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라도 괜찮아>의 한장면

<중2라도 괜찮아>의 한장면 ⓒ 메가폰


열다섯 한철(윤찬영 분)은 '중2병'을 정통으로 앓고 있다. 그의 꿈은 지미 핸드릭스 같은 위대한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혼자 기타를 칠 때면 무아지경에 빠지고, 음악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한철이 꼭 갖고 싶은 건 일렉 기타다. 좋은 악기가 있으면 학교 밴드 멤버로 영입하겠다는 선배들의 말 때문이다. TV보다도 비싼 기타를 사달란 말에 엄마 보미(장서희 분)은 딱 잘라 거절한다. "기타로 먹고사는 게 쉬운 줄 아느냐"고, "음악은 취미로만 하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음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엄마의 충고는 '아무나'가 아닌 한철에겐 반발심만 키울 뿐이다.

영화 <중2라도 괜찮아>는 누구나 겪는 사춘기의 꿈과 열정을 엄마-아들 간의 관계를 통해 조명한다. 그 중심에는 록 밴드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한철이 있고, 한때 태권도 국가대표를 꿈꿨던 엄마 보미가 있다. 값비싼 기타를 사 달라고 조르는 한철을 견디다 못한 보미가 자신과의 태권도 대결에서 승리하면 기타를 사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큰 줄기다. 코미디와 드라마 장르가 버무려진 이 영화는 '전체관람가' 등급에 걸맞게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애를 역설한다.

 <중2라도 괜찮아>의 한장면

<중2라도 괜찮아>의 한장면 ⓒ 메가폰


애초에 웹드라마로 기획된 <중2라도 괜찮아>는 영화보단 TV 단막극에 가까워 보인다. 중2병 아들과 엄마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는 서사는 여느 10대 성장드라마와 닮았고, 주연 윤찬영과 장서희를 비롯한 배우 대부분은 스크린보다는 브라운관에서 익숙한 얼굴들이다. 여기에 4인 가족이 함께 사는 집과 학교, 밴드 활동과 기타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소재와 설정 또한 클리셰로 가득하다. 이 영화가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동시에 그만큼 진부하게 읽힐 수 있는 건 그래서다.

다분히 대중적인 화법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다가오는 영화의 만듦새는 퍽 아쉽다. 특히 서사의 중심축인 한철의 내면이 내내 단편적으로 다뤄지는 지점은 명백한 한계이자 패착이다. '중2병'이란 소재를 그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시적 방황 정도로 그리고, 보미가 이를 이해하는 과정을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쯤으로 간단히 짚고 넘어가는 전개는 일견 무책임해 보이기까지 한다.

 <중2라도 괜찮아>의 한장면

<중2라도 괜찮아>의 한장면 ⓒ 메가폰


특히 각각 한철과 보미의 꿈을 대변하는 '기타'와 '태권도'를 그저 드라마를 위한 도구로써 이용하기에 급급한 연출은 조악하기 이를 데 없다. 인물들이 맞닥뜨리는 사건도, 그리고 이를 대하는 반응도, 단지 구조적 필요 때문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현실 반영과 사회 고발적 메시지는 얄팍하게만 느껴지고, 웃음과 감동을 강요하다시피 하는 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에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다. 한껏 세련된 요즘 상업영화들에 비해 거의 모든 면에서 한참 못 미치는 딱 주인공 한철의 또래인 중학교 2학년까지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중2 조차도 이 영화를 유치하다고 평가할지 모른다.

<중2라도 괜찮아>는 IPTV와 웹드라마 두 버전으로 공개됐다. 네이버를 통해 공개되는 웹드라마 버전은 세계 177개국에 동시 상영된다. 원조 한류스타인 장서희가 주연하고 '태권소녀' 태미가 특별출연한 점이나, 굳이 적지 않은 비중을 들여 '태권도원' 로케이션을 담아낸 건 이같은 배급 전략을 고려한 선택일 것이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한류 비즈니스적 차원에서 작정하고 만들어진 '한류 콘텐츠'인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화예술 콘텐츠가 그렇듯, 좋은 작품은 '작정해서' 만드는 게 아니다. 어떤 문화예술 콘텐츠가 의도에 매몰되는 순간, 그건 이미 망작일 수밖에 없다. 작가의 '영감'을 뒤로한 채 시스템의 이름으로 기획된 많은 한류 콘텐츠들이 그랬듯 말이다.

덧붙이는 글 <중2라도 괜찮아>는 지난 2월 24일, IPTV 및 디지털케이블TV로 개봉했다.
장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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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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