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드 포 디스>의 한장면

<블리드 포 디스>의 한장면 ⓒ 리틀빅픽쳐스


잘 나가던 수퍼 라이트급 복서 비니(마일즈 텔러 분)는 잇따른 패배로 은퇴 위기에 처한다. 이런 그를 갑작스레 떠맡게 된 건 역시 한물 간 코치 케빈(에론 에크하트 분)이다. 케빈은 시합 때마다 체중을 줄여 슈퍼라이트 급에 출전해 온 비니를 체중관리 없이 미들급으로 출전시키고, 비니는 높아진 체급에서 승리를 차지하며 재기에 성공한다. 하지만 승리의 희열을 맛보던 시간도 잠시, 어느 날 차를 몰고 도로로 나선 비니는 불의의 사고로 목뼈가 골절되는 치명적 부상을 입는다. 의사는 그에게 운동은 커녕 걷는 것도 어려울 거라고 진단하지만, 비니는 반드시 링 위에 다시 오르겠단 꿈을 잃지 않고 재활에 전념한다.

영화 <블리드 포 디스>는 1980년대를 풍미한 미국인 복서 비니 파지엔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인기 절정의 순간 나락에 떨어진 그가 어떻게든 다시 링 위에 서기 위해 스스로와 싸우는 과정을 다룬다. WBA 주니어 미들급에 이어 IBC 슈퍼 미들웨이트급까지 두 체급을 석권한 걸로 모자라 장애인이 될 위기에서조차 복싱을 놓지 않는 그의 투지는 자신감을 넘어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영화는 그렇게 극한의 위기에 처한 개인이 보란 듯 그 반대편에 위치한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다. 비니의 태도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 '필생즉사 필사즉생(筆生卽死 筆死卽生,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이 연상될 정도로 결연하고, 한편으로는 '올인'을 하는 도박꾼처럼 무모하다.

 <블리드 포 디스>의 한장면

<블리드 포 디스>의 한장면 ⓒ 리틀빅픽쳐스


재활 후 다시 링에 오르겠다는 비니의 도전은 대중은 물론 가족에게조차 무모한 것으로 여겨지고, 이는 스크린 밖 관객에게도 마찬가지다. "척추고정술을 하면 걷는 건 보장할 수 있다"는 의사의 제안을 뒤로 하고 머리에 나사 네 개를 박는 헤일로 장착 수술을 선택한 그의 결정은 특히 의미심장하다. 6개월여 간 내내 머리에 헤일로를 장착한 채 생활하는 그는 온갖 불편과 수고로움을 견디며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간다. 위태위태하다 못해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기괴스러운 모습의 그가 재기를 목표로 지하실에서 남몰래 바벨을 들며 훈련을 진행하는 장면들은 감동적이기에 앞서 어이없을 정도다.

모두가 '노'라고 할 때 유일하게 비니 곁을 지키는 케빈은 그의 이상적 파트너이자 조력자로서 비친다. 한때 마이크 타이슨의 코치였지만 현재는 퇴물 취급을 받는 케빈, 그리고 매니저에게까지 외면받고 은퇴 위기에 처한 비니. 이들의 동행은 시련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하리라는 공통의 목표 속에서 내내 인상적으로 각인된다. 케빈이 슬럼프를 겪는 비니에게 체급을 높여 출전할 것을 제안하고, 남몰래 재활 훈련에 나서는 비니를 걱정하면서도 끝내 그를 돕는 에피소드 등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연대다.

 <블리드 포 디스>의 한장면

<블리드 포 디스>의 한장면 ⓒ 리틀빅픽쳐스


비니 역을 맡은 배우 마일즈 텔러의 싱크로율은 상당하다. 영화 곳곳에 실제 비니 파지엔자의 TV 인터뷰나 당시 경기 장면들이 쓰이는데, 이들 장면은 마일즈 텔러가 연기하는 비니와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어우러진다. 살짝 기른 콧수염과 단단한 근육질 몸매, 링 위에서 보여지는 투지까지. 실제 비니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을 감독과 배우의 노력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극 중 비니가 대결 상대와 신경전을 벌이고, 한편으론 카지노와 술집을 드나드는 에피소드들에서는 승부욕에 도취된 복서 특유의 빛 어둠이 동시에 비친다. 특히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광기 어린 도전은 마일즈 텔러가 연기한 <위플래쉬> 속 앤드류의 그것과도 퍽 닮았다. 오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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