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신곡 Move로 음악적 변신을 꾀한 그룹 비투비

신곡 Move로 음악적 변신을 꾀한 그룹 비투비 ⓒ 큐브엔터테인먼트


하루가 멀다고 신인들이 넘쳐나는 국내 아이돌 그룹 시장에서 비투비(BTOB)의 존재감은 좀 특이하다.

지난 2012년 3월 데뷔 이후 비투비는 차근차근 한 계단 씩 올라가면서 3~4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음악방송 1위에 올라섰다. (2015년 케이블, 2016년 공중파) 2AM 이후 사라졌던 발라드 타이틀곡으로 인기몰이를 한 것도 비투비가 거의 처음이었다.

이른바 "아이돌의 탈을 쓴 개그 그룹(?)"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항상 그 누구보다도 유쾌한 모습을 선사했고 '동네 오빠' 또는 '개구쟁이 동생', 까불면서도 결코 사고나 구설수와는 거리가 먼 '밉지 않은 악동들' 같은 친근함과 거부감 없는 이미지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매년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에서 선보이는 이들의 기상천외한 모습은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다)

 비투비의 서은광(왼쪽), 육성재는 지난해 9월 MBC 아이돌육상대회에서 파격 분장으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비투비의 서은광(왼쪽), 육성재는 지난해 9월 MBC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에서 파격 분장으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 MBC


하지만 비투비의 진가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에 둔 빼어난 가창력(서은광-임현식-이창섭-육성재)과 랩(정일훈-이민혁-프니엘), 그리고 이젠 스스로 본인들의 음악을 조절할 수 있는 작곡 능력에 있다.

햇수를 더하면서 멤버들의 자작곡의 비중도 높아졌고 이를 바탕으로 그룹의 능력치를 키워나갔다. <복면가왕> <듀엣 가요제> 등을 통해 멤버들의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고 매년 연말 방송 3사 생방송 무대에선 음향 상태 불량 등 각종 악조건에서도 굴욕 없는 라이브를 들려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소위 2~3년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든 음악계 환경에서 대기만성의 좋은 사례로 비투비를 언급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비록 최근 자주 언급되는 엑소, 방탄소년단 같은 폭발적인 인기는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믿고 듣는"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이제는 기본 이상의 작품들을 선사해왔다.

게다가 발라드곡들의 선전에 힘입어 이젠 여성팬뿐만 아니라 보이 그룹에 거부감을 느끼는 남성 음악팬들, 음악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좋은 노래 들려주는 팀"으로 각인된 건 이들만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영화 같은 변신, 신작 <Feel'eM>, 그리고 'Movie'

 비투비의 새 음반 < Feel'eM > 표지.

비투비의 새 음반 < Feel'eM > 표지. ⓒ 큐브엔터테인먼트


한동안 발라드곡에 치중하면서 인기몰이를 했지만, 한편으론 데뷔 초기의 재기발랄한 무대를 기대하는 팬들, 그리고 멤버들의 목마름도 컸던 모양이다.

지난해 11월 격정적인 감성을 담은 '기도(I'll Be Your Man)'로 음악적 변신의 1단계를 보여줬다면 불과 4개월여 만에 컴백한 미니 10집 <Feel'eM>에선 단순히 '댄스곡'으로 치부할 수 없는, 다양한 장르를 녹여낸 2단계를 대중들에게 내밀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노래는 'Movie'다. 멤버 정일훈이 주도적으로 작사/작곡/편곡 작업에 참여한 이 곡에선 예전 1980~1990년대 펑키 스타일의 팝 음악들을 연상시킬 만큼 복고풍의 소리로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비투비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쇼 챔피언>을 통해 비투비는 신곡 'Movie'의 첫 방송 무대를 가졌다.

<쇼 챔피언>을 통해 비투비는 신곡 'Movie'의 첫 방송 무대를 가졌다. ⓒ MBC뮤직


지난 8일 첫 방송이었던 MBC뮤직 <쇼 챔피언>에선 1970년대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존 트라볼타가 생각날 만큼 나팔바지와 원색의 의상을 갖춰 입고 디스코 풍 안무로 흥겨운 무대를 연출했다.

과거 심플리 레드('Come To My Aid'), 브리드 ('All That Jazz') 같은 흑인 펑키 음악의 영향을 받았던 영국 백인 팝 밴드들부터 브랜드 뉴 헤비스('You Are The Universe') 같은 팀의 장점을 자신들에 맞게 잘 녹여 내면서 굳이 보컬-랩 멤버 구분을 둘 필요가 없을 만큼 7명의 고른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놀이터 같은 몫을 톡톡히 해낸다.

일급 스튜디오 연주인들인 홍준호(기타), 최훈(베이스) 등의 통통 튀면서도 안정감 있는 연주는 맛깔 나는 양념처럼 듣는 재미를 크게 돋군다.

선공개 곡으로 사랑받은 멤버 임현식의 곡 '언젠가(Someday)'로 기존 발라드 노선의 기조 역시 꾸준히 유지했고 또 다른 펑키 곡 '말만 해', 최근 가요계에서 부활 조짐을 보이는 복고풍 R&B 힙합의 틀을 취한 '빨리 뛰어(Rock N HipHop)' 등 5곡의 짧은 분량 속에서도 다채로움을 주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엿보인다.

<Feel'eM> 은 새로운 전성기를 준비하기 위한 첫 단추로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언급해도 좋을 것이다. '유쾌한 악동들' 비투비의 봄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비투비 케이팝 쪼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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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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