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오마이스타는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리더의 조건'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아직도 청와대를 점거하고 있는 그 분은 조만간 '전직 대통령'이자, 역사에 전무한 '탄핵'으로 쫓겨난 대통령이 되겠지요. '대통령'이란 직위가 만들어진 이래 우리의 현대사는 늘 '대통령'으로 인한 정치 사회적 고통의 역사였습니다. 추운 겨울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열망은 그런 현대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분,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민주 국가의 '국민으로 부터 위임받은 권력'임을 착각하지 않는 분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지금 청와대를 점거한 분이 병원에서 쓴 '가명'이 길라임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지요. 심지어 기사화된 내용에 의하면 저녁 6시 이후에는 거의 약속을 잡지 않고 예능 출연진을 외울 정도로  TV 시청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지요.

특히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다던데, 그 사람 귀에는 지난해 시청률 40%를 넘기며 국민적 호응을 얻은  <태양의 후예>의 '국가, 국가가 뭔데, 국민의 생명과 최우선으로 하는 게 국가야.(중략) 군인인 나한테는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라고 국가가 준 의무는 없으니까'란 대사는 안 들리고,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라는 대사만 들렸던 것일까요? 로맨스 드라마의 대표적 작가도 '국가'의 존재론을 들먹이는 시절에 말이죠.

그런 면에서 보면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일까요? 그럼에도 새로이 미래를 이끌어 갈 대통령이 되실지도 모를 분께 드라마 몇 편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드라마가 그려낸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 혹은 정치인들은 어떤 인물이었는지, 혹은 이 시대의 드라마들이 원하는 '리더'는 어떤 사람들인지, 몇 편의 드라마가 미래의 리더가 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피가 되고 살이 되기를 바랍니다.

드라마 속에 나온 대통령

 대물

대물ⓒ sbs


'이 나라에 태어난 게 죕니까? 우리가 나라없는 백성인가요? 국민들 목숨 하나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가 도대체 왜 필요합니까? 대한민국은 누굴 위해 존재하는 나라인가요?'

이 멋진 대사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2010년 방영된 <대물>(SBS)의 여성 대통령 서혜림(고현정 분)입니다. 드라마는 아나운서 출신의 평범한 중산층 주부였던 서혜림이 종군 기자였던 남편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려다 국회의원이 되고, 대권을 잡게 되는 내용을 다룹니다. 비록 당시 모 여성 정치인을 연상케 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잠수함에 갇힌 '우리 국민'인 군인들을 구하기 위해 중국 정상들과 담판을 벌이는 이 '담대한 여성' 대통령은 '국가의 이익보다 국민들의 안전을 우선하는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갈망을 충분히 담아내며 화제가 되었지요.

 프레지던트

프레지던트ⓒ kbs2


'대통령은 투표하는 국민이 만듭니다... 세상에 어느 정치인이 표를 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발로 뜁니까? 다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여러분들이 정치를 혐오하기 때문입니다. 투표 안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못배우고 나이든 어르신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때 지성인을 자처하는 여러분들은 애인 팔짱끼고 산으로 강으로 놀러가지 않습니까.

영어 사전을 종이째 찢어 먹으면서 기껏해야 여덟 쪽도 안 되는 선거 공보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합니다.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은 결코 보호받지 못합니다. 투표하십시오. 청년 실업자의 분노와 설움을 표, 오로지 표로써 나같은 정치인에게 보여주십시오.'

이 '영업 비밀(?)'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대통령은 바로 <프레지던트>(2011, KBS2)의 주인공 장일준(최수종 분)입니다. 이 드라마는 일본 작가 가와구치 가이지의 <이글>을 드라마화 작품으로, 인권 변호사 출신의 3선 의원인 장일준이 경선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강일준의 강고한 권력 의지를 현실감있게 그려내며 '권력'의 정점으로서의 대통령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특히 인권 변호사 출신의 주인공은 '한국판 오바마'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 등 '연상되는 인물'을 두고 화제가 되었으며, 2화 선거 독려 연설은 선거 때마다 회자되는 명장면이지요.

 정도전

정도전ⓒ kbs


'사서 오경을 달달 외우고 주댕이로 공맹의 말씀을 달달 왼다고 해서 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의 고통을 모르고 무의를 모른다면 머리에 똥만 가득찬 밥버러지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산다고 다 사는 것입니까? 사람답게 살아야지요. 그것이 우리가 이루고자 했던 대업입니다.'

<프레지던트>의 작가 중 한 사람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정현민씨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정현민 작가의 작품 속 '정치'상황은 그 어떤 드라마 속 정치보다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그 '야생'의 정치 현장 속에서 '리더'의 자리를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정 작가의 2014년작 <정도전>(KBS)을 권합니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 이상주의자 정도전이 고려의 정계와 조선의 건국을 통해 자신의 이상과 야심을 어떻게 변화시켜가는가를 볼 수 있습니다.

 어셈블리

어셈블리ⓒ kbs2



'여보세요! 저 시의원 아닙니다. 구의원 아닙니다. 국민들 전체를 생각해야 되는... 그런 국회의원입니다. (중략) 국회의원이 처음 되면요. 처음 돼서 하는 선서가 있는데 거기 뭐라고 써져 있냐면...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국가의 이익에 우선! ... 양심! 이 세 가지가 골자예요... 저요, 지역 이기주의에 앞장서는 영업 사원 아닙니다. 저요, 나라 전체와 국민을 생각하는 그런 진짜 국회의원, 정말 국민들 앞에 떳떳할 수 있는 그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어째서 부자를 돕는 것은 투자라 하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합니까. 네, 패자들에게 두번 째 기회를 주는 게 어떤 투자보다도 더 가치있는 투자라고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최선을 다한 패자들, 그런 사람을 보듬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는 더 따뜻해 질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정도전>이 역사를 통해 '정치' 현실을 그려냈다면, 2015년 <어셈블리>(KBS)는 '정치'에 좌절하는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드라마입니다. 정현민 작가는 '경상도 전라도 붙이고, 잘 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 붙이고, 승자도 패자도 붙이는' 용접공 출신의 정치 이상주의자 진상필(정재영 분)을 통해 '정치의 희망'을 빚어냅니다.

현실로 끄집어내고 싶은 드라마 속 멋진 리더들

 미생

미생ⓒ tvn



'이왕 들어왔으니까, 어떻게든 버텨 봐라.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니까.'

2014년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미생>(tvN)은 우리 시대 '미생(未生)'인 직장인들의 삶, 그 중에서도 특히 조직과 사회 속에서 늘 발 걸려 넘어지는 젊은 청춘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2014 최고의 화제작이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장그래를 비롯한 사회에 첫 발을 딛은 직장 초년생들과 함께 대리, 과장 등의 회사 내 직위 별 인물 군을 생생하게 그려내 화제가 되었지요.

그 중에서도 배우 이성민이 분한 오상식 과장은 징계당할 후배를 위해 머리를 조아릴 줄 알며, 하다못해 자기 팀원을 괴롭히는 다른 팀원에게 소심한 복수를 해주는,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선배로 환영받았습니다. 또한 내세울 만한 스펙 하나 없는 신입 직원에게 기꺼이 기회를 주고, 그 후배의 제안에 기꺼이 귀를 기울여 주고, 기존의 틀을 깬 사업 제안 등에 '옳다'고 해주는 대안적 리더의 전형으로 주인공보다 더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박수쳐 응원했던 오상식 과장과 같은 '리더' 어떤가요?

 낭만 닥터 김사부

낭만 닥터 김사부ⓒ sbs


'열심히 사는 것은 좋은데 못나게는 살지 맙시다. 사람이 뭣 때문에 사는지 그건 알고나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의사는 한 생명을 집도하는 서전이라면, 그 생명과 맞먹는 책임감도 어깨에 지고 가는 거야.' 

'불평등의 시대, 불만과 불신이 가득찬  시대, 돈때문에 울고 웃는 시대 속에서 여전히 사람답게 사는 '낭만'을 외치는 이름부터 '사부'인 <낭만 닥터 김사부>(SBS)는 2016년 말과 2017년 벽두를 위로한 '리더'입니다. '출세가 만능이고, 아픈 이들의 상처를 외면하는' 시대, 세상에 대한 가장 무서운 저항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거'라 말하는 리더는 어떤까요? 또  이 시대에 사라져가는 '인간다움'을 '낭만'이라면서도 그 마지막 낭만을 부여잡는 넉넉한 리더는요.

 송곳

송곳ⓒ jtbc


'패배는 죄가 아니요. 우리는 벌을 받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고. 우리는 달리기를 하는 게 아니라 삶을 사는 거라고. 우리는 패배한 게 아니라 단지 평범한 거라고. 우리의 국가는, 우리의 정치 공동체는 평범함을 벌주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란 말입니다.'

지난 2006년 철수한 까르푸 한국 매장의 노조 설립 과정을 다룬 최규석 작가의 동명 만화 <송곳>이 2015년 JTBC를 통해 방영되었습니다. 드라마는 고지식한 이수인 과장(지현우 분)이 상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판매원들의 해고에 반대하며 노조 설립을 주도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드라마는 '분명 하나 쯤은 뚫고 나오고야 마는,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도 모를 공포 속에서도 기어이 한 발을 내딛고 마는 인간형을 '송곳'으로 상징하며, 그런 송곳같은 인물들이 모여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사는 데가 달라지면 사람도 달라진다면서도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의 비겁을 뚫고 여전히 현장을 지키는 '유연하지만 원칙을 잃지않는' 구고신(안내상 분) 상담소장과, '송곳'처럼 날카롭지만 늘 인간의 믿음과 신뢰에 대해 고민하는 노조 지도자 이수인은 부도덕의 시대를 뚫고 나갈 '리더'의 또 다른 전형이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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