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는 국가(國歌)가 있고 학교에는 교가가 있으며 정당에는 당가가 있다. 그리고 대체로 그 노래들은 내부에서 개인들의 소속감을 고취하기 위해 쓰이는 '목적 지향적'인 노래다. 그런데 이런 당가는 처음이다.

"자유와 평화 희망 꿈 이뤄가며 정의 구현할 새 시대의 희망 정당 국민의 당 가장 열심히 일하는 정당,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모두 다 함께 힘차게 달리자 워."

지난달 2월 2일 국민의당은 창당 1주년을 맞아 김성재 교수의 당가를 편곡한 '록 버전'을 선보였다. 어떤 애니메이션 화면을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국민의당 당가 록 버전에 사람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분명 '당가'였지만 반응은 당 밖에서 이어졌다.


"저 노래 애니 나와도 안 어색할 것 같아"(D***), "어린 시절 6~7시경 TV 앞에서 눈을 반짝반짝하며 봤던 추억의 애니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JU)라는 애니메이션 주제가 같은 노래에 감탄을 하거나 "대선 때 이 곡 꼭 써줘라"(jade ***)라거나 "작곡가님 진짜 세기의 명곡을 쓰셨다"(Lisa ***) 같은 댓글이 '국민의 당' 당가 록 버전 유튜브 동영상 밑에 주렁주렁 달렸다.

또 몇몇 유튜버들은 노래만 있던 국민의당 당가 록 버전에 아예 애니메이션 화면을 입혀 유튜브를 통해 다시 유통했다. 고작 노래 한 곡으로 당에 대한 이미지까지 덩달아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줄을 이었다. 이 반응에 힘입어 오는 9일 국민의당 당가 록 버전은 당가 최초로 주요 스트리밍 사이트에 오른다.

이 뜨거운 반응을 이끈 '국민의당' 당가를 작곡한 사람은 고신대 음악과 교수 김성재씨이다. 그는 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본인이 국민의당과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이라 이 노래를 '재능기부'를 통해 작곡했다고 밝혔다. "정당에 도움이 되기 위해 만들었다. 보통 당가가 만드는데 1억 정도 드는 거로 알고 있는데 공짜로 만들어준 것이다. 반응이 이렇게 좋으니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투니버스 몰랐어... 당가 트로트 버전 준비 중"

 국민의당 당가를 작곡한 김성재 고신대학교 음악과 교수의 사진. 록 버전 편곡의 뜨거운 반응에 본인도 얼떨떨해 했다.

국민의당 당가를 작곡한 김성재 고신대학교 음악과 교수의 사진. 록 버전 편곡의 뜨거운 반응에 본인도 얼떨떨해 했다. ⓒ 김성재


김성재 작곡가는 연신 놀라움을 표했다. 본인이 작곡한 국민의당 당가가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얻을 줄 몰랐다는 거다. 그가 작곡한 당가는 SNS상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오는 9일 이후 주요 스트리밍 사이트에 올라간다. 그는 "사람들이 '음원 사이트에 올려 달라', '노래방에도 올려 달라' 요청이 와서 음원 유통회사에 연락을 했더니 배포를 하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김 작곡가에 따르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그가 작곡한 당가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그는 처음 '재능기부'를 하며 국민의당에 웅장한 버전과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록 버전' 두 곡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젊은 지지층이 많잖나. 그래서 하나는 근엄한 곡, 하나는 완전히 신나는 곡을 만들기로 했다. 최고위원회에서도 젊은 이미지로 가자고 해서 (결정됐다.)"

이 열띤 반응에 힘입어 김 작곡가는 당가 후속 버전도 준비 중이다. 록 버전 다음에 나오는 노래는 '트로트 버전'이라고 한다.

"대선 끝날 때까지 계속 만들어준다고 했다. (웃음) 현재 RnB 어쿠스틱 트로트 버전…. 후속 버전들이 계속 대기하고 있다. 보통 당가는 당원들 사이에서만 부르는 노래인데 일반인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신이 나서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볼까 싶다."

 국민의 당 당가를 작곡한 고신대학교 음악과 교수 김성재씨가 본인 SNS 계정에 "당가 락버전이 대한민국 정치 음악역사상 최초로 멜론, 벅스, 지니, 네이버, 다음, 통신사에 이번주 목요일 이후 런칭하게 됐다"고 알렸다.

국민의 당 당가를 작곡한 김성재 고신대학교 음악과 교수가 본인 SNS 계정에 "당가 록 버전이 대한민국 정치 음악역사상 최초로 멜론, 벅스, 지니, 네이버, 다음, 통신사에 이번주 목요일 이후 런칭하게 됐다"고 알렸다. ⓒ kmsj7777


국민의당 당가 록 버전이 "투니버스 감성을 닮았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김 작곡가는 알고 있을까. 그는 먼저 "투니버스는 이번에 처음 들어본다. 50대라 투니버스 세대가 아니다"며 너털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투니버스(Tooniverse) 감성'이라는 건 지난 1995년 개국한 만화 채널 투니버스에서 2000년대 중반 틀어주던 애니메이션의 공통적인 느낌을 아우르는 말이다. 현재 당가 록 버전에 열광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투니버스를 보며 자란 세대다. 국민의당 당가 록 버전이 그들이 어린 시절 보고 자랐던 향수를 자극하는 면이 있다는 것.

국민의당 당가 록 버전은 김성재 작곡가에 따르면 국민의당 선거 음악으로 틀기로 결정이 났다고 한다.

"탄핵이 결정되고 나면 바로 대선 모드로 들어가지 않습니까. 스탠바이 하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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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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