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콜라>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이다.

영화 <쇼콜라>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이다. ⓒ 판씨네마(주)


영화 <쇼콜라>는 19세기 말 프랑스 최초의 흑인 광대였던 '쇼콜라'란 실제 인물을 그린다. 쿠바에서 흑인 노예로 태어난 쇼콜라는 프랑스로 건너와 백인 광대 '푸티트'와 콤비를 이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머나먼 과거에 머물던 흑인 광대는 <쇼콜라>의 프로듀서인 니콜라스 알트메이어가 2009년 잡지에서 광대 쇼콜라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페이지를 접하면서 영화 속 인물로 잉태한다.

영화는 퇴물 취급을 받던 광대 푸티트(제임스 티에레 분)가 새 무대를 구상하던 중 식인종을 연기하는 쇼콜라(오마 사이 분)를 만나며 시작한다. 쇼콜라의 잠재력을 본 푸티트는 콤비를 이루길 제안하고, 모두가 실패할 거라 여긴 첫 무대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둘은 성공 가도를 달린다. 파리에 진출해 큰 무대에서 인기를 끌지만, 돈과 명성에 취한 쇼콜라로 인해 이들의 우정은 점점 위태로워진다.

광대를 소재로 삼은 영화답게 쇼콜라와 푸티트의 서커스 공연 장면은 단연 이목을 집중시킨다. <언터처블: 1%의 우정>으로 알려진 오마 사이는 시대극과 광대를 멋들어지게 소화한다. 찰리 채플린의 외손자인 제임스 티에레는 극단을 이끌며 다진 연기력과 연출력을 공연 장면에 유감없이 발휘하여 예술가 집안의 유전자가 무엇인지 확인시켜 준다.

영화엔 공연 장면이 몇 차례 나온다. 쇼콜라가 무대에서 느끼는 감정은 계속 변화한다. 관객에게 식인종 연기로 무서움을 주던 쇼콜라는 광대로 즐거움을 선물하자 미소를 짓는다. 화려한 생활에 도취했을 적엔 무대는 돈벌이의 수단일 뿐이었다. 감옥에서 유색인종 억압에 저항하는 인물을 만나면서 쇼콜라는 자신에게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웃음의 무대는 고민의 장으로 새로이 다가온다. 푸티트와 관계 역시 변화를 겪는다.

 영화 <쇼콜라>는 우리가 극복한 그리고 앞으로도 극복해야 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쇼콜라>는 우리가 극복한 그리고 앞으로도 극복해야 할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 판씨네마(주)


쇼콜라와 푸티트의 공연엔 백인과 흑인, 주인과 노예,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가 투영되어 있다. 쇼콜라가 프랑스에 왔을 때 식인종을 연기한 사실엔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바라본 시각이 담겨있다. 쇼콜라는 매번 무대에 올라 푸티트에게 엉덩이를 걷어차이고 백인들은 즐거워한다. 그가 광대가 된 것은 길듦이라고 읽을 수 있다. 쇼콜라가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방법은 라파엘이란 진짜 이름을 찾는 여정과 광대가 아닌 예술가가 되겠다는 선언으로 나타난다.

후반부에 쇼콜라의 내면, 푸티트와의 관계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두 작품으로 표현된다. 쇼콜라는 흑인을 위한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연극 <오셀로>의 무대에 오른다. 무대에서 그가 내뱉는 대사는 곧 쇼콜라의 심리와 상황을 나타내는 암시로 작용한다.

쇼콜라와 푸티트가 재회한 장면엔 <로미오와 줄리엣>의 희곡이 옆에 놓여있다. 변함없는 사랑은 우정의 기운으로 바뀌어 쇼콜라와 푸티트에게 스며든다. 영원한 우정은 제작진 소개 자막에서 뤼미에르 형제가 찍은 <푸티트와 쇼콜라의 시소 의자> 영상으로 이어진다. 그 순간 영화 초반에 푸티트가 쇼콜라에 건넨 "완전히 다르지만, 불가분인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가 되는 거야"란 대사는 각별한 의미로 여운을 남긴다.

연출을 맡은 로쉬디 젬 감독은 "내가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두 콤비가 처음 만나서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하고, 같은 목표를 위해 힘을 합쳐나가는 원형적인 스토리"라고 영화를 설명한다. 또한, "쇼콜라는 역사 속에 잊힌 인물이다. 그의 이야기는 프랑스 국민으로 하여금 과거를 더 잘 알게 도와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오늘날을 사는데 더 나은 기반이 될 거로 생각한다"라고 부연한다.

<쇼콜라>는 희극으로 조명한 프랑스 역사의 그늘이다. 표백을 거부한 예술가의 슬픈 외침이다. 식민주의 시대를 산 쇼콜라와 푸티트를 통해 영화는 말한다. 자유, 평등, 박애는 기억해야 마땅하다고. 이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영화 <쇼콜라> 포스터.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영화 <쇼콜라> 포스터.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 판씨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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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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