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오마이스타는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리더의 조건'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선장은 배와 운명을 함께한다. "The captain goes down with the ship."

선장은 배와 운명을 함께한다. "The captain goes down with the ship."ⓒ CJ 엔터테인먼트


2263년, 제임스 T. 커크 선장이 지휘하는 우주탐사선 USS 엔터프라이즈호는 미확인 행성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중 미확인 우주선의 공격을 받는다. 정체불명의 외계인들이 우주선 내부로 침입하고 인명 피해가 늘어나자 커크 선장은 모든 승무원에게 긴급 탈출을 명령한다. 일반 선원들이 탈출하고 행성의 중력 때문에 가라앉는 우주선 선교에서 그는 조타수 술루에게 이렇게 묻는다.

"남은 대원들이 있나?"

커크 선장은 선교에 남은 선원들이 탈출한 것을 확인한 뒤에야 마지막으로 탈출 포드에 오른다.

2014년, 온 국민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슬픔을 남긴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의 리더들은 커크 선장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승객들을 두고 홀로 탈출한 선장, 책임을 넘기기에 급급했던 각 부처의 책임자들 그리고 수 시간 동안 행방불명된 대통령.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리더들의 모습은 국민을 분노케 했다.

박근혜와 커크의 평행이론

밝게 웃으며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인사나누는 박근혜 헌법재판소의 파면(탄핵인용) 선고 후 이틀만인 12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밝게 웃으며 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이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탄핵인용) 선고 후 이틀만인 12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밝게 웃으며 차에서 내려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권우성


<스타트렉>의 주인공 커크 선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스타트렉> 리부트 시리즈의 시작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는 경력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아버지라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계 입문 계기는 말할 필요도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의 정치경력에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컸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제임스 커크 선장의 아버지 조지 커크는 우주선이 추락하는 순간에 자신의 부인과 어린 아들을 포함한 승무원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커크 선장은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쫓아 우주함대에 입단하게 된다.

두 번째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경력의 시작이 대리였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5년 동안 대통령 부인을 직무를 대행했다. 이후 수년간 정치 활동은 없었지만 국민의 뇌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시작은 대통령 부인 대행으로 각인되었다.

커크 선장 또한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장과 임시 선장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한다. 비록 시작은 대행이었지만 커크 선장은 훌륭한 실력을 인정받아 결국에는 정식 선장이 된다.

비록 공통점은 있지만 두 사람의 지도력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커크 선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선원들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자신을 위해서라면 위법도 불사한다.

독재자였던 아버지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아버지의 차이점 때문일까? 아니면 불의의 사고로 인한 대행으로 경력을 시작했지만 한 사람은 남겨진 이미지에 기댈 뿐이었고 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냈다는 차이 때문일까? 한쪽은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한 배에 탄 대한민국

조직에 있는 사람들끼리 우리는 한배에 탔다는 말을 하곤 한다. 폭풍을 헤쳐나가든 바다에 가라앉든 운명을 함께하는 사이라는 뜻이다. 가족, 친구 등의 작은 집단부터 학교, 회사 등의 큰 집단까지 사회적인 연결고리로 묶인 집단의 구성원들은 모두 한배에 탄 선원들인 셈이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엄청나게 많은 선원이 타고 있는 큰 배다. 선원들은 가혹한 환경과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지만 선장과 고위직들은 갑판에서 호화로운 선상 파티를 벌이는 볼썽사나운 배다. 배는 서서히 가라앉고 있건만 선장은 신경 쓰지 않는다.

대항해시대의 해적들에게는 전리품을 나누는 규칙이 있었다. 직급별로 나뉘기는 하지만 말단이라고 할지라도 비슷한 양의 금화가 돌아가는 생각보다 공정한 규칙이었다.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선원들이 반란을 일으켜 선장의 목을 베는 일도 흔하게 일어났다.

 <스타트렉>의 커크 선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는 몇 가지 평행이론이 존재한다.

배가 침몰할 때, 누가 마지막까지 배를 지켜야 하는가.ⓒ CJ 엔터테인먼트


우리나라에서도 선상 반란이 일어났다. 비록 원인과 과정은 조금 다를지라도 국민이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탄핵했다.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던 재벌이 구속되었다.

대한민국 선원들의 반란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지도층에 대한 뿌리 깊은 배신감과 분노가 쌓여온 것이 지금 터진 것이다. 이 분노는 탄핵 한 번으로 꺼지지 않을 것이고 꺼져서도 안 된다. 청산하지 못한 잘못이 어떻게 되는지 국민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의 가슴 속에는 동시에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과거를 청산하는 일 만큼 새로운 항로를 여는 일은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몹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란 어떤 사람일까?

국민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국민과 개인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국민과 개인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CJ엔터테인먼트


어릴 때부터 아침조회, 국가 행사가 있는 날에는 항상 국기에 경례를 들어왔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영광을 위하여…."

일제강점기부터 가슴 속에 깊이 새겨진 민족의식 때문일까? 한국인들만큼 조국과 민족의 영광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국민의 희생 덕에 소수의 리더는 큰 권력과 부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국가와 민족은 그들 자신이지 국민이 아니었다. 희생의 대가로 그들은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과 빈부 격차를 주었다.

더는 국가를 위해 개인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영화 <변호인>에서 배우 송강호가 부르짖던 그 말. 대한민국 헌법 1조에 명시되어있는 그 말.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주인을 희생시키고 짓밟아가며 성장하는 도구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정치인들과 재벌들은 국가와 민족을 볼모로 국민을 협박해왔다. 나라가 분열되면 북한이 이득을 본다거나 삼성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경제가 무너진다는 협박들은 국민에게 겁을 주고 그들에게 표를 던지게 하였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거짓말을 멈춰야 할 때다. 국가는 그들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소수의 이익을 위한 국민의 희생은 멈춰져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대한민국을 부강하게 이끌어갈 리더가 아니다.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하는 리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커크 선장만 같아라

 보스는 앞장 서고 리더는 함께 간다. 이 당연한 걸, 누구는 몰랐던 것 같다.

보스는 앞장 서고 리더는 함께 간다. 이 당연한 걸, 누구는 몰랐던 것 같다.ⓒ CJ 엔터테인먼트


사실 국민을 위한다는 말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동안 이 말들의 의미를 왜곡하고 장난치는 정치인들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는 정치인들은 수도 없이 나타나고 사라졌다. 하지만 그중에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은 거의 없었다.

리더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은 항상 자신의 뛰어난 능력으로 나라를 이끌어가겠다고, 앞장서겠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국민이란 계도의 존재이고 자기보다 못한 존재다. 그 어떤 정치인도 감히 국민을 이끌어나갈 수는 없다. 닻을 올리고 돛을 펴는 이들은 선장이 아니라 선원들이다.

<스타트렉: 비욘드>의 마지막 장면은 커크 선장의 생일 파티에서 시작한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선원들에게 커크 선장은 잃어버린 친구들을 기억하자며 건배사를 한다. 그리고 창가에 선원들과 함께 서서 새로 건조되는 USS 엔터프라이즈호를 바라본다.

자신의 선원들을 친구라 부르며 애도할 수 있는 리더, 지위에 관계없이 함께 서서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리더, 언제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 마주할 수 있는 리더. 나는 그런 리더를 보고 싶다. 다음 대통령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커크 선장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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