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오마이스타는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리더의 조건'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미국 TV시리즈 <워킹 데드>

미국 TV시리즈 <워킹 데드>는 좀비에 관한 작품이다.ⓒ AMC


"좀비가 나타났다."

다 썩어버린 피부, 끈적이는 피고름, 관절이 굳어버린 것 같은 몸짓. 좀비(zombie)다. 부두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좀비는 죽어도 죽지 않는, 부활했으나 부활은 아닌 중간적인 존재다. 간혹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사랑을 느끼기도 하지만(영화 <웜바디스>), 대체로 좀비는 살아 있는 인간의 살점과 피를 맹목적으로 갈구하는 위협적인 존재다.

한국에서 좀비 영화는 공유가 도깨비가 되기 전 출연한 <부산행>의 흥행으로 대중화(?)되었지만,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인기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이제는 고전이 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나 잭 스나이더가 300명의 마초를 내세우기 전에 찍었던 <새벽의 저주> <28일 후>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히트를 했고, 이번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에마 톰슨과 브래드 피트도 <좀비랜드>와 <월드 워 Z>라는 좀비 영화에 출연했다.

좀비 영화가 그 시각적 메스꺼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현재의 문법과 구조, 패턴을 한순간에 바꿔 놓고 있기 때문이다. 불합리하고 잘못되어 있다고 느끼지만 뭘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세상을 일순간에 뒤집는다.

원인은 모른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좀비 천지가 되어 버렸다. 여기에서는 돈과 명예, 권력처럼 우리의 현실을 억누르는 모든 요소가 '무'로 돌아간다. 모두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동등한 출발선이 만들어진다. 어떤가? 학교, 직장, 취업 등의 현실 스트레스를 뒤집는 발상이라니. 그래서 좀비 영화는 현실이 너무나도 행복한 사람들보다는 불평불만 분자들의 입맛에 좀 더 맞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의 주인공 릭도 그렇다. 영화 <28일 후>의 주인공처럼, 보안관이었던 그는 총상을 입고 혼수상태로 입원해 있다가 전혀 다른 세상에서 깨어난다. 살이 썩어들어 가는 좀비의 무리가 거리를 장악했고 사람들은 조그만 소그룹으로 나뉘어 각자도생 중이다. 국가는 붕괴했고 치료제는 없다.

이후 <워킹데드>가 펼쳐놓는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쩌다 보니 어떤 그룹의 리더가 된 릭은 생존의 보장이라는 원초적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좀비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런데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좀비는 더는 생존자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대신 더 무서운 대상과 부딪혀야 한다. 바로 '살아남은 또 다른 인간들'이다.

생존을 위한 각양각색의 리더십

좀비 세상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은 지금과 다르다. 변호사나 대학교수, 정치가는 필요 없다. 오히려 강인한 육체와 용맹함, 전투력만이 필요하다. 현실에서는 하류 인생 취급받았을 데릴 같은 사람은 생존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된다.

그러나 그룹의 리더는 용맹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온종일 좀비와 싸운다고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안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부족한 생필품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살아남은 사람들 간에 형성된 다양한 관계를 풀어내야 한다. 정부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정치'는 필요하다.

 미국 TV시리즈 <워킹 데드>

그룹의 리더인 릭은 혼자의 힘은 물론, 자기 집단의 생존만 생각해서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는다.ⓒ AMC


<워킹데드> 시즌2는 좀비의 공격에서 겨우 탈출한 릭이 생존자들에게 '더 이상의 민주주의는 없다'고 선언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는 '생존'을 담보로 자신을 따르든지 그룹을 떠나라고 말한다. 조직의 민주주의를 예리하게 분석한 미헬스는 "투쟁하고 있는 조직에 민주주의는 사치"로 여겨진다고 분석한 바 있는데, 릭에게도 그랬다. 사람들은 따른다. 그의 '유능함'이 자신의 생존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무리 훌륭한 능력을 갖춘 리더라도 혼자서는 삶을 이어갈 수 없다. 릭은 '거버너'로 불리는 사내가 이끄는 또 다른 생존 집단과 싸우며 다시 민주주의에 기댄다. 혼자의 힘은 물론, 자기 집단의 생존만 생각해서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는다. 구성원의 능력과 견해, 소통이 가진 힘, 그리고 이제까지 적대적인 눈빛으로만 봐 왔던 또 다른 생존자들에 대한 포용은 '유능한 릭'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게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릭이 이끄는 공동체는 어느 집단보다 강력하게 성장한다.

다양한 생존집단이 등장하는 <워킹데드>에서는 다양한 리더십도 등장한다. 시즌3부터 등장한 '거버너'라는 사내는 정보의 조작을 통해 통치권을 유지한다. 그는 정보를 공유하는 소수의 비선 집단을 두고,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고 조작한다. 그래서 릭의 그룹을 '절대 악'으로 믿게 만든 뒤, 사람들을 죽음의 전투로 밀어 넣는다.

 <워킹데드> 거버너

거버너는 정보를 공유하는 소수의 비선 집단을 두고,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고 조작한다.ⓒ AMC


 <워킹데드> 네간

거버너가 '조작'을 통해 사람들을 조종했다면 네간은 날 것 그대로의 폭력성으로 사람들을 지배한다.ⓒ AMC


지금 방영 중인 시즌7에서는 폭력과 살해, 공포를 통해 제국을 건설하고 있는 '네간'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거버너가 '조작'을 통해 사람들을 조종했다면 네간은 날 것 그대로의 폭력성으로 사람들을 지배한다. 이른바 '구원자들'이라고 불리는 네간 무리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도 제각각이다. 적당히 거래하거나, 비위를 맞추거나, 조용히 저항 연합을 구축 중이다.

좀비 드라마 <워킹데드>는 국가와 모든 규범이 사라진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태에서 생존을 위한 인간들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오로지 신선한 살과 피를 맹목적으로 갈구하는 좀비들의 행태가 오로지 돈만을 맹목 하며 사는 자본주의적 인간들에 대한 냉철한 풍자라는 해석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런 세상에서도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의 관계를 만들어 내는 정치,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으로서의 리더십은 질적으로 다른 생존 형태를 결정한다.

조기대선... 어떤 리더십을 선택할 것인가?

<워킹데드>는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세상에서 있을 법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당연히 그곳에서 등장하는 리더십 역시 어디에선가 본 듯한 것들이다. 거버너가 자신을 리더로 세운 이들을 속이고 진실을 조작하듯, 우리 역사에서도 외부의 위협을 가장하고 사건을 조작한 리더가 존재했다. 또한, 날 것 그대로의 잔인한 폭력으로 굴종을 강요한 네간처럼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고 잔인한 고문과 폭력으로 권좌를 유지한 권력자도 있었다.

또 하나, <워킹데드>에서도 차마 그런 지도자를 그려내지는 않았지만, 생존이 극도의 위험에 빠진 순간에도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며 국민을 속이고 혼자 도망을 간 뒤, 다리를 끊어 버린 권력자도 존재했다. 그는 멀쩡하게 살아남아 도망가지 못한 이들을 부역자로 몰아 처형하는 '좀비만도 못한 짓'도 저질렀다. <워킹데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리더십(?)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런 리더십이 먼 역사의 이야기거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지금도 국민의 생존이라는 원초적 책무에 대한 의지와 능력이 없는 지도자, 조작과 기만에 능한 지도자, 소통보다는 정보의 독점과 비선의 폐쇄성에 의존하는 지도자를 목격하고 있다. <워킹데드>의 세상이라면, 이런 지도자와 이를 추종하는 그룹은 좀비가 되는 길을 피할 수 없다.

 미국 TV시리즈 <워킹 데드>

대한민국에 만약 좀비가 출현한다면, 가장 적합한 리더십을 보여줄 지도자는 누구일까.ⓒ AMC


조기 대선이 목전이다. 저마다 좋은 지도자, 좋은 리더십을 내세우며 각축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가 진단하듯,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쉽지 않은 임기가 될 것이다. 좀비까지는 아니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와 넘어야 할 장애물, 내·외부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어쩌면 이제 우리는 생존을 건 선택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리더십을 선택할 것인가? 차기 지도자의 덕목은 무엇인가? 복잡한 질문과 답이 오갈 시간이다. 그러나 일단 하나의 질문만 던져보자.

"서울 한복판에 좀비가 나타났다.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국민을 속이고 도망을 갈지, 북의 화학 공격이라며 자신의 권력을 강화할 기회로 삼을지, 아니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함께 싸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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