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4년 전의 아픔을 씻어야 할 때가 왔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가 6일 개막한다. 약 18일간 펼쳐지는 이번 WBC의 경우 서울에서도 조별 예선이 치러져 많은 야구팬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KBO리그 특유의 응원 문화가 대표팀에게 큰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에서 조별 예선을 치르는 국가는 대한민국, 네덜란드, 이스라엘, 대만 등 총 4개국이다. 그 가운데서도 빅리거가 대거 출전하는 네덜란드가 한국팀에겐 경계 대상 1호로 꼽힌다. 또한 대표팀의 조별 예선 첫 상대인 이스라엘 역시 전력을 쉽게 가늠하기 어려워 '도깨비 팀'이라고 불릴 정도로 어려운 상대다. 대표팀이 자주 만났던 대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갖췄다.

총 7번의 평가전에서 4승 3패를 기록한 대표팀은 성과와 과제 두 가지를 모두 남겼다. 특히 중심타선의 한 축이 되어야 하는 최형우의 부진은 김인식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또한 롱릴리프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은 이대은 역시 좋은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스라엘전을 앞둔 이 시점에서 대표팀의 투-타 체크포인트는 무엇일까.

WBC 대표팀 이제는 실전이다. 첫 경기 이스라엘전 승리가 절실한 대표팀이다.

▲ WBC 대표팀 이제는 실전이다. 첫 경기 이스라엘전 승리가 절실한 대표팀이다. ⓒ 유준상


투수 : 롱릴리프 투수들의 중요성, 경기 중후반 분위기 좌우한다

장원준(이스라엘전)-우규민(네덜란드전)-양현종(대만전) 이렇게 세 명의 투수가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다. 평가전을 통해 점검한 우규민의 컨디션은 생각보다 좋았고, 오히려 양현종이 조금 아쉬웠다. 평가전 내내 무실점 피칭을 펼친 장원준은 조별 예선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 선발로 낙점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WBC 대회 규정상 선발 투수의 제한 투구수는 65개로 4회나 5회 정도엔 두 번째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와야 한다. 투구수 제한이 없다면 선발투수의 비중이 크지만 WBC는 그렇지 않을 수밖에 없다. 롱릴리프 투수들의 활약 여부가 경기 중후반 대표팀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

좌완 장원준, 양현종이 등판하는 이스라엘전과 대만전의 경우 우완 투수가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은이 평가전에서 부진했지만 원종현이나 임창민, 심창민의 구위는 괜찮았다. 4일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에 등판한 마무리 오승환도 1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며 실전 점검을 무사히 마쳤다. 물론 때에 따라선 좌완 박희수와 이현승도 등판할 수 있다.

우규민이 등판하는 네덜란드전은 어떨까. 네덜란드 타선에 비교적 우타자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발 투수의 유형과 관계없이 우완 투수들이 받쳐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팀들에 비해서 발렌틴, 시몬스, 보가츠 등 수준급 우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네덜란드전에선 우완 투수들의 호투가 절실하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 달 전지훈련부터 이달 초에 열린 평가전까지 투수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김 감독의 걱정이 단지 기우였다는 것을 세 경기를 통해 투수들이 보여줘야 한다.

기쁨을 나누는 대표팀 지난달 25일에 치러진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승리한 이후 기쁨을 나누고 있는 대표팀. 압도적인 홈 팬들의 응원이 대표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까.

▲ 기쁨을 나누는 대표팀 지난달 25일에 치러진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승리한 이후 기쁨을 나누고 있는 대표팀. 압도적인 홈 팬들의 응원이 대표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까. ⓒ 유준상


타자 : 중심타선 살아나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마운드에 비해 타선 쪽에선 김인식 감독의 고민이 적은 편이었다. 정근우의 공백은 서건창이 완벽히 메웠고 강민호가 빠진 안방은 양의지가 지켰다. 딱 한 가지, 최형우의 부진은 여전히 대표팀이 풀지 못한 과제이다. 평가전에서 4번 타순에 배치됐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지난 4일 경찰청전에서 22타석 만에 겨우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용규와 서건창으로 이뤄진 테이블세터, 6번 손아섭부터 박석민(또는 허경민)-양의지-김재호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은 예열을 마친 상태이다. 특히 대체 발탁에서 주전 우익수로 거듭난 손아섭의 상승세는 눈여겨볼 만하다. 일각에서는 최형우와 자리를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최근 손아섭의 타격감이 좋다.

쿠바, 호주를 만나면서 1안타에 그친 이대호도 상무와 경찰을 상대하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매 경기마다 꾸준하게 활약한 김태균은 걱정할 게 없다. 어떻게 보면 대표팀 타선의 마지막 퍼즐조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래서 더 중요한 최형우의 활약이다. 최형우마저 터진다면 상대 투수 입장에선 쉬어갈 타순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대표팀의 뒤에는 지난 시즌 800만 관중을 기록한 든든한 팬들이 존재한다. 선수들 못지않게 팬들 역시 4년 전의 악몽을 씻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최형우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며 네덜란드와 이스라엘, 대만 모두 이 점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대표팀은 대회 시작 전부터 여러 악재가 겹치며 울상을 지어야 했지만 이젠 과거일 뿐이다. 김인식 감독도 모든 것을 잊고 부딪혀 보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승리의 함성이 고척 스카이돔에 울려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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