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벨기에 주필러리그 소속의 KAA 겐트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손흥민이 후반 21분 그라운드에 나서 결과를 바꿔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토트넘이 17일 오전 3시(한국 시각) 벨기에 겐트에 위치한 게람코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 겐트와 벌인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유로파리그에서도 조기 탈락의 위기를 맞이했다.

무기력했던 토트넘

토트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유로파리그 16강 진출을 위해 총력전을 예고했다. 손흥민과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선발 명단에서 빠지기는 했지만,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 무사 뎀벨레, 카일 워커 등 주전 대다수가 선발로 나섰다.

그러나 주전 선수들의 투입으로 승리를 확신했던 탓일까. 경기는 토트넘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전반 11분 알리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상대 골문을 위협하며 선제골을 기대케 했지만, 이것이 전반전 가장 좋은 공격 장면이었다. 에릭센 대신 중앙 공격형 미드필드로 나선 해리 윙크스가 공격을 풀어줘야 했지만,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겐트의 강한 압박과 협력 수비에 토트넘 공격진은 패스를 받기 어려웠고, 패스 성공률 역시 굉장히 떨어졌다. 토트넘은 전반 중반 이후 겐트에 주도권까지 내줬다. 특히, 오른쪽 측면 미드필드로 나선 토마스 포켓은 박지성을 떠올리는 활동량을 선보이며, 겐트가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렇다 할 공격 장면 없이 전반을 마무리한 토트넘은 후반 초반 겐트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후반 3분 케인의 슈팅이 골대를 때렸고, 뎀벨레의 중거리 슈팅은 로브레 칼리니치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러나 후반전 역시, 초반의 이 장면이 사실상 마지막 공격이었다.

토트넘의 공격은 전반과 마찬가지로 답답해지기 시작했고,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는 너무나도 부정확했다. 여기에 선제골까지 내줬다. 후반 13분 겐트의 다니엘 밀리세비치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가 볼을 살짝 내줬고, 이것이 제레미 페르벳의 슈팅까지 이어지며 토트넘의 골망을 흔들었다.

선취골로 자신감이 생긴 겐트는 원정팀 토트넘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후반 20분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케니 사이에프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토트넘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10분 뒤 토비 알더베이럴트의 볼을 가로챈 밀리세비치의 슈팅은 골대를 때렸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조르주-케빈 은쿠두, 에릭센을 차례로 투입하며 공격에 힘을 더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미드필드진의 패스 성공률이 경기 내내 떨어지다 보니 이렇다 할 슈팅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겐트의 1-0 승리로 마무리됐고, 평일 저녁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은 프리미어리그 우승권 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만끽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손흥민의 '28분'

클럽의 규모와 위상에서 비교할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이날 경기는 15일 열린 PSG와 바르셀로나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과 아주 비슷했다. 토트넘 선수들의 패스는 그날의 바르셀로나처럼 부정확했고, 상대의 강한 압박에 좀처럼 전진하지 못했다.

토트넘의 공격 선봉에 나섰던 케인과 알리, 무사 시소코는 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완전히 고립됐고, 이렇다 할 공격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답답한 경기 흐름 속에 케인이 미드필드 진영까지 내려와 볼을 주고받으며 경기를 풀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알리 역시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격 기회를 만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특히, 손흥민을 대신해 선발로 나선 시소코의 부진은 너무나도 아쉬웠다. 시소코의 장기인 드리블 돌파는 겐트의 압박과 협력 수비 앞에 힘을 잃었고, 측면에서의 크로스 역시 정확도가 떨어졌다.

공격의 활로를 열어줘야 했던 윙크스는 이날 경기에서 가장 부진한 선수였다. 패스 성공률은 88%로 나쁘지 않았지만, 패스의 대부분은 자신들의 진영을 향하는 것이었다. 워커와 시소코가 위치한 오른쪽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했지만, 윙크스의 패스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이들 역시 존재감을 잃었다. 

손흥민이 후반 21분 교체 투입되며 반전을 노렸지만, 이 역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상대의 강한 압박을 피해 수비 진영에서 길게 넘어오는 볼이 많아지면서, 손흥민은 자신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후반 막판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잡아내는 듯했지만, 이마저도 오프사이드에 걸렸다. 

토트넘에게 이날 패배는 굉장히 충격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차전이 홈에서 열린다는 사실이다. 한 골 차 패배란 점도 홈에서 강한 토트넘에게는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드러난 것처럼 주전 선수 대부분이 체력적인 문제에 직면했다는 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토트넘은 시즌 중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부정확한 패스가 경기 내내 이어지고, 선수들의 호흡이 원활하지 않은 데는 체력적인 문제가 일차적 원인이었다.

토트넘은 희박하기는 하나 리그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고, FA컵과 유로파리그까지 노리고 있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는 운영이 이루어진다면, 모든 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토트넘이 최상의 성적을 원한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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