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최근엔 스마트폰과 커널형 이어폰을 사용해 음악을 듣는 경우가 흔하다. 이로 인한 난청 등 귀 건강을 해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엔 스마트폰과 커널형 이어폰을 사용해 음악을 듣는 경우가 흔하다. 이로 인한 난청 등 귀 건강을 해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LG전자


일반인들에겐 아직 생소한 말이지만 최근 들어서 음반·음향 관련 업계에선 '음량 전쟁'(또는 음압 전쟁, Loudness War)라는 용어가 종종 사용되고 있다.

'음량 전쟁'은 다른 음반/음원과 비교해서 소리가 좋게 들리도록 하기 위해 음량(소리의 크기)을 키워서 녹음하는 음반 업계의 풍토를 지적하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월 24일 SBS가 외신을 인용해 "음원 제작 당시에 설정된 음량, 이른바 평균 음량 크기가 매년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1990년 이후 20여 년 사이엔 무려 39% 이상 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노랫소리가 커졌어요"... 음악계 '음량 전쟁')

일반적으로 사람의 귀는 같은 소리라도 좀 더 큰 소리를 좋은 음질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음반 제작 과정에서 이러한 사람의 성향을 노려 갈수록 소리를 키워 음반, 음원을 만드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커널형 이어폰을 사용해 볼륨을 높여 듣는 이용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요즘의 세태에 비춰볼 때 지나치게 큰 소리의 음악을 장기간 지속해서 듣는다면 당연히 귀 건강에 좋을 리 만무하다. (이른바 '난청' 유발의 주된 원인 중 하나)

게다가 이런 과정을 통해 음악을 제작하는 경우, 당초 음악인(가수/작곡가 등)이 구상했던 본연의 소리가 왜곡되어 담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가령, 고음역의 소리가 찢어지는 것처럼 들린다든지 중저음 위주로 믹싱 작업을 하면서 과도한 베이스/드럼의 울림으로 되려 음악 감상에 지장을 받는 일도 심심찮게 빚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듣는 음악은 과연 적정한 소리 크기로 만들어졌을까? 전문적인 측정 기기가 없는 일반 음악팬들도 간단한 프로그램 설치만으로 이를 쉽게 측정해볼 수 있다.

자가 측정 방법

 푸바2000과 DR 미터 플러그인을 이용하여 비틀즈의 < 1 > 음반을 측정해봤다. 음반 전체적인 DR 미터는 평균 8등급으로 나타났다.

푸바2000과 DR 미터 플러그인을 이용하여 비틀즈의 < 1 > 음반을 측정해봤다. 음반 전체적인 DR 미터는 평균 8등급으로 나타났다.ⓒ 김상화


각종 음악 파일 재생 프로그램인 '푸바2000'(www.foobar2000.org)에 'Dynamic Range Meter'(아래 'DR 미터')라는 간단한 플러그인을 설치해주면 MP3, flac, wav 파일들의 과도한 음량 키우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1~20등급까지 부여하는데 1~7의 경우 나쁨(Bad), 8~13은 중간(transition), 14~20은 우수(Good)로 구분한다. 즉, 등급이 높을수록(숫자가 작을수록) 과도하게 소리를 키웠다고 볼 수 있다.

(필자 주:  독일 오디오 포럼 '96 KHz'의 주도로 다이내믹 레인지(Dynamic Range)를 'DR+숫자'의 형태로 등급화, Dynamic Range Database(http://dr.loudness-war.info)라는 사이트에 누구나 각 음반, 음원의 측정치를 업로드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 프로그램은 모두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물론 DR 미터만으로 음반의 소리 크기, 음질 등을 모두 표시하는 데엔 한계도 분명 있지만, 일반 사용자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기엔 큰 무리가 없는 수단이기 때문에 해외에선 널리 이용되는 편이다)

하지만 요즘 발매되는 CD, 파일 등 디지털 음원은 14 이상의 등급이 나오기 쉽지 않다. (소리가 크지 않았던, 예전 1980년대 후반에 제작된 CD들은 대개 여기에 해당함) 현실적으론 8~13 정도의 수치만 나와 줘도 양호한 편에 속한다.

이 분야에서 악명 높은(?) 음반은 지난 2008년 발매된 메탈리카의 <Death Magnetic>이다.  메탈리카의 열광적 팬들조차도 감상에 지장을 받을 만큼 지나치게 큰 소리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던 이 작품은 실제 측정치에서도 3등급이라는 극악의 수치가 나온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일부 마니아들은 상대적으로 소리 크기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진 콘솔 게임 <기타 히어로 3>에 삽입된 본작 전 수록곡을 XBOX 360을 사용해 추출, 음원 파일로 만들어 감상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인기 록 밴드 러시(Rush)의 2002년 작 <Vapor Trail>도 비슷한 평가를 받은 바 있는데 결국 러시는 지난 2013년 새로운 리믹스 과정을 거쳐 <Vapor Trail Remixed>라는 보정된 음반을 새롭게 내놓기도 했다.

주요 해외 팝 음반들의 측정값

 메탈리카의 2008년 음반 < Death Magnetic >. 지나치게 소리를 키운 탓에 골수팬들조차 비판할 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메탈리카의 2008년 음반 < Death Magnetic >. 지나치게 소리를 키운 탓에 골수팬들조차 비판할 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다음은 필자가 소장한 CD에서 직접 추출했거나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등에서 정식 판매중인 320kbps MP3 파일을 대상으로 측정한 수치를 토대로 정리했다.

먼저 비틀즈 < 1 > 음반(2000년 초판, 2015년 리마스터링 버전 등 2종류)을 'DR미터'로 측정해봤다. 음반 전체의 평균값은 두 장 모두 8등급으로 나왔다.

하지만 같은 음반, 음원이라도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쳐 재발매된 버전에 따라서 이 값은 제각각으로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가령 1982년 공개된 시카고(Chicago)의 명곡 'Hard To Say I'm Sorry'를 이 방식으로 측정해 본 결과는 이른바 리마스터링의 과정을 거쳐 제작된 최근에 도달할수록 DR미터 등급은 높아졌다.

1987년 제작 <16> CD 수록본: 15등급
1997년 제작 <The Heart Of Chicago 1967~1997> 수록본: 12등급
2002년 제작 <The Chicago Story> 수록본: 9등급
2007년 제작 <The Best Of Chicago: 40th Anniversary> 수록본: 8등급

비틀즈의 1968년 명곡 'Hey Jude'를 동일한 방식으로 측정해 본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1993년 제작 <1967~1970> 수록본: 11등급
2000년 제작 <1> 수록본: 9등급
2015년 제작 <1> 리마스터링 버전 수록본: 9등급

최신 해외 음반들은 예전 가수들의 작품에 비해 이 수치가 높은 편이나  반면 기존 유명 음반의 몇몇 리마스터링 재발매반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비욘세 <Lemonade>: 7등급
위켄드 <Starboy>: 5등급
마크 론슨 <Uptown Special>: 8등급
브루노 마스 <24k Magic>: 7등급
아델 <25>: 5등급
브루스 스프링스틴 <The Essential Bruce Springsteen> (2003→2015 리마스터링): 9등급
에릭 클랩턴 <Unplugged>(1992→2013 리마스터링): 13등급

요즘 국내 음반들은 어떨까?

 자이언티의 최신작 . 국내 음반 중에선 비교적 인위적인 소리 키우기를 덜한 편에 속한다.

자이언티의 최신작 . 국내 음반 중에선 비교적 인위적인 소리 키우기를 덜한 편에 속한다.ⓒ THE BLACK LABEL


우주소녀, 에이프릴, AOA, 레드벨벳, 러블리즈, 구구단,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빅톤, 크로스진, 허각, 태연, 자이언티 등 지난 2017년 1~2월 사이 발매된 주요 국내 가수/그룹의 신보를 동일한 방식으로 측정해봤다.

아쉽게도 대부분 5등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총 13장 중 5등급 7장, 6등급 4장)

허각 <연서>: 5등급
태연 <My Voice>: 6등급
우주소녀 <From. 우주소녀>: 6등급
레드벨벳 <Rookie>: 6등급
에이프릴 <Prelude>: 5등급
구구단 <Act.2 Narcissus>: 5등급
방탄소년단 <YOU NEVER WALK ALONE>: 5등급

그나마 자이언티의 < OO >가 7등급으로 나온 것이 제일 좋은 수치였고, 모 가수의 음반은 4등급으로 가장 안 좋게 측정치가 나왔다.

앞으로의 개선 방향은?

당연한 소리지만 지금과 같은 소리 키우기 경쟁은 앞으로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TV 방송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 고시 및 관련 방송법 개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각 방송사(공중파/종편/케이블)마다 제각각이었던 음량의 크기를 표준화시켜(이른바 '음량 규제') 각종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채널을 돌릴 때 일부 방송의 지나치게 큰 소리로 겪은 불편이 많이 해소되었고 난청 예방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있다.

음반의 경우, 방송처럼 강제적인 표준화 도입이 쉽진 않지만, 어느 선까지의 기준 마련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론 이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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