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핵소 고지> 포스터.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 꽤 무겁다.

영화 <핵소 고지> 포스터.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 꽤 무겁다. ⓒ 판씨네마(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 영화 <핵소 고지>가 22일 개봉했다. <아포칼립토>이후 10년만에 멜깁슨이 감독 자리에 앉았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앤드류 가필드가 주인공 데스먼드 도스 역을 소화했다.

4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됐고, 북미에서 지난해 11월 4일에 개봉했다. 함께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와 <트롤>에 밀려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하였고 현재까지 북미에서 총 6678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12월에 개봉한 중국에서는 호성적을 거두며 6212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현재 전세계 극장수입은 1억7488만 달러이다.

주인공 앤드류 가필드는 22회 크리스틱 초이스 액션영화 남우주연상과 37회 런던비평가 협회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미국 아카데미에도 감독상,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병사의 신념 그리고 사랑

세계 1차대전 참전용사지만 알콜 중독자이자 전쟁 트라우마에 빠져사는 아버지 톰 도스(휴고 위빙) 때문에 힘든 어린시절을 보낸 데스몬드 도스(앤드류 가필드). 일본과의 전쟁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군에 자원입대하던 시절 데스몬드는 병원에서 아름다운 간호사 도로시(테레사 팔머)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뒤로 하고 비폭력주의자인 데스몬드는 총을 들지 않아도 되는 의무병으로 자원 입대한다. 하지만, 총을 들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인해 군대 필수 훈련인 총기 훈련마저 거부하며 군과 동료들의 비난을 받는다.

외롭고 기나긴 사투 끝에 데스몬드 도스는 무기 없이 전쟁에 참전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치열했던 오키나와 전투에 맨몸으로 참전하게 된다. 핵소 고지 위에서의 격렬한 총격전 속에서 후퇴 명령이 떨어졌지만 데스몬드 도스는 홀로 남아 일본군을 피해 부상당한 동료들의 목숨을 구한다. 

피가 낭자하고 폭력적인 영상 속에 용기와 애국심 그리고 자신의 신념 확고히 지켜나가는 주제는 멜 깁슨이 연출한 영화(<브레이브 하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아포칼립토>)들에서 끊임없이 펼쳐진 바 있다. 이런 그의 특색은 이번 영화 <핵소 고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핵소 고지>는 전쟁 영화인지 슬래셔 무비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극도의 폭력성 보여주며 끔찍한 전투 장면을 포함하고 있다. 덕택에 전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폭력주의자 도스의 구조 장면들은 고통의 비명과 사지가 찢기고 내장이 널브러진 시신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그런 그의 영웅적인 행동은 이런 참혹한 전장과 극도로 대조되어 더욱 빛을 내며 영화가 내포한 비폭력, 용기, 애국심, 동료애 그리고 신념에 대한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시킨다.

멜 깁슨의 연출만큼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

 주인공 앤드류 가필드의 호연이 돋보인다.

주인공 앤드류 가필드의 호연이 돋보인다. ⓒ 판씨네마(주)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한 멜 깁슨의 연출 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주인공 앤드류 가필드는 국가적 전쟁영웅 도스로 분해 뜨거운 신념과 동료애를 발산하며 뭉클한 감동을 전달하는 섬세한 내면 연기와 리얼한 전쟁 액션까지 소화했다. 특히 '한 명만 더, 한 명만 더'를 되뇌며 혼자서 동료들을 전장에서 빼내는 초인적인 장면은 감동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데스몬드 도스의 아내이자 그의 용기를 북돋아주는 도로시 역을 맡은 테레사 팔머도 예쁜외모만큼이나 단아하고 단단한 연기로 주인공 앤드류 가필드 연기에 촉매제가 되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역시 실존 인물 글로버 대위역의 샘 워싱턴은 도스와는 다른 신념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지휘관의 매력을 발산하며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그동안 수다쟁이 코믹 배우 이미지가 강했던 빈스 본도 하웰 상사를 맡아 진중하고 카리스마있는 연기로 인상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도스의 인생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의 아버지 톰 도스를 연기한 휴고 위빙은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알콜중독자에서 누구보다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멋진 아버지의 연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을 넘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바로 기적같이 놀라운 실화에 있다. 데스몬드 도스의 실제 스토리에는 흥미로움과 감동 그리고 딜레마까지 담겨 있다.

우선 데스몬드 도스의 상황은 다소 난감하다. 그의 상황은 징집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과 상황이 다르다. 엄밀히 말해서 도스는 징집을 거부한게 아니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아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양심적 조력자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그는 비폭력주의자 임에도 전쟁통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자원입대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겠다며 총을 잡길 거부하고 안식일엔 쉬겠다고까지 한다.

총을 들지 않고 전쟁터에 나가겠다는 군인을 군대는 받아들여야 할까? 실로 난감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주위의 멸시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신념과 나라를 지키기 위한 의무병의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그의 진심을 이해한 군도 결국의 그의 선택을 존종한다. 그리고 핵소 고지에서 그는 후퇴명령에도 불구하고 홀로남아 포화와 일본군을 피해가며 75명의 동료를 구해내며 감동적이고 기적같은 실화를 만들어낸다. 결국 그는 총을 들지 않은 군인 최초로 미국에서 군인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이자 미군 최고의 영예로 불리는 '명예의 훈장'(Medal of Honor)을 받았다. 이 매력적인 실화가 영화의 진짜 힘이다.

비하인드 <핵소 고지>
 전장에서 도스에게 힘이되어준 연인 도로시와 성경책

전장에서 도스에게 힘이되어준 연인 도로시와 성경책 ⓒ 판씨네마(주)


도스가 구했다는 75명의 수치는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도스는 얼마나 많은 목숨을 구했냐는 질문에 약 50명을 말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100명에 가까웠다고 증언했고 약 75명에 상호 동의했다고 한다.
멜 깁슨 감독에 따르면 데스몬드 도스의 외아들인 '데스몬드 주니어'의 동의 하에 앤드류 가필드를 캐스팅했고 그는 아빠를 정확하게 묘사한 그의 연기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버라이어티 (Variety)> 기사에 따르면 이 영화는 기획에서부터 제작까지 14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많은 영화제작자들이 1950년대부터 이 이야기를 사려고 했지만 데스몬드 도스는 영화화에 관심이 없었고 그의 이야기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로 변하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핵소고지>에서 감독 멜 깁슨의 아들 마일로 깁슨이 럭키 포드역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이 영화는 2016년 9월 베니스 영화제에서 9분 48초의 기립 박수를 받았는데 멜 깁슨이 스스로 시간을 쟀다고 한다.

데스몬드가 군에 입대할 때 도로시가 자신의 성경책을 주면서 사무엘 상 17장에 자기사진을 끼워 넣는다. 사진을 끼워 놓은 곳은 바로 구약의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이다. 칼과 무거운 갑옷을 거절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골리앗과 맞서 싸워 이겨 나라를 구한 작은 소년 다윗의 모습은 총을 거절한 채 전쟁이란 골리앗에 맞서 싸워 나라를 구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핵소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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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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