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원정 응원 펼치는 치어리더들  WBC 원정 응원단 치어리더들이 지난 2013년 3월 5일 오후 대만 타이중시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5일 오후 대만 타이중시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경기에서 WBC 원정 응원단 치어리더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양의지!)"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면 어김없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응원단을 중심으로 열정적인 팬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선수들은 그 응원의 기운을 받아 멋진 플레이를 이어간다.

프로야구의 응원방법은 응원막대를 이용한 육성 응원이 주를 이룬다. 가끔 응원막대를 빼고 육성만으로 응원을 하기도 한다. 야구장에서의 인기 메뉴인 치맥(치킨과 맥주)은 응원 열기를 더해주는 더없이 좋은 친구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한동안 표준적인 응원법이 없었다. 관중들이 주체가 되어 박수를 치고 즉흥적인 노래를 부르는 게 다였다. 이따금 격하게 흥분한 관중들이 소주병을 그라운드에 투척하기도 했다. 관중들이 경기장에 난입하는 것은 특별한 일도 아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1990년대가 지나면서 치어리더를 비롯한 공식적인 응원단이 등장하며, 오늘날의 표준적인 프로야구의 응원이 만들어졌다. 얼마 전 미국 메이저리그 측이 "한 편의 뮤지컬과 같다"라고 극찬했다는 오늘날 한국의 프로야구 응원법이 탄생한 것이다. 열정적인 응원, 그 자체의 탄생은 분명히 획기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문제는, 90년대 이후로 프로야구의 응원이 이 틀에서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KIA 타이거즈 응원단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열정적인 응원단으로 KIA 타이거즈가 손꼽힌다.

▲ KIA 타이거즈 응원단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열정적인 응원단으로 KIA 타이거즈가 손꼽힌다. ⓒ 서원종


물론 가끔 변화는 있다. kt위즈는 한 시즌에 몇 번씩 워터페스티벌같은 특별한 응원을 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이벤트성 응원과 경기'로, 항상 하기엔 무리다. 파도타기 응원 등 이따금씩 분위기를 풀고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응원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예전부터 이어져 온 1차원적 응원법일 뿐이다.

최근 LG트윈스의 깃발부대가 화제다. 보통 포스트 시즌같은 큰 행사에서 주로 등장하는 구단의 깃발부대는 정규리그에서 보기 쉽지 않았다. KBO의 정책에 따라 끝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물건들은 보통 장내 출입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팬들이 주축이 된 깃발부대는 여러 관중에게 신선함을 주었다.

하지만 이 또한 모든 팬들이 함께 참여할 수 없는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일반적으로 상용화될 수 있는 응원법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대신 팀 로고가 그려진 작은 깃발을 관중이 흔드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지난 2013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두산베어스는 전 관중에게 막대풍선 대신 팀 로고가 새겨진 깃발을 흔들게 해 장관을 연출했다.

WBC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관중들 프로야구의 독특한 응원법은 10개 구단을 넘어, 국가 대항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 WBC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관중들 프로야구의 독특한 응원법은 10개 구단을 넘어, 국가 대항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 서원종


물론 현 응원법이 꼭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일시적으로 날려줄 수 있는 시원한 응원, 대포와도 같은 우람한 소리의 막대풍선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응원 방식이 진부하다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급진적으로 모든 것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신선한 시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응원단을 따로 꾸리지 않고 프로축구처럼 관중과 서포터즈를 중심으로 한 응원을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응원단이 만들어지고 나서 관중들에게 응원을 지시함에 따라, 프로야구의 응원이 상당히 수동적으로 변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항상 같은 노래에 같은 패턴, 팀보다는 선수 개개인을 더 응원하는 응원 특성도 조금은 재고해 봐야 하지 않을까.

풍선 날리는 관중들 2007년 3월 11일 오후 효고현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대 한신 타이거즈의 시범경기 도중 외야에 있던 관중들이 일제히 풍선을 날리고 있다.

▲ 풍선 날리는 관중들 2007년 3월 11일 오후 효고현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대 한신 타이거즈의 시범경기 도중 외야에 있던 관중들이 일제히 풍선을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한신 타이거즈의 '풍선 날리기' 이벤트는 오승환 덕분에 많은 야구팬들에게 잘 알려진 응원법이다. 5만여 고시엔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신 팬들이, 7회가 끝나면 하나도 빠짐없이 풍선을 하늘 높이 날리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구단의 전통으로 자리잡아 왔으며, 상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한 경기에 단 한 번 행해지기 때문에 일말의 지루함도 찾아볼 수 없다.

일본도 한국과 비슷하게, 서포터즈들이 준비한 음악 반주와 함께 육성 응원을 중심으로 한 응원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게임 중간중간 이같이 구단이 자랑할 만한 응원도 선보인다. 시종일관 육성과 막대풍선으로 무장한 한국 프로야구가 한번쯤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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