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더리 픽쳐스가 내놓은 새로운 킹콩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가 지난 8일 개봉하여 <로건>을 누르고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북미에서도 10일 개봉하여 첫 주에 6101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콩: 스컬 아일랜드> 개봉에 맞춰, 지난 1933년에 시작된 이래 어느덧 1세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킹콩'의 역사를 뒤돌아보고자 한다.

[하나] <킹콩>(1933)

 1933년작 <킹콩> 포스터. 1세기의 역사가 여기서 시작됐다.

1933년작 <킹콩> 포스터. 1세기의 역사가 여기서 시작됐다. ⓒ RKO Radio Pictures


<킹콩>을 탄생시킨 프로듀서 머리안 C. 쿠퍼는 자랄 때 고릴라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 고릴라에서 영감을 얻어 괴수물 제작에 착수한다. 그의 첫 번째 콘셉트는 거대 고릴라가 고층 빌딩에서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만들었다. 코난 도일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의 설정을 따왔다. (<쥬라기 공원 2> 또한 잃어버린 세계에서 설정을 따온 작품이다. 그래서 부제도 잃어버린 세계이다) 그는 어니스트 B. 쇼드사크와 함께 공동 연출을 맡았다. 앤대로우 역에는 페이 레이, 칼 던햄 역에는 로버트 암스트롱, 드리스콜 역에 브루스 가보 등을 캐스팅했다.

1931년 제작에 들어갔고 1933년에 개봉했다. 67만 달러가 투여된 이 영화는 개봉 첫 주말에 9만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이는 당시 최고 기록이었다. 1933년 당시 최종적으로 620만6460달러를 모았다. 이런 흥행 덕에 제작사 RKO 라디오 픽처스는 파산 직전에서 살아나게 되었다.

제작사는 영화상 18피트였던 킹콩을 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18인치(약 46cm) 크기의 킹콩 모형을 제작했다. 이를 미니어처로 만든 배경에서 촬영했다. 당시 킹콩의 울음소리는 사자와 호랑이의 울음소리를 섞은 뒤 좀 더 느리게 편집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킹콩뿐 아니라 공룡 등 거대 생물들을 등장시키며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는데, 특히 킹콩과 티렉스와의 대결이 영화 하이라이트 중 하나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킹콩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가 비행기와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매우 유명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일조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2005년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피터 잭슨에 의해서 리메이크됐다.

[둘] <킹콩의 아들>(1933)

 킹콩의 아들 '키코'. 무척 순박하게 생겼다. 1편보다는 흥행에 실패했다.

킹콩의 아들 '키코'. 무척 순박하게 생겼다. 1편보다는 흥행에 실패했다. ⓒ RKO Radio Pictures


<킹콩>이 크게 성공하자 제작사는 부랴부랴 1933년 12월에 속편을 내놨는데 바로 <킹콩의 아들>이다. 전작의 공동감독이었던 어니스트 시드섹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 루스 로스가 급조해서 만든 영화이다.

이 영화에선 전편에도 나왔던 '칼 던헴' 일행이 해골섬에서 보물을 찾는다는 내용으로 킹콩의 아들 키코가 인간들과 우정을 나누며 도우미로 등장한다. 키코의 크기는 아버지보다 작은 12피트 정도. 1편의 킹콩 모형을 리모델링하여 재사용하였으며, 키코(kiko)라는 이름은 'King Kong'의 약어를 따온 것이다.

25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된 이 작품은 북미에서 134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전작의 흥행성적에는 크게 못 미쳤다.

[셋] <와세이 킹콩>(1933)

 무단으로 <킹콩>을 표절한 <와세다 킹콩>. 현재는 필름이 유실됐다.

무단으로 <킹콩>을 표절한 <와세다 킹콩>. 현재는 필름이 유실됐다. ⓒ 쇼치쿠


같은 해인 1933년 10월에 일본에서 <킹콩>을 표절한 영화가 나왔다. 쇼치쿠에서 무단으로 만든 <와세이 킹콩>이란 흑백 단편 영화로, 현재는 필름이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본은 후시미 아키라, 감독은 사이토 토라지였다고 한다.

[넷] <에도에 나타난 킹콩>(1938)

 <에도에 나타난 킹콩> 포스터. 정식 라이선스를 구매한 작품이지만, 어쩐지 킹콩이 킹콩 같지 않다.

<에도에 나타난 킹콩> 포스터. 정식 라이선스를 구매한 작품이지만, 어쩐지 킹콩이 킹콩 같지 않다. ⓒ 젠쇼 키네마


1938년 3월에 또 다시 일본에서 킹콩 영화가 등장했다. <에도에 나타난 킹콩>이란 영화로 젠쇼 키네마라는 작은 영화 제작사에서 만들었다. 정식으로 판권을 구매했음에도 킹콩의 생김새가 어쩐지 전설 속 설인 예티 같이 생겼다.

내용은 킹콩이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들을 공격하여 한 소녀를 납치하고, 그녀의 아버지가 군대를 이끌고 딸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 역시 필름이 유실되었다.

[다섯] <킹콩 대 고지라>(1962)

 동서양 괴수들의 대결을 그린 <킹콩 대 고지라>

동서양 괴수들의 대결을 그린 <킹콩 대 고지라> ⓒ 토호


한동안 등장하지 않던 킹콩이 1962년에 일본에서 다시 등장한다. <고지라> 시리즈를 쏟아내던 토호 스튜디오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괴물인 킹콩과 일본을 대표하는 괴물 고지라의 대결을 그린 <킹콩 대 고지라>란 작품을 내놨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킹콩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고지라와 싸워야 했기 때문에 역대 최고의 사이즈를 자랑했다. 크기가 148피트에 달한다. 동서양 고수왕의 대격돌이란 점도 눈이 가지만, 무엇보다 처음으로 컬러로 제작된 킹콩 영화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리메이크라고 보긴 어렵지만 레전더리 픽쳐스에서 <킹콩 대 고질라>란 작품을 2020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여섯] <킹콩의 역습>(1967)

 로봇콩과 싸우는 킹콩. 일본에서 제작된 마지막 <킹콩> 시리즈이다.

로봇콩과 싸우는 킹콩. 일본에서 제작된 마지막 <킹콩> 시리즈이다. ⓒ 토호


고지라와 싸움을 붙였던 토호 스튜디오에서 1967년 킹콩과 로봇 콩의 대결을 그린 <킹콩의 역습>이란 작품을 내놓았다. 마지막은 원작을 오마주하여 도쿄 타워 꼭대기에서 킹콩과 로봇콩의 혈투가 펼쳐진다. 이 작품을 끝으로 일본 영화에는 더 이상 킹콩이 등장하지 않는다.

[일곱] <킹콩>(1976)

 1976년작 <킹콩>의 여주인공 제시카 랭.

1976년작 <킹콩>의 여주인공 제시카 랭. ⓒ DEG


1976년 12월에 <킹콩>의 첫번째 리메이크 작품이 개봉했다. 존 길러민 감독이 연출하고, 제프 브리지스가 동물학 교수 잭 드리스콜로 출연했다. 당시 신인급이였던 제시카 랭이 여주인공 앤 드완역으로 나섰다.

영화는 1930년대가 아닌 1976년 현대를 배경으로 진행 되었다. 해골섬을 탐사하게 되는 이유도 영화 촬영이 아닌 석유 탐사로 변경되었다. 또한 원작과 다르게 공룡이 단 한 마리도 등장하지 않으며, 거대한 뱀 한마리만 등장한다. 킹콩의 사이즈도 원작에 3배가 넘는 50피트(15.2m)로 더 키웠다.

그리고 킹콩의 마지막 격전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아닌 세계무역센터에서 벌어졌는데, 당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직원들이 많이 실망했다고 한다. 또한 킹콩과 여주인공의 교감 부분에서 섹슈얼리티가 부각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앤이 원체 섹시한 옷차림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중요부위를 만지는 신도 있다.

오스카 3회 수상에 빛나는 메릴 스트립이 여주인공 역에 오디션을 봤었지만, 제작자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캐스팅하지 않았다고 한다.

2400만 달러가 투여된 이 작품은 개봉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북미에서 5261만 달러를 기록했었다. 국내엔 1977년 1월 1일에 개봉하여 서울관객 35만5000명을 동원했었다.

[여덟] <킹콩2>(1986)

 10년 만에 제작된 속편 <킹콩2>, 여러모로 전편에 미치지 못했다.

10년 만에 제작된 속편 <킹콩2>, 여러모로 전편에 미치지 못했다. ⓒ DEG


존 길러민 감독은 10년 만에 <킹콩>의 속편을 내놓았다. 원제는 <King Kong Lives>로 국내에선 <킹콩2>로 개봉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유명한 린타 해밀턴이 주연을 맡았다. 10년 전 죽었던 킹콩에 인공심장을 이식하여 부활시켰는데, 킹콩이 그 연구소를 탈출한다. 자신을 수혈시키기 위해 잡아온 레이디 콩과 짝짓기를 한 뒤 아기 콩까지 낳는다는 이야기이다.

킹콩이 뱀(킹콩한텐 지렁이 수준이다)을 잡아서 레이디 콩을 놀래키는 장난을 하는 등 괴수들이 연애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당시 1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된 이 작품은 북미에서 471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치며 1933년 작만도 못한 흥행성적을 거두고 말았다. 국내엔 1987년 1월에 개봉하여 서울관객 14만7000명을 불러들였다.

[아홉] <킹콩>(2005)

 피터 잭슨의 2005년작 <킹콩>. 역대 <킹콩> 시리즈 중 베스트로 자주 꼽힌다.

피터 잭슨의 2005년작 <킹콩>. 역대 <킹콩> 시리즈 중 베스트로 자주 꼽힌다. ⓒ UPI 코리아


9살 때 TV에 나오던 오리지널 <킹콩> 보고 감독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던 피터 잭슨. 그는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제작하기 전인 1996년 이미 유니버설 픽처스에 <킹콩>의 리메이크를 제안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반지의 제왕>으로 세계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나서 <킹콩>을 리메이크 할 수 있었다.

피터 잭슨 감독은 나오미 왓츠를 킹콩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미녀 앤 대로우 역에 캐스팅하였으며, 잭 블랙과 애드리언 브로디에게 칼 던햄과 잭 드리스콜 역을 맡겼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골롬 연기로 유명한 앤디 서키스에게 주인공 킹콩과 럼피, 1인 2역을 맡겼다.

감독은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193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삼았으며, 1933년판의 주요 장면인 티렉스와 킹콩의 대결을 스펙터클하게 연출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의 마지막 혈전도 그대로 차용했다.

피터 잭슨의 작품답게 러닝타임이 3시간이 넘는 186분으로 킹콩 영화 중 가장 길다. 블루레이로 확장판까지 출시됐다. 제작비는 2억700만 달러가 투여되었고, 2005년 12월에 개봉하여 북미에서 2억1805만 달러, 전세계 5억5051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거두었다. 국내에선 423만 관객을 동원했다.

31회 새턴어워즈에서 감독상, 여우주연상, 특수효과상을 휩쓸었고, 78회 미국아카데미에서도 시각효과상, 음향상, 음향효과상 3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킹콩 킹콩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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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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