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김민희, 공식적으로 연인 인정!  13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시사회에서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서로 마주보며 미소짓고 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배우 김민희가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다. 23일 개봉.

13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시사회에서 질문에 답하는 홍상 감독과 배우 김민희.ⓒ 이정민


'홍상수 월드'는 시작부터 그랬다. 유독 남성 예술가들이 주인공으로 빈번히 등장했다. 작가나 PD, 대학 교수나 강사들이 주를 이뤘다. 이후 (잘 나가든 못 나가든) 영화감독들도 종종 얼굴을 비췄다. 영화나 영상업계에 종사하는 일도 빈번했다.

1996년 데뷔한 이래, '홍상수 월드'의 주된 관심사는 관계였고, 사랑이었고, 인간이었다. 남자 주인공들은 관계를 맺고 사랑을 했다. 때때로 자신보다 어린 연배의 여성들도 있었다. 때때로 불륜 관계를 지속하는 이도 있었고, 영화 속에서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거나 불완전한 관계로 인해 구원받지 못하는 주인공도 있었다.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강원도의 힘>, <오! 수정>이 그러했다.

이후로는 좀 더 다채로운 관계와 인물들이 묘사됐지만 여전히 '홍상수 월드'는 '홍상수 월드'였다. 남성적 관점과 서사라는 지적도 팽배했다. 대신 여성들은 훨씬 현명했고, 남성들은 욕망과 관계, 일상에서 허우적거렸다. 관계의 양상도 반복과 변주를 거듭했다. 다채로운 변주와 형식미 안에 그 만의 자연주의와 그와 비견되는 환상성이 어른거렸다.

영화감독 홍상수가 거장으로 칭송받고, 칸과 베니스, 베를린을 넘나들며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각광받은 요인은 영화과 석‧박사 논문의 단골 주제가 된 지 오래다. 그 홍상수 감독이 다시 한 번 '대중성'을 획득했다. 영화가 아닌 사생활을 통해서다. 지난해 6월부터 불거진 배우 김민희와의 관계에 대해 두 사람이 직접 입을 연 것이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포스터.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포스터.ⓒ 콘텐츠판다


사생활로 획득한 홍상수 감독의 인지도(?), 씁쓸하다

작년 11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시사회는 불참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이후 개봉된 홍상수 감독의 첫 영화였다. 하지만 지난 13일 열린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 언론시사회에는 주연을 맡은 김민희와 나란히 참석했다. 언론시사 좌석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이날 오후부터 두 사람의 이름은 포털 검색어를 장식했다. 연예매체는 물론 각 언론의 보도가 쏟아졌다.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라는 김민희의 발언이나 "일반 국민이란 표현 자체를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홍상수 감독의 당부 역시 영상과 기사를 통해 여전히 입길에 오르는 중이다. 이미 지난해 6월 한차례 폭풍처럼 보도가 휩쓸고 간 이후 '김민희-홍상수'는 지속적으로 장사가 되는 기사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 것이다.

씁쓸하다. 데뷔 이래, 감독 홍상수는 '대중성'을 획득한 적 없었다. 심지어 2010년대를 전후로 해 그의 영화는 완전한 '독립영화' 체제로 제작되고, 상영되는 중이다. 상업적인 투자와 결별을 선언한 지 오래다(최근 들어 투자배급사 NEW 계열의 콘텐츠판다가 공동 배급을 맡고 있다). 그랬던 그가 영화 밖 개인사로 인해 부득불 대중에게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시사회에서는 영화 자체보다 김민희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는 전언이다. 당사자들도, 관계자들도, 기자들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터다. "일반국민들이 정서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질문에 대한 홍 감독의 답은 그래서 주목할 만했다. 그간의 과도한 관심에 대한 당사자의 답변으로 이보다 더 적절할 순 없어 보였다(관련 기사 : "사랑하는 사이" 밝힌 홍상수-김민희... 마지막 질문이 '압권') .  

"글쎄요. 뭐, 일반 국민이란 표현 자체를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보도를 보고 있고, 실시간 검색어도 많이 찾아보고 그랬습니다. (불편해 하는 분들은) 일반 국민이기 보단 어떤 분들로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마다 처지나 성격 때문에 사안에 대한 의견이 다 다르잖아요. 제 주위나 김민희씨 주위 사람들 반응은 전혀 다르니까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니 사안에 대해 전혀 다른 의견과 태도를 갖는 듯합니다. 제가 동의할 순 없어도 (그런 반응이) 제게 구체적으로 피해를 준다거나 법에 저촉되는 게 아니면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남들에게 그런 대우를 받고 싶습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감독, 배우 김민희와 연인 인정! 13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시사회에서 홍상수 감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배우 김민희가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다. 23일 개봉.

홍상수 감독ⓒ 이정민


윤리 잣대까지 들이대는 매체들의 위험한 수위

도덕을 넘어 윤리의 잣대를 들이댄다. 유명인이 공인으로 둔갑하면서, 개인의 사생활에도 '일반국민의 정서'가 개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일반국민'이란 허울이 천차만별인 개별 반응과 기준들을 "나쁘다"와 그에 반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몰아간다. 그렇게, 그간 '기자칼럼'이란 미명 하에 둘의 관계에 왈가왈부한 매체들이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일부 매체들은 "한국 연예인들의 불륜사"를 종으로 엮었다. 여기저기서 숟가락을 얹고, 묘한 상상력을 보태며, 준엄하게 꾸짖는다. '여배우'의 향후 이미지와 작품 활동을 향한 미래형의 걱정까지, 둘의 관계에 대한 매체들의 관심사는 넓고 깊어만 갔다. 

그러한 파장 아래, 지난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통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민희의 수상 소식도 사생활 보도에 의해 의미가 축소, 변질돼 갔다. 현재까지도,  '불륜녀', '불륜 김민희'라는 헤드라인까지 버젓이 게재되는 상황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김민희라는 배우는 훨씬 더 가혹한 언어의 형벌을 당해야 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지금까지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에게 드리워진 사생활의 굴레다. '과하다'로는 모자라다. '불편하다'보다는 '적절치 않다'가 적절해 보인다. 누가 대중의 관심을 호도하는가. 도리어 대중의 관심을 일방향으로 생산하고 이를 통해 '장사'에 열을 올리는 매체들이 한 감독과 한 배우의 관계를 '불륜'이란 프레임으로 덧칠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둘의 관계는 기어코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과 내용을 생산해내야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불륜 스캔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 가십성 제목 장사에 지칠 대로 지친 언론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통령의 사생활을 그리 집요하게 캐보라"는 주문이 심심치 않게 출몰하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철지난 혹은 편파적인 예술지상주의를 읊을 생각은 없다. 아니, 더 단순하다. 일단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에 대한 적확한 분리부터 좀 제대로 하시기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부디 '소설'이 아닌 단발성의 간결한 팩트 보도로 만족해 주시기를. 제안컨대, 취재를 통해 "구체적으로 피해를 준다거나 법에 저촉되는" 사안이 과거 존재했거나 향후 발생했다면 그때야말로 준엄하게 꾸짖어 주시기를.

유명인의 사생활을 향한 매체들의 집착이야말로 유망한 배우와 20년 넘게 작품 세계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감독을 과도하고 편파적으로 옥죄는 부당한 '무기'다. 그렇게 무기를 휘두를 시간에 좀 더 생산적인 활동에 공을 들이는 것이 건전하고 올바른 보도와 여론 생성에 기여하는 일 아니겠는가.

제발, 그 무시무시한 무기는 다른 곳에 써 주시라. 홍상수 감독은, 배우 김민희는 '7시간의 행방'을 감춘 박근혜씨도 아니고, 불륜 스캔들로 전 세계를 떠들썩했던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위치나 권좌에 있어 본 적이 없지 않은가.

그도 아니면, 전작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역시 홍상수 감독의 심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작품론이나,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게 은곰상을 안긴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의 평가 분석은 어떠한가. '먹고사니즘'도 중요하다지만, '사생활 집착'보단 훨씬 더 품위있어 보이는 기사들 아니겠는가. '홍상수 월드'는 지금도 여전하고, 그때도 여전한데 말이다.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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