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뛰어난 활약으로 데뷔 후 15년만에 억대연봉을 받게 된 롯데 불펜투수 이정민

2016시즌 뛰어난 활약으로 데뷔 후 15년만에 억대연봉을 받게 된 롯데 불펜투수 이정민 ⓒ 롯데 자이언츠


프로야구 선수에게 억대 연봉은 무슨 의미일까? 최대 150억원 FA 계약이 체결되고 연봉으로만 10억 이상을 받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기에 과거처럼 대단한 무게감은 느껴지진 않는다. 실제 2017시즌엔 억대 역봉 선수가 역대 최다인 158명이나 된다.

하지만 3천만원 안팎의 낮은 연봉을 받으며 꿈을 키우는 신인급이나 백업 선수들에게는 억대연봉이 여전히 성공의 가늠자다.

현재 10개 단의 주전급 야수나 선발투수 등 주축 선수들은 대부분 억대 연봉을 받고 있다. 흔히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는 말이 있듯 주전 중 다수는 1군 진입 후 빠르게 주축 선수로 자리잡으며 빠르게 억대연봉 반열에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프로 입단 15년만에 억대 연봉을 받게 된 선수도 있다. 롯데 불펜의 노장 이정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79년생인 이정민은 2016시즌 '회춘'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피칭을 보여주며 2002년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남겼다. 4년 총액 96억원으로 영입한 FA 듀오 손승락과 윤길현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이정민은 꿋꿋이 버티며 롯데 마운드의 허리를 지켰다.

2016시즌 좋은 활약을 보이며 롯데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된 이정민이지만 저간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 이정민이 그간 야구를 하며 걸어온 길은 주연보다 조연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길이었다.

경남고 시절 투수로 뛰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구속이나 성적이 특별하게 뛰어나지 않기도 했지만 당시 부산에 뛰어난 고교 투수들이 많았던 탓이 컸다. 이정민의 한 학년 아래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하는 유망주였던 송승준(롯데, 당시 경남고)과 백차승(전 지바롯데, 당시 부산고)등 특급투수들이 즐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다. 상대적으로 평범한 투수였던 이정민이 주목받는 일은 없었다.

동아대 진학 후에는 상황이 나아졌다. 고교시절에 비해 몰라보게 단단해진 체격으로 140km/h가 넘는 속구를 구사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학 선발팀에도 뽑혔고 4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고향팀 롯데의 1차지명을 받기도 했다. 조연의 설움을 떨치고 화려한 주연의 세계로 진입하는 듯 했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이정민이 주인공이 되는 일은 없었다. 좀처럼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가 처음 주목받은 경기는 2003년 그의 첫 선발승 경기였다.

 2003년, 이승엽이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을 달성하고 기뻐하고 있다. 당시 신기록을 허용했던 투수가 바로 롯데의 2년차 투수 이정민이었다.

2003년, 이승엽이 아시아 신기록인 56홈런을 달성하고 기뻐하고 있다. 당시 신기록을 허용했던 투수가 바로 롯데의 2년차 투수 이정민이었다. ⓒ 삼성 라이온즈


다만 이정민이 주목받은 이유는 첫 선발승을 거둬서가 아니었다. 그 경기에서 이승엽에게 아시아 신기록인 56호 홈런을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첫 선발승을 거두고도 이정민은 '홈런 신기록 허용투수'의 자격으로 인터뷰를 해야했다.

첫 선발승의 씁쓸한 기억 탓일까?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이정민이었지만 기대에 부응한 시즌은 많지 않았다. 프로 커리어의 대부분을 불펜(344경기 8선발)으로 보낸 그에게는 항상 불안한 투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잠깐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었지만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인상적인 활약을 보일라치면 부상이나 군 입대등이 발목을 잡았다. 이정민은 커리어 내내 운마저도 따르지 않은 선수였다.

그렇게 10여년의 세월이 지나자 어느덧 노장이 된 이정민은 은퇴의 기로에 섰다. 은퇴와 현역 연장 사이에서 그는 가장 기본적인 길을 택했다. 특별한 무언가가 아닌 꾸준한 자기관리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느리지만 꾸준함을 택했다. 그러자 그에게도 빛나는 것이 생겼다. 나이에 비해 빠른 구속과 뛰어난 체력으로 젊은 투수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을 점했다.

 이정민은 4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140중반의 구속을 보이며 파워피쳐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정민은 4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140중반의 구속을 보이며 파워피쳐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 롯데 자이언츠


꾸준하게 자신을 관리해온 이정민에게 서서히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초반 두각을 드러내며 입지를 넓힌 그는 점차 팀의 주축 투수로 자리잡았다. 후반기 들어서는 3승 6홀드 1세이브 ERA 2.27로 누구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에게 2016년은 최고의 시즌이었다.

2015시즌 이후 롯데는 불안했던 불펜을 보강하기 위하여 100억에 가까운 거액을 투자해 손승락과 윤길현을 영입했다. 노장 이정민은 이들보다는 덜 중요한 보직에 배치되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뒤 가장 높은 팀 공헌도를 보여준 선수는 이정민이었다. 손승락과 윤길현이 부상 이후 무너질 때에도 꾸준하게 팀 마운드를 지탱하며 대들보 역할을 했다.

# 2016시즌 롯데 구원투수들의 WAR 순위
 2016시즌 롯데 구원투수 WAR 순위. 이정민은 FA 영입 선수 손승락과 윤길현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며 팀내 1위에 올라있다. (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16시즌 롯데 구원투수 WAR 순위. 이정민은 FA 영입 선수 손승락과 윤길현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며 팀내 1위에 올라있다. (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롯데 불펜의 주연이 된 이정민은 2016시즌이 끝난 후 연봉으로 보상을 받았다. 지난해 6500만원의 연봉을 받았던 그는 무려 130.8%가 인상된 1억 5천만원에 재계약했다. 2002년 프로에 입단한 후 15년만에 억대연봉자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이정민은 본인의 등번호만큼 현역 선수로 뛰는 것이 목표라 밝힌 바 있다. 이정민의 등번호는 45번, 그는 올해 39살이다. 하지만 이정민은 팀내 젊은 투수들과 겨룰만한 왕성한 체력을 자랑한다. (시범경기 5이닝 2실점)  그의 꾸준함이 계속된다면 등번호의 숫자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이정민의 소망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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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원문: 이정민 필진/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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