어내는가가 관건이다. 노래의 소비주기가 빠른 요즘, '벚꽃엔딩'처럼 '연금 같은' 사랑을 받는 국민 시즌송의 탄생은 작곡가에게도, 음악팬에게도 '로망'이 아닐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