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계 아이돌' 고예림 선수

'배구계 아이돌' 고예림 선수ⓒ 박진철


이런 꼴찌 팀은 없었다. 고춧가루 부대라고 말하기조차 애매하다. 마치 우승을 다투는 팀처럼 기세가 매섭다.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의 막판 반란이 2016~2017 V리그 순위 싸움을 더욱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다.

도로공사는 2일 현재 정규리그 6위다. 그러나 최하위 팀 성적으로는 역대급이다. 현재까지 10승 18패(승점 29). V리그 출범 이후 최하위 팀이 기록했던 승수 중 최고다. 지금까지 최하위 팀의 최고 성적은 2011~2012시즌 GS칼텍스가 기록한 10승 20패(승점 33)다. 최하위 팀의 경우 3~5승으로 그친 사례가 많았다.

어쩌면 최하위마저 조만간 탈출할지 모른다. 오는 5일 GS칼텍스(10승18패·승점 32)와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3-1 이내로 승리할 경우, GS칼텍스를 6위로 끌어내리고 5위로 뛰어오른다. 승점은 같지만, 승수에서 앞서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무서운 상승세다. 보통 꼴찌 팀의 경우 리그 막판으로 갈수록 동기 부여가 사라지면서 맥 빠진 경기가 계속 되기 마련이다. 다음 시즌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백업 멤버를 주로 기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도로공사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우승과 플레이오프를 놓고 살얼음판 경쟁을 펼치는 팀들을 '도장깨기'하듯 차례차례 무너뜨리고 있다.

강팀들 도장깨기, '탈꼴찌' 눈앞

지난달까지만 해도 도로공사는 희망이라는 단어조차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최악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창단 첫 V리그 우승이라는 숙원을 달성하기 위해 구단이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기에 실망감은 더욱 컸다.

도로공사는 김종민 전 대한항공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혀 분위기 쇄신을 꾀했고, 국가대표 센터 배유나를 FA로 영입하며 정대영과 막강 트윈 타워를 구축했다. 공격진 강화를 위해 IBK기업은행과 트레이드를 통해 최은지, 전새얀까지 데려왔다.

그러나 팀 전력의 핵심인 외국인 선수에서 헝클어졌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던 시크라(28세·192cm)와 재계약을 했지만, V리그 개막을 코앞에 두고 허리 부상으로 팀을 떠나버렸다.

어쩔 수 없이 대체 외국인 선수를 물색했고, 케네디 브라이언(24세·185cm)을 영입했다. 그러나 팀에 녹아들지 못하면서 성적은 최하위를 맴돌았다. 설상가상으로 왕따 논란까지 불거져 선수단 전체가 큰 상처를 입었다.

결국 도로공사는 브라이언마저 교체를 단행하고, 지난 12월 19일 힐러리 헐리(29세·184㎝)를 새로 영입했다.

그런 혼란 속에서 팀의 연패는 계속됐다. 지난 12월 7일에는 팀 역사상 최다인 9연패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1월 말까지도 6연패를 기록하는 등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월 12일 GS칼텍스에 승리한 이후 내리 5연승을 달리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 싸움이 치열한 KGC인삼공사와 현대건설를 연파하며 고춧가루를 팍팍 뿌려댔다. 1일에는 살얼음판 우승 경쟁 중인 IBK기업은행마처 격침시켰다.

'붙박이 레프트 주전' 우뚝... 시간이 야속하다

도로공사의 막판 상승세의 주역은 단연 고예림(24세·177cm)이다. 5연승 기간 동안 붙박이 주전 레프트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이전까지는 선발 명단에 들지 못하거나, 선발로 나왔다가 부진해서 교체되는 일이 잦았다.

고예림은 강릉여고 출신으로 2013년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KGC인삼공사에 지명됐다. 그러나 곧바로 도로공사로 옮겼다. 도로공사가 인삼공사와 트레이드로 1라운드 지명권을 양도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3~2014시즌 V리그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특히 걸그룹 아이돌 못지않은 미모와 백옥 같은 피부 때문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자주 오르내리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올 시즌에는 팬 투표로 5만6천 표가 넘는 놀라운 득표를 기록하며 첫 올스타에 뽑히기도 했다.

그러나 고예림은 팀 내에서 좀처럼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이는 도로공사 부진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도로공사의 레프트진은 고질적이고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레프트 자원은 많지만 실력이 고만고만하다는 게 문제다. 확실한 주전감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경기마다 기복이 발생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고예림은 올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지난해보다 여러 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실력과 함께 주전 레프트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공격력은 파워·스피드가 강화됐고, 노련미까지 붙었다. 리시브·디그 등 수비력도 한층 안정감이 생겼다.

특히 최근 5연승 기간 동안 고예림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매 경기 10득점 이상을 기록하며, 평균 득점이 14.2에 달했다. 리시브 점유율도 팀 내 가장 높은 38%대였지만, 잘 버텨냈다. 디그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여기에 헐리가 외국인 선수로서 중요 고비마다 결정력 높은 공격력을 선보이면서 활력을 불어넣었다. 정대영과 배유나의 트윈 타워도 정상 가동됐다. 국가대표 세터 이효희도 자신의 기량을 되찾으며 팀을 잘 조율했다.

도로공사에게 가장 아쉬운 건 시간이다. 이제 남은 경기가 고작 2경기뿐이다. 최상의 경기력을 더 보여주고 싶어도 기회가 별로 없다. '진작 이렇게 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예림의 눈부신 성장은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고예림이 인기를 실력으로 전환해가는 속도에 비례해 도로공사의 순위도 상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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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민주주의와 생활정치연대(www.cjycjy.org) 정책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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