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1차전 장쑤 쑤닝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1대0 승리를 거둔 장쑤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22일 오후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1차전 장쑤 쑤닝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1대0 승리를 거둔 장쑤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는 K리그 클래식이 2017 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첫 판에서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1무 3패. 1득점 5실점, K리그 대표로 참가한 4팀이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합작한 성적표다. 21일 E조의 울산 현대는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에 0-2로 패했고 F조의 FC서울은 상하이 상강(중국)에 0-1로 무릎을 꿇었다.

22일에는 수원이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G조 첫 경기서 1-1로 비겼다. 같은 날 H조의 제주는 최용수 감독의 장쑤 쑤닝(중국)을 홈으로 불러들여 선전했지만 경기 막판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1승도 못 챙긴 건 2013년 이후 처음

이로서 올시즌 ACL에 참가한 K리그 4팀 모두 조별리그 1차전서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K리그 팀이 ACL 조별리그 첫 경기서 1승도 얻지 못한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그나마 수원이 유일하게 기록한 1골도 가와사키 수비수 쇼고의 실수로 인한 자책골이었다. 첫 경기라도 하지만 K리그 4팀이 동반 무승도 모자라 자력으로 한 골도 넣지 못한 것은 우려를 자아낼 수밖에 없다.

K리그는 지난해 ACL 우승팀인 전북 현대가 심판 매수 파문으로 인하여 올시즌 출전자격을 박탈당하면서 출발부터 좋지 않은 조짐을 드러냈다. 최근 10여 년간 두 번의 우승을 비롯하여 7년연속 ACL 본선에 출전한 단골손님이자 K리그에서 가장 두터운 전력을 자랑하던 전북의 공백은 큰 악재였다.

울산이 전북의 대타로 합류했지만 갑작스럽게 돌아온 ACL을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김도훈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울산은 가시마전에서 내용상 선전했지만 세밀함과 골결정력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전북에서 가시마로 이적한 골키퍼 권순태의 선방쇼를 뜷지 못했고 한승규의 결정적인 득점찬스가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도 있었다.

K리그 우승팀 FC서울은 아드리아노·다카하기 등이 떠난 공백과 주전라인업의 노쇠화가 두드러진다. 상하이전에서는 36세가 된 노장 외국인 공격수 데얀이 결정적인 PK 찬스를 실축한 게 뼈아팠다. 

수원 역시 중원의 핵심이던 권창훈(디종)이 이적한 데다 몇 년간 저조한 투자로 인하여 스쿼드가 얇아졌다. 가와사키전에서 공수 모두 답답한 모습을 노출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던 수원이지만 시즌 첫 경기에서 행운이 따른 무승부로 원정에서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승점을 챙긴 것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그나마 알찬 전력보강에 성공한 팀은 제주 유나이티드 정도였다. 실제로 제주는 경기 내용만 놓고보면 조별리그 1차전에 나선 K리그 4팀 중 가장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마무리의 세밀함이 떨어지는 아쉬움은 울산-서울과 마찬가지였지만 빠른 패스와 적극적인 전방 압박은 중국 슈퍼리그와 FA컵 준우승팀 장쑤 쑤닝을 괴롭히기 충분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 집중력이 떨어지며 뼈아픈 실점을 허용한 게 옥의 티였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상대 크로스였음에도 볼에 시선이 쏠리느라 상대 선수를 놓쳤다. 아무래도 6년 만에 아시아 무대에 복귀한 제주로서는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을 확인한 셈이다.

중국 클럽 실력 얕봐서는 안 돼

물론 K리그가 아직 시즌 개막 전이라 각팀의 조직력과 경기감각이 아직 충분히 다듬어지지 못한 탓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K리그의 투자가 주춤하는 사이에 경쟁팀들의 전력은 더욱 높아진 것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을 영입한 중국 클럽들은 물론이고 일본 클럽들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1차전에서 해결사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결승골을 넣은 헐크(상하이)나 하미레스(장쑤)처럼 결국 고비에서 해줘야 할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한 것이 K리그 구단들과의 결정적 차이였다. '황사 머니'를 등에 업고 엄청난 몸값을 받는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결코 거품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22일 오후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1차전 장쑤 쑤닝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장쑤 최용수 감독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22일 오후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1차전 장쑤 쑤닝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장쑤 최용수 감독이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또한 K리그를 격파하는 데 '한국파'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것도 내심 뼈아픈 대목이다. 장쑤의 사령탑인 최용수 감독은 지난해 중반까지 FC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해 전북의 ACL 우승 주역인 권순태(가시와)와 수원의 수호신이던 정성룡(가와사키)은 이제 일본 클럽의 수문장이 되어 K리거들의 득점 찬스를 잇달아 저지했다.

예전보다 ACL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되며 조별리그부터 죽음의 조가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첫 단추부터 잘못 꿴 K리그 클럽들은 조별리그 통과가 상당히 험난해질 전망이다. ACL 조별리그 2차전은 오는 28일과 다음달 1일에 재개된다. 첫 경기에서 체면을 구긴 K리그 팀들의 명예회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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