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구단이라고 각광받는 두 스페인 구단,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지역시민들로 이루어진 조합원(Socio)이 대표를 선출하고 구단을 직접 경영하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지난 1월 21일, 부산지역을 연고로 한 '시민참여형협동조합구단' 부산 FC가 창단을 알리면서 이제 협동조합시스템을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부산FC의 김민철 팀장을 만났다.

부산FC 김민철 팀장 부산FC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민철 마케팅 팀장. 누구보다 부산FC를 사랑하는 그에게 진심이 담긴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 부산FC 김민철 팀장 부산FC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민철 마케팅 팀장. 누구보다 부산FC를 사랑하는 그에게 진심이 담긴 이야기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 김병학


좌절을 거두는 풀뿌리 구단

U12(초등부)부터 성인부까지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선수만 2만9750여 명. 그 중 우리가 흔히 보는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의 선수는 815명이다. 그 800여 명 군에 속하기 위해 나머지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밤낮을 훈련에 매진한다. 하지만 더딘 기량 발전에, 원치 않은 부상에 많은 선수들이 좌절을 겪기도 한다.

부산 FC는 이러한 선수들을 위해 창단되었다. 그러다 이젠 그 선수들을 위해 약간의 욕심을 부리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꿈을 접어야 하는 축구선수들을 위해 지금 구단을 총괄하고 계신 손원우 총괄본부장님께서 부산 FC를 만들었어요. 초창기 FC의 약자를 'Football Collage'로 칭한 것도 그러한 이유죠. 그런데 점점 선수들이 하나 둘씩 모이고, 도와주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다 보니 진짜 구단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FC를 'Football Club'으로 바꾸고 K3에 참여하게 된 거죠."

그렇게 선수들은 좌절의 끝자락에서 부산 FC가 내미는 재기의 손길을 잡고 다시 일어섰다. 스페인 유스 출신 선수, J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 유럽 리그를 전전하다 돌아온 선수 등 각자 나름의 사연을 품고 부산 FC에 입단했다. 선수들 모두 좌절을 한번씩 맛봤기에 그만큼 온 힘을 다해 축구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끼고 왔다.

"풀백으로 뛰고 있는 한섭이는 정말 연습 경기 때에도 죽을 힘을 다해 뛰어요. 가끔씩 보면 윙어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리고 세르비아 리그에서 뛰다가 여기로 온 영로는 자신의 우상인 다비드 루이스를 닮고 싶어서 헤어스타일까지 똑같이 바꿨다니깐요(웃음)."

부산FC 깃발 부산FC의 엠블럼이 깊게 박힌 깃발. 부산의 상징인 파랑과 열정의 빨강을 담았다.

▲ 부산FC 깃발 부산FC의 엠블럼이 깊게 박힌 깃발. 부산의 상징인 파랑과 열정의 빨강을 담았다. ⓒ 김병학


후원, 그 이상의 '애정'

'시민참여형 협동조합구단'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부산 FC의 운영금은 오로지 부산시민들의 후원금으로만 채워진다. 시 지원금을 받지 않고 시민 후원금으로만 구단이 운영되는 곳은 부산FC가 유일하다. 부산시민 600명에서 7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 CMS와 권영희 회장이 대표로 있는 부산FC 후원회에서 대부분 후원금을 마련한다. CMS의 경우, 매달 5천 원에서 5만 원 정도의 금액만 부산 FC에게 후원한다면 곧바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럼 부산 FC의 회원권 발급을 비롯하여 홈 경기 입장권 무상지급, 부산 FC 가맹점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후원과 혜택을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시민과 구단은 각별한 사이가 된다. 자신의 후원금으로 구단이 운영되는 모습을 보며, 또 직접 경영권에 참여를 하며 '나의 구단'이라는 애정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번에 3월 11일에 광주대와의 FA컵 1라운드를 통해 구단 첫 홈경기가 펼쳐지게 됐어요. 사실 우리 쪽에서 가용할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첫 홈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었는데, 이때 후원회에서 선뜻 먼저 자원봉사 차원으로 경기 진행을 도와준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너무 고마웠죠."

부산FC의 홈구장 부산 FC의 홈구장인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 ’. 3월 11일 이곳에서 역사적인 첫 홈경기가 열린다.

▲ 부산FC의 홈구장 부산 FC의 홈구장인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 ’. 3월 11일 이곳에서 역사적인 첫 홈경기가 열린다. ⓒ 김병학


시민들이 이렇게 진심 어린 애정을 보여주니 부산 FC 역시 시민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밖에. 김민철 팀장은 "시민들의 후원금을 정말 황금처럼 다루게 된다"고 말한다.

"시민들의 도움을 누구보다 감사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후원금을 정말 필요한 곳에만 쓸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어요.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의 지출내역을 모든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입니다."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부산 FC는 추후에 시민들을 위한 축구 교실, 구단 MD상품 판매 등을 통해 구단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한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후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구단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도 찾는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이 모든 것들이 시민들을 위한 과정"이라며 "하루빨리 부산 FC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시민들이 '후원 잘했네'라고 말할 수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찬호 같은 구단이 되고 싶습니다"

선수 모집부터 운영에 대한 틀까지 부산 FC는 K3리그에 대한 준비를 조금씩 끝내가고 있다. 얼마 전엔 경주에 가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준비에 대한 결과는 26일에 열린 개막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중랑축구단과의 구단 첫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우리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상대의 노련함을 이기지 못해 동점골을 내준 것은 정말 아쉬웠어요. 하지만 시즌 전 준비한 대로 선수들이 잘 싸워줬고 구단 첫 승점도 획득했으니 만족합니다. 이제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 경기엔 더 좋은 모습으로 팬들께 보답해야죠."

실질적으로 부산 FC가 바라보고 있는 경기는 바로 광주대와의 FA컵 1라운드다. 구단 첫 홈경기라는 부산 FC에겐 역사적인 경기이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보는 눈 앞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김민철 팀장은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어요?"라며 FA컵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부산 FC는 올 시즌에 대한 목표도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지금은 아무래도 창단 후 처음 맞이하는 시즌이다 보니 크게 욕심을 내지 않았다. 올 시즌 리그의 최종 목표는 '5강 플레이오프 진출'이고 FA컵은 '축구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구단과의 맞대결 성사'이다. 김 팀장은 "이게 저희가 세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목표"라며 "그래도 어드밴스 리그로 가면 정말 좋죠"라며 웃었다.

하지만 부산 FC의 최종 목표는 어느 구단보다도 원대하다. '부산'이라는 도시를 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단으로, 또 시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구단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김민철 팀장 구단의 포부를 얘기할 땐, 어느 때보다 목소리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 김민철 팀장 구단의 포부를 얘기할 땐, 어느 때보다 목소리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 김병학


"지금은 부산하면 '롯데자이언츠'가 떠오르잖아요.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부산시민들이 예전 대우로얄즈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거든요. 좋은 성적을 내서 부산시민들이 그리워하는 그때 그 시절을다시 한번 재현하고 싶어요. 그럼 IMF 시절 때 온 국민이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며 힘을 냈던 것처럼, 부산시민들도 우리의 경기를 보며 커다란 힘을 얻고 가지 않을까요?"

오로지 시민들의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구단을 만든다는 것.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지만 어느덧 첫 리그 경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시민들을 위해, 또 선수들을 위해 밤낮없이 리그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는 그들. 결과가 어떻든 간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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