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건>의 세계에서, 많은 뮤턴트 동료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영화 <로건>의 세계에서, 많은 뮤턴트 동료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2029년. 로건(휴 잭맨 분)은 여전히 고독하다. 그 많던 동료들은 어디론가 떠났고, 로건 곁의 돌연변이는 아흔 즈음 찰스(패트릭 스튜어트 분)와 칼리반(스테판 머천트 분)뿐이다. 인간과 더불어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고자 했던 프로페서X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지구상 최고의 뇌를 지녔던 찰스는 이제 약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골칫거리 돌연변이 노인이 되어 수시로 발작을 일으키고, 그 때마다 주변 사람들을 마비시키며 치명적 위협을 가한다. 로건은 인간과 공존할 수 없는 돌연변이의 처지를 새삼 확인했다. 외딴 곳에 숨어 지내는 로건 일행의 삶은 인간들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자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감금하는 것이다.

영화 <로건>은 엑스맨 시리즈의 디스토피아 버전 번외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계에는 최근 25년 동안 단 한 명의 돌연변이도 새로 태어나지 않았다. 로건 일행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돌연변이의 마지막 생존자인지 모른다. 가장 비극적인 건 로건이 더 이상 영생불사의 몸이 아니란 점이다. 그는 눈에 띄게 늙었고, 상처를 급속도로 치유하는 특유의 '힐링팩터' 능력도 예전같지 않다. 짐승처럼 수많은 적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엑스맨들의 선봉에 서 온 로건은 이제 인간들의 추적을 피해 일행의 안위를 챙기기 급급하다. 리무진 기사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는 그에게 바람이 있다면 돈을 모아 큰 요트를 사서 찰스와 함께 바다 멀리 나가 사는 것 정도다. 엑스맨의 신념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다. 더이상 잃을 것도 없고, 그래서 지킬 것도 없다.

 이런 세계에도 희망은 있다.

이런 세계에도 희망은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이런 로건 앞에 나타난 소녀 로라(다프네 킨 분)는 영화가 내미는 유일한 희망이다. 그는 돌연변이를 '통제'하려는 인간들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 대상이다. 닥터 젠더(리차드 E. 그랜트 분)는 돌연변이의 자연 발생을 막는 대신 연구소에서 로라와 아이들을 배양하고 조련해 이들을 살상병기로 이용하려 한다. 이를 안 연구소의 간호사 가브리엘라(엘리자베스 로드리게스 분)은 로라를 데리고 탈출해 로건에게 도움을 청한다. 돌연변이를 위협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그러한 인간에 맞서 이들을 구하는 것 역시 인간이다. 손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클로와 힐링팩터 능력까지 로건을 쏙 빼닮은 로라는 그렇게 로건이 지켜야할 대상이 된다. 그의 유전학적 딸이자 돌연변이의 운명을 이어갈 다음 세대로서 말이다.

만화 <엑스맨> 속에 나온 '에덴'에 가면 동료들과 재회할 수 있으리라는 로라의 기대는 어린아이답게 순수하고 막연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쫓는 용병 도널드(보이드 홀브룩 분) 일당과의 격투 장면 속 한껏 날을 세운 살기 어린 공격성은 로건의 그것과 닮아 섬뜩할 정도다. 처절한 사투 속에 무표정하게 적의 목과 가슴을 찌르고 파헤치는 액션 신들은 역설적이게도 그 이면에 위치한 로라의 고독을 조명한다. 이는 공존을 바라면서도 언제나 인간들로부터 타자로만 위치해 온 로건의 고독이자 모든 돌연변이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영화 <로건>

영화 <로건>에서 로건과 로라의 관계는 특별하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에덴을 향하던 로건 일행이 한 가족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는 영화 중반 시퀀스는 짧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특히 가족 간의 저녁 식사에 함께 자리하는 찰스와 로건, 로라는 3대 가족 구도로써 인간의 삶 속에 녹아든 돌연변이들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비춘다. 평화로운 가족의 분위기 속에서 "이런 밤을 보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는 찰스의 소감대로, 이 시간은 마음 편할 날 없던 이들에게 꿈결 같은 안식으로 잠시나마 온기를 형성한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로건은 이렇게 말한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항상 불행해져."

그렇게 <로건>은 고독할 수 밖에 없는, 고독해야만 하는 엑스맨의 숙명을 담담하게 조명한다. 오는 3월 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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