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혹은 때때로 조우하게 되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뇌리를 스치고 가는 영화 대사들이 있다. 본인을 '시네필(cinephile)'로 규정하고 있는 독자라면 외워놓고 있는 영화 대사 서른 개 정도는 있지 않을까?

물론 희망 사항이다. 심금을 울리고 짰던 대사 서너 개 정도만 외우는 사람이라도 그 감성이 남다름이니 평생의 '벗' 리스트에 올려놔도 좋을 듯하다. 지금부터라도 좋은 영화 대사 몇 개 정도의 구색을 갖춰 놓고 싶은 1인이라면, 이번에 소개할 이 명대사 리스트에 올린 것 중 몇 개를 선택해도 좋을 듯하다.

(리스트는 순위가 아니다. 몇 작품은 AFI 선정 인기 영화 대사 100위에서 발췌하였으며, 나머지는 필자의 기준이다.)

[하나] <테이큰>(Taken, 2008)

 당신의 마음을 울릴 명대사 10선.

여튼 이 분과의 통화는 조심해야 한다. ⓒ (주)스튜디오2.0


"If you let my daughter go now, that'll be the end of it. I will not look for you, I will not pursue you. But if you don't, I will look for you,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만약 내 딸을 지금 풀어준다면, 그게 끝이야. 난 당신들을 찾지도, 쫓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난 당신들을 찾을 것이고, 끝까지 쫓아서 죽일 것이다."

금발의 이(제는 60대 할배가 되어버린) 근육질의 아저씨가 딸 찾기를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다 돼간다. 그는 이제 딸도, 아내도 찾았고 이제 더는 복수 할 데 도 없을 것 같았지만 잊을 만하면 나와서는 열심히 운동하고 싶게 만든다.

[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 1997)

 당신의 마음을 울릴 명대사 10선.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로 빛나던 작품이다. ⓒ 트라이스타 픽처스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당신은 내가 더 나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

때때로 내가 왜 이 정도 사람밖에 못 되는지 슬프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탐이 나서 혹은 그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이유가 여러 가지 알 수 있겠으나 이 영화에서는 전적으로 나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그녀와 함께이고 싶어서다. 잭 니컬슨의 지질한 결벽증 환자 역할이 빛이 나던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셋]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2006)

 당신의 마음을 울릴 명대사 10선.

앤 해서웨이가 멋진 몸매로 명품을 걸친 채 허영심에 대해 얘기하는 게 뭔가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지는 건 나뿐인 것인가.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I'm just one stomach flu away from my goal weight."
"내 목표 몸무게로 가기 위해서 이제 딱 배탈 한 번 남았어."

난생처음 패션지(VOGUE)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 앤디는 하고많은 날 다이어트와 거식증을 오가는 동료들에 둘러싸여 몸무게 타령을 듣는 것이 일상이다. 패션 업계의 허울에 진저리를 치던 그녀는 본인이 원했던 신문사에서 일하게 되지만 <보그>를 떠날 때의 앤디는 10킬로는 족히 빠진 몸으로 온몸에 명품을 걸치고 있다. 허영기 빼고 살자고 샤넬 옷 입은 여자가 말하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넷]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the Seven Dwarves, 1937)

 당신의 마음을 울릴 명대사 10선.

누구나 한 번쯤 거울 앞에서 외쳐봤을 그 대사.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Magic Mirror on the wall, who is the fairest one of all?"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모든 여자아이가 어릴 적 한 번쯤 해 본 짓이 아니던가. 이제는 물어보고 싶지도 않은 질문이지만 원문이 뭔지는 알고 묻자. 직역으로 보면, 누가 제일 '예쁘니(beautiful)?'가 아닌 '괜찮은, 최고(fairest)'가 된다. 이 세상에서 누가 최고니?

[다섯] <노예 12년>(12 Years a Slave, 2013)

 당신의 마음을 울릴 명대사 10선.

노예제가 사라진 지금, 여전히 '생존'만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 판씨네마(주)


"I don't want to survive. I want to live."
"난 생존하고 싶지 않아. 난 살고 싶어."

솔로몬은 나름 잘 나가던 음악가였으나 시대를 잘 못 타고난 죄로 결국 노예로 팔려가게 된다. 생존이 아닌 삶을 원했던 그는 12년 동안의 개고생 후 결국 가족과 재회한다. 노예제도가 사라진 지금, 우리는 생존 중인가, 살고 있는가.

[여섯] <헬프>(The Help, 2011)

 당신의 마음을 울릴 명대사 10선.

'is'와 'are'의 차이가 우리말 번역에서 제대로 살지 않아 아쉽다. ⓒ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You is kind. You is smart. You is important."
"넌 친절하고, 현명하고, 중요한 사람이야."

사실 이 대사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뉘앙스를 잃는다. 'You'의 'be 동사'인 'are'가 아니라 'is'를 쓰는 것은 노예 시절 미국 남부지방의 사투리 같은 것인데 주로 흑인들의 말투에서 많이 보이는 언어적 특성이다. 이 대사는 <헬프>에서 주인공인 흑인 하녀, 에이블린이 주인집 소녀를 무릎에 앉혀놓고 하는 말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하녀지만 절절한 눈빛으로 소녀에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는 이 장면은 누구나 아는 저 세 단어가 얼마나 강력한지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한다.

[일곱] <대부2>(The Godfather Part II, 1974)

 당신의 마음을 울릴 명대사 10선.

<대부>는 명작이다. <대부2> 역시 명작이다. ⓒ (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Keep your friends close, but your enemies closer."
"친구를 가까이 둬라. 그러나 적은 더 가까이 둬라."

이미 너무 많은 곳에서 패러디되고 읊어진 대사 아닌가. 친구보다 더 가까운 존재, 적. 적은 필수 불가결한 그런 것이다.

[여덟] <페노메논>(Phenomenon, 1996)

 당신의 마음을 울릴 명대사 10선.

존 트라볼타의 따뜻한 로맨스를 볼 수 있는 영화 중 하나이다. ⓒ 터치스톤 픽처스


"Would you love me for the rest of my life?"
"No. I'm gonna love you for the rest of mine."
"내가 죽을 때까지만 날 사랑해 주겠소?"
"내가 죽을 때까지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자는 여자에게 묻는다. 그리고 여자가 답한다. 존 트라볼타가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으로 나왔던 마지막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그는 엉망이 되었지만, 이 영화를 생각하면 나도 그를 위해 '열녀'로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아홉]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1995)

 당신의 마음을 울릴 명대사 10선.

케빈 스페이시는 참 성조기와 잘 어울린다. ⓒ 와이드 릴리즈(주)


"The greatest trick the Devil ever pulled was convincing the world he didn't exist."
"악마의 가장 성공적인 속임수는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세상이 믿도록 한 거요."

케빈 스페이시는 이 대사와는 반대로, 세상으로 하여금 본인이 만들어낸 카이저 소제의 존재를 믿게 하여서 탈출에 성공했다. 혹은 그의 존재를 철저히 파묻어서 마치 없는 사람처럼 속였으니 그는 악마보다 더한 악마가 아닐까.

[열] <드라큘라>(Dracula, 1931)

 당신의 마음을 울릴 명대사 10선.

영화 <드라큘라>를 'B급 영화'로 치부한다면, 당신은 영화를 잘 모르는 것이다. ⓒ 유니버설 픽처스


"Listen to them. Children of the night. What music they make."
"들어 보게, 밤의 아이들을…. 그들이 만드는 음악을."

드라큘라의 모든 대사는 성경처럼 외우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브램 스토커의 원작도 그렇고 1931년 작 영화 버전도 그렇다. 특히 드라큘라 백작이 노래하는 '악의 찬양'은 너무나도 시(時)적이고 농염해서 새벽에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자꾸만 삼키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문화 블로그, 월간 <이리>에 실렸던 글을 수정·재구성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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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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