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피 김민규

10년 만에 솔로 정규 앨범 발표한 스위트피 김민규.ⓒ 문라이즈


한국 모던록 1세대 밴드 델리스파이스(Deli Spice)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 솔로 아티스트 스위트피(Sweet Pea), 재주소년ㆍ마이언트메리ㆍ토마스쿡 등 실력파 뮤지션들을 배출한 음악 레이블 문라이즈(Moonrise)대표 겸 제작자, 드라마 및 영화 음악감독, 그리고 이소라의 '안녕'과 '첫사랑' 등 여러 곡을 히트시킨 작곡가.

올해 8월, 대중음악계에서 활동을 시작한 지 만 20년이 되는 뮤지션 김민규 앞에 붙는 소개 글이다. 20대 후반 프로 음악인의 생활을 시작했던 그도 어느덧 40대 중반 나이의 중견 뮤지션의 길을 걷고 있는데, 지난달 16일에는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 스위트피로 10년 만에 네 번째 정규 앨범 <그걸로 됐어>를 발표했다.

정말 오랜만에 공개한 앨범이 스위트피란 이름으로 발매된 '마지막 음반'이란 슬픈 이야기를 전해와 김민규의 솔로 곡들을 사랑해 온 음악팬들에게는 여간 아쉬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앨범 공개 후 처음으로 갖게 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가 처음이자 마지막 음반 홍보활동이 될 것 같다고 말하는 김민규. 스위트피와의 이별이 또 다른 솔로 프로젝트와의 만남으로 이어질 것이란 이야기를 넌지시 전해주었다.

지난 2월 28일 저녁 김민규가 대표로 있는 음악 회사 문라이즈 사무실에서 단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금껏 음악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던 뮤지션 김민규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지난해 타계한 팝스타 프린스(Prince)가 떠올라 두 사람에게 평행이론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문득 하게 되었다.

 스위트피 김민규

음악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던 뮤지션 김민규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지난해 타계한 팝스타 프린스(Prince)가 떠올랐다.ⓒ 이종성


- 10년 만에 발표한 솔로 정규 앨범이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돌이켜보니 스위트피 정규 앨범을 낼 여유도 많지 않았고, 창작이 서두른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에 때를 기다렸다. 그 사이 델리스파이스 멤버로서 음악 활동도 상당 기간 펼쳤고, 개인적으로는 영화와 드라마 OST 제안이 들어와 음악작업도 했다. 스위트피로서는 디지털 싱글과 콘서트 실황 음반도 발매한 바 있다. 이번 앨범은 2014년 이맘때 부터 준비를 시작했으니 만 3년 만에 완성돼 나왔다."

- 40대 뮤지션으로서 20~30대 때 만든 스위트피 작품들을 되돌아본다면?
"원래 발표한 작품들을 거의 듣지 않는 편이다. 작년과 재작년 솔로 앨범 재발매 작업을 위해 다시 듣게 됐는데, 현재의 나와는 거리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으로 남겨진 음악은 그대로인데 나는 지금 다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20~30대 만들었던 내 곡들이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왜 그리 화와 분노를 멜로디와 노랫말로 표출했는지...'40대의 스위트피'로 이전 곡들을 노래한다는 것은 낯섦 그 자체로 다가설 것 같다."

- 정규 4집이 스위트피로 발매하는 마지막 음반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과거에 스위트피 앨범 발매를 위한 곡 작업을 쉽게 한 편이었다. 물론 지금 들어보면 약간 어설프고 설익은 음악이란 생각이 드는데 오히려 그런 점들을 팬들이 좋아해주시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지금의 기준에서 들어보면 더 이상 '스위트 피의 감성'을 계속 유지하면서 곡을 만들어 내기 쉽지 않고,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 방향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쯤에서 정리하자는 결심을 했다. 음악적으로도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 이번 음반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면?
"<그걸로 됐어>란 앨범 타이틀에 그 의미를 품고 있다. 3년간의 작업과정은 내가 음악으로 표출하고 싶었던 것들을 제대로 담을 수 없는 현실과 현상 앞에 놓은 답답함과 무기력함이 존재하기도 했다. '더 이상 하지 못할 것 같으니 여기까지만 하는 게 어떨까!'하는 일종의 체념이랄까? 물론 음반에 담긴 모든 곡이 전부는 아니지만 나를 포함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느끼는 현실에 대한 체념을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싶었고, 이번 앨범에서 가장 묵직하게 다가서는 노래가 '이상한 나라의 폴'이다."       

 스위트피 김민규

스위트피 17년, 마지막 여정이 담긴 앨범 <그걸로 됐어> LP 버전.ⓒ 문라이즈


- 독특한 형태로 이번 앨범을 발매했다
"LP로만 발매를 했고, 음원은 4곡만 정식으로 공개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LP를 듣는 분들이 늘어나는 추세고 나 역시 아날로그 사운드로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발매방식을 선택했다. 물론 CD도 발매하고 음원도 다 공개하자는 유통사와 팬들의 의견도 있다. LP 안에는 MP3로 전곡을 무료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는데, 스위트피의 음반을 구매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웃음)"

- 이전 스위트피 앨범들도 LP로 공개했던데?
"2집 <하늘에 피는 꽃>과 1집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를 재작년 9월과 작년 7월에 발표한 바 있다. '내가 할 일들은 다 했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보람도 느꼈다. 많은 국내 앨범들이 LP로 발매되고 있지만, 시작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해 인내심이 요구된다. 중학교 때부터 사모아 들었던 LP들이 지금 이 사무실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LP는 음악인으로서의 내 삶에 활력소다. 스위트피 3집 <거절하지 못할 제안>도 LP로 만들고 싶다."

- 작년에는 드라마 음악감독으로 첫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설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류준열ㆍ황정음씨가 주연을 맡았던 <운빨 로맨스> 음악감독 제안을 받았다. 처음 접해보는 일이라 결정을 앞두고 고민도 많았지만, 연출 감독님이 편하게 곡들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셔서 무척 행복하고 즐겁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다."

 스위트피 김민규

데뷔 20년, 김민규의 음악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다ⓒ 문라이즈


- 올 8월이면 대중음악계 데뷔 20주년이 된다
"벌써 그렇게 되나? (웃음) 돌이켜 보니 다양하게 이것저것 많이 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특히 LP 발매작업을 2~3년간 하면서 지난 시간에 대한 감회가 남다른데, 오랫동안 기억될 음악 기록물을 남기면서 점점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고충도 많아짐을 체감하고 있다. 내 손을 거쳐 간 모든 작품과 앞으로 만나게 될 창작품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아끼는 곡과 앨범이 있다면?
"여러 작품을 발표해 왔지만 모든 앨범에 담긴 마지막 트랙을 아끼고 좋아한다. 내 관점에서는 항상 파격적 음악을 끝 곡으로 대미를 장식할 수 있었다는 자긍심이 있다. 앨범으로는 2011년 9월에 나왔던 델리스파이스 7집 <오픈 유어 아이즈(Open Your Eyes)>다. 곡과 곡 사이의 연결도 참 좋았고, 응집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 델리스파이스의 데뷔앨범은 가요계 명반으로 손꼽힌다. 현시점에서 작품을 평가해달라
"지금 들으면서 가사만을 음미해보더라도 '참 거침없구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인가 터져 나오려 한다'는 느낌도 든다. 20대 뮤지션들이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 후배음악인, 뮤지션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음악적 시도를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가끔 나이어린 후배들과 연주할 기회가 생기는데 형식과 틀에 너무 얽매여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젊을 때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누가 뭐라 하던 간에 자기주장대로 자유롭게 펼쳐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앞으로 어떤 곡들을 만들어 나가고 싶나?
"앨범 표지에 등대가 있다. 등대의 불빛이 어디론가 가야 할 길을 이끌어 주듯 이번 음반의 노래들이 사람들에게 위로로 다가갔으면 한다. 앞으로도 나 스스로 위로가 되는 곡들을 만들어 나가고 싶고, 그 음악을 듣는 분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상반기에 계획 중인 음악 프로젝트가 있다면?
"드라마 음악을 하면서 실력파 재즈 트리오 클로저(Trio Closer)를 만났고 기억에 남을만한 곡 작업을 했다. 그래서 아마도 올 상반기에는 트리오 클로저와 더불어 재즈 장르의 곡을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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