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둘째주에 벌어진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예상치 못한 이변이 벌어졌다. 바로 바르셀로나, 도르트문트가 각각 파리 생제르맹, 벤피카에게 충격패를 당한 것이다. 경기전 승리는 파리 생제르맹, 벤피카 보다 바르셀로나, 도르트문트에게 더 쏠려 있었지만 파리와 벤피카는 그 예상을 뒤엎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결과가 잉글랜드에서도 벌여졌다. 유럽 챔피언스 리그가 16강 일정에 들어갔듯이 잉글랜드 FA컵도 16강 일정에 들어갔는데, 이곳에서 역시 객관적 전력이 약체인 팀이 이변을 만들었다. 그 경기를 더 눈에 띄게 만든 이유는 바로,  모두 1부 리그에 속한 팀이 아닌 2부, 3부, 5부 리그에 속한 팀이 1부 리그의 팀을 상대로 이변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 EPL에 속한 팀들을 상대로 작게는 무승부, 크게는 승리를 이끌었다. 

일시: 2017.02.19. 00:00(한국시간) 
장소: 존 스미스 스타디움 (허더즈필드 홈구장)
허더즈필드 0:0 맨체스터 시티


이번 주 AS 모나코를 상대로 유럽 챔피언스 리그 16강을 치러야 하는 맨시티가 2부 리그 팀에게 발목을 잡혔다. 2부 리그 팀 허더즈필드를 상대로 FA컵 16강을 치른 맨시티는, 이 날 경기에서 맨시티는 평소 주전 경쟁에 밀려 자주 나오지 못 했던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왼쪽, 오른쪽 윙어 자리에 각각 스페인 출신 놀리도, 나바스를 출전시켰다. 이 둘은 자신들보다 어린 나이인 사네, 스털링에게 밀려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 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 모처럼 선발 출전하며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졌다. 3선에 파비안 델프 역시 오랜만이 선발 출전을 하며 확실한 동기부여를 받았다. 2부 리그 팀을 상대로 나서는 경기이고 이번 주 챔피언스 리그 일정이 있기 때문에, 케빈 데 브루잉, 사네, 스털링, 실바 같은 주전 선수들은 선발 출전 시키지 않았다.

그래도 최전방에 아구에로를 포진시킨 맨시티는 이 날 경기를 손쉽게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맨시티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허더즈필드가 끌려갈 것이라는 예상은 금방 깨졌다. 전반 초반 허더즈필드는  두 차례 맨시티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후 맨시티가 대부분의 공격을 이끌었지만, 허더즈필드도 간간이 슈팅을 시도하며 일방적인 경기로 흘려가는 것을 막았다. 그렇게 전반이 0대 0으로 종료됐다. 

하프타임이 종료되고 후반전이 시작된 후에도 허더즈필드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맨시티도 골문을 위협받았다. 침묵이 이어지자 두 팀의 감독은 변화를 줬다. 허더즈필드는 팀 내 최다 득점자 카충카를 투입하며 득점도 노리겠다는 생각을 교체 카드로 드러냈다. 맨시티는 챔피언스 리그 일정을 위해 아껴 두었던 데 브루잉,사네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후 맨시티는 계속된 공격을 펼쳤지만, 허더즈필드의 골문을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결국 후반전 추가시간까지 무득점에 그친 두 팀은 8강전 진출자를 재경기를 통해 결정하게 됐다. 이 날 허더즈필드는 결코 맨시티에게 끌려다니지 않았다. 점유율이 그것을 증명해 줬다.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를 상대로 2부 리그 3위 팀이 56대 44 정도의 점유율을 가졌어갔다. 이 날 맨시티는 어쩌면 탈락보다도 더 껄끄럽게 됐다. 리그 순위 경쟁에서는 한 경기를 덜 치르냐 안 치르냐가  순위 경쟁에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맨시티는 피하고 싶었던 재경기를 치르게 됐다.  

일시: 2017.02.19. 00:00(한국시간) 
장소: 더 덴 (밀월 홈구장)
밀월 1:0 레스터시티 (득점자: 숀 커밍스 90+1)


디펜딩 챔피언의 추락의 끝은 어디일까? 레스터시티의 추락은 리그에서뿐만 아니라 컵 대회에서도 벌어졌다. 이 날 경기에서 레스터시티는 주 중에 열릴 세비야와의 유럽 챔피언스 리그 일정을 위해 주전 선수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그 대신 평소 리그에서 선발 출전을 하지 못 했던 선수들에게 맨시티같이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공격진에는 오카자키, 무사를 포진시켰고, 중원에는 멘디, 키퍼 장갑은 지엘러 에게 맡기며 1.5군 정도의 선수들로 밀월을 상대했다. 하지만, 공격진의 파괴력은 기대 이하였다. 오카자키가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고, 무사 역시 무기력했다.

오히려 밀월의 공격진들이 슈팅을 더 많이 시도했고 평점(후 스코 어드) 역시 더 높은 점수를 부여받았다. 전반전에 이어 후반 초반에도 무득점이 이어지자 레스터시티는 올브라이턴, 바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 카드 역시 득점을 일궈내지 못 했다. 이후 후반전 추가시간 레스터시티는 밀월에게 일격을 당했다. 밀월의 오른쪽 풀백 숀 커밍스가 오버래핑을 시도하여  팀 내 최다 득점자 그레고리에 도움을 받고 역전골을 성공 시켰다.

결국 경기는 1:0 밀월의 승리로 끝났다. 2004년 FA컵 결승 진출 경험이 있는 밀월이라고는 하지만, 밀월은 현재 3부 리그에 속해 있다. 어쩌면, 레스터시티 로서 FA컵 탈락이 더 좋은 결과 일수도 있다. 참가하는 대회가 하나 줄면서 리그 잔류에 더 힘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 2017.02.18. 21:30(한국시간) 
장소: 터프 무어 (링컨 시티 홈구장)
링컨 시티 1:0 번리 (득점자: 라게트 89')


번리는 1.5 군을 출전시켜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한 타 팀들과 달리 주전 선수들을 대거 출전 시키며  이변의 가능성을 원천에 차단했다. 그랬기에 두 팀 간의 경기는 두 말 없이 번리의 승리가 거의 확정적이었다. 링컨 시티는 지난 FA컵 32강전에서 챔피언십 2위 팀 브라이튼&호브알비언을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여기까지 만해도 엄청난 성과이다. 5부 리그 팀이 2부 리그 강팀을 꺾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링컨 시티는 4연승을 달리며 좋은 흐름을 가져가고 있었다. 아무리 챔피언십 강팀을 꺾고 4연승을 달리고 있다고 한들 아무리 그래도 EPL 팀을 꺾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번리는 이 날 경기에서 총 17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골로 이어진 슈팅은 단 한 골도 없었다. 링컨 시티는 번리에 슈팅 수에 3분에 1도 미치지 못하는 5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슈팅수가 득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방법도 있지만 슈팅을 해야 득점에 성공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득점에 철학이다. 슈팅을 시도해야 득점에 성공하지만, 꼭 득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링컨 시티는 5개의 슈팅 중 하나의 슈팅을 골로 연결했다. 아무리 상대 골문을 위협하고, 위력적인 공격력을 보였다고 해도 득점에 성공하는 팀이 경기에서의 승리를 가져온다. 그렇게 링컨 시티는 후반 정규시간 종료 직전 라게트의 헤딩 골로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5부 리그 팀이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 EPL에 속한 팀을 꺾는 대 이변의 결과를 만들게 됐다. 이런 기적 같은 결과가  벌어진다는 것이 축구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아름다움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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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방가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bgaon02)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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