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종가' 잉글랜드가 5부리그 팀에게 홀딱 빠졌다.

낮에는 생업을 종사하고 퇴근 후에 모여 축구를 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잉글랜드 5부리그 소속 링컨 시티가 2016~2017시즌 FA컵 8강에 진출하며 기적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

잉글랜드 프로, 아마추어 축구팀을 망라한 이 대회에서 '논 리그'(Non-League, 5부리그 이하) 팀이 8강에 오른 것은 1914년 퀸즈 파크 레인저스 이후 103년 만이다. 링컨시티는 18일(한국시간) 영국 번리 터프 무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16강 전에서 프리미어리그 소속 번리FC를 1-0으로 꺾었다.

'축구 미생' 링컨 시티, 기적을 만들다

링컨시티는 1884년 잉글랜드 동부의 중소 도시 링컨셔를 연고로 창단된 팀이다. 1900년 리그에 참가한 뒤로 4부 리그와 5부리그를 오갔다. 홈구장은 1만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경기장이다.

링컨시티는 한해 120만 파운드(약 17억 1400만 원)로 팀을 꾸리고 있다. 축구만 해서는 먹고 살기 어려운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이발사, 공장 노동자 등의 직업을 겸하고 있다. 이와 달리 FA컵 16강전 상대인 번리는 선수들의 평균연봉이 110만 파운드(약 15억 원) 되는 팀이었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몸값이 실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날 번리는 17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단 1골도 넣지 못했고 링컨은 5번의 기회 만에 번리를 무너뜨렸다.

링컨 시티의 기적 같은 승부는 경기 종료 직전에 연출됐다. 후반 44분 코너킥을 이어받은 션 라게티가 절묘한 헤딩슛으로 톰 히튼이 지키는 번리의 골망을 흔든 것. 링컨시티 선수들은 라게티를 얼싸안으며 기뻐했고, 경기장을 찾은 4000여 명의 링컨 시티 팬들은 믿기지 않는 승리에 열광했다.

잉글랜드 언론들은 '링컨 시티의 승리는 축구의 기적(Lincoln City win is football miracle)", "링컨 시티가 마법을 가져왔다(Lincoln City brought magic)"라며 링컨 시티의 승리를 일제히 전했다.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 앨런 시어러도 자신의 트위터에 "링컨시티의 승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다(Incredible). 그들은 프로페셔널했고 승리할 자격이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링컨 시티를 이끌고 있는 대니 코울리 감독도 경기 후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선수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100번 중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찬스를 감사하게도 잡았습니다.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 모두 훌륭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잉글랜드 축구판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링컨시티는 오는 28일 8강 전에 나선다. 축구 미생들이 또 한 번 유쾌한 기적을 일궈내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 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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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축구 잉글랜드 링컨 시티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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