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니맨(journeyman). 말 그대로 '떠돌이'라는 뜻으로, 야구에서는 한 팀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팀을 전전하는 선수를 말한다. 최익성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저니맨 중 한 명이었다. 1994년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하여 한화, LG, 기아, 현대, 삼성, SK까지 일곱 팀의 유니폼을 입었고 미국과 대만 무대에까지 도전하였던 전력이 있다.

그런 그가 독립야구단을 만들어 선수모집에 한창이다. 단순히 프로 재입단을 원하는 선수들뿐만 아닌, 제대로 된 야구를 배워 보고 싶은 선수들도 모여들었다. 이미 국내 야구 팬들에게 독립야구단은 낯설지 않은 존재이다. 고양원더스 시절 여러 선수들이 프로행에 성공한 선례가 있었고, 신고 선수의 성공스토리가 유명해지며 독립야구단의 인지도 역시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국내 세 번째 독립야구단의 대표를 맡은 그는 각 구단 간의 리그 추진 협약까지 마친 상태에 있다. 기형적인 팀 특성과 경기 수 문제로 외로운 싸움을 했던 고양원더스와 달리, 이들은 따뜻한 관심을 받으며 훈련에 매진할 수 있게 되었다. 야구단의 이름은 그의 선수생활 운명을 담은 '저니맨'이지만, 그는 이제부터의 저니맨을 부정적 의미가 아닌 긍정적 의미로 만들고 싶어 했다.
 
독립야구단 저니맨 대표 최익성. 절박함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음을 그는 강조했다.

▲ 독립야구단 저니맨 대표 최익성. 절박함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음을 그는 강조했다. ⓒ 서원종

 
 "인성과 절박함을 중요시할 것"... 빠른 선수순환 지향
 
독립야구단은 수익을 추구하는 프로야구단이 아니다. 그렇다고 순수 아마추어인 사회인야구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프로의 문을 두드리기 위한 한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최익성 대표는 저니맨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으로 '절박함'을 꼽았다. "이미 많은 선수들이 한 번 이상 버림받았다. 절박함이 없다면 여기서 아무리 도전해도 안 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또한, 프로야구 선수들을 포함한 스포츠선수들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스포츠선수는 기본적으로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성도 겸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따라서 반드시 입단을 위해서는 대표와의 개별 면담이 진행된다. 자신의 목표치와 꿈을 정확히 제시하고, 실천하려는 노력과 정성이 보이지 않으면 팀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전체 엔트리 인원이 25명인데 비해 우리는 20명 안팎으로 팀을 꾸린다. 도태된 선수들은 언제든지 내치고 준비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라고 밝힌 최 대표는, 도전하고 싶은 선수들에게 언제든지 문을 두드리라는 당부를 남겼다. 절실하면 뭐든 이루어진다는 최 대표의 신념대로, 한국의 독립야구단은 서서히 뿌리를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훈련하는 저니맨 야구단 선수들 또다시 프로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 훈련하는 저니맨 야구단 선수들 또다시 프로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 서원종

 
연천과 파주 독립야구단과 리그협약은 맺었지만, 리그 경기 수와 표준계약서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협의해 나갈 사항이다. 이미 서울시와의 협의는 완료되어 독립구단리그 개막식을 포함해 10경기를 목동야구장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

시에서 지원해주는 연천 미라클과는 다르게 '자생'이 1차적 목표인 저니맨은, 스폰서를 찾는 것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미 용품 스폰서 계약은 완료했다"고 밝힌 최 대표는, 중소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유니폼 광고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곧 떠날 그의 고향 경주로의 전지훈련 기간에, 지역 중소업체들과의 광고협약을 맺을 계획을 구상하기도 하였다.

2013년 KT가 창단될 당시 기업 차원의 공약이었던 '독립야구단 창설'이 미루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구단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무런 이행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도 이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결국 잊히고 만다. 유소년 문제와 엘리트 스포츠 문제 등의 문제도 있지만 나는 독립야구단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구단 운영에 대한 사명감을 제시했다. 현재의 독립야구단은 정말 작은 씨앗이지만, 앞으로 자립성은 물론이고 더 발전해 많은 선수들이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미 많은 선수들이 훈련을 위해 저니맨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빠른 선수 순환을 지향하는 최 대표의 지론에 따라 수시로 트라이아웃을 개최하여 선수를 모집하기 때문이다. 트라이아웃을 열기 전 많은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몸을 풀고 있었다. 구단에서 방출당한 선수, 프로의 문턱을 넘지도 못하였던 선수, 비선출로서 야구를 끝까지 배워보고 싶어 지원한 선수 등 다양한 선수들이 분포되어 있었다.
 
저니맨 야구단은 팀이 아닌 개인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구단이다. 프로 입단을 위해 꾸려진 집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하루빨리 성공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프로 입단 이후 좋은 계약과 자유계약 등의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개인이 특출나야 한다라는 최 대표의 지론도 한몫했다. 기자가 만났던 여러 선수들이 저니맨 야구단의 장점 중 하나로 비교적 개인적으로 이루어진 훈련 분위기를 말하기도 하였다.
 
"꼭 프로 입단할 겁니다!"... 선수 출신들의 힘찬 외침
 
전 한화 이글스 선수 이영기 '야구 할 때가 행복하다'라고 밝힌 이영기 선수는 오늘 테스트를 받은 선수 중 한 명이다.

▲ 전 한화 이글스 선수 이영기 '야구 할 때가 행복하다'라고 밝힌 이영기 선수는 오늘 테스트를 받은 선수 중 한 명이다. ⓒ 서원종

 
이영기 선수는 2011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주위에서 축하한다는 연락이 끊이질 않았고, 본인 역시 분위기에 말려 자만하였다. 하지만 2012년 말 군입대를 한 이후 소속팀에게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여느 방출된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갈 곳이 없어졌고, 지인의 밑에서 야구 레슨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지인 야구선수의 소개로 트라이아웃을 받게 되었다는 이 선수의 설명이다.
 
"소속팀이 없어진 것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밝힌 이 선수는, 기회가 있을 때 잡지 못하고 더 열심히 하지 못하였다는 후회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원 포지션이던 투수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전향할 수도 있는 불확실성 속에서, 그는 야구만 할 수 있다면 어느 것을 못하겠느냔 포부를 밝혔다. 가장 존경하는 류현진 선수를 닮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을 말하기도 하였다.
 
한화에서 2군에 있을 당시 선배들이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너무 후회된다는 그의 경험이다.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을 포함해 프로야구 후배들에게, "프로 지명을 받은 기쁨은 아주 잠시이지만 그 뒤에는 엄청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라는 주의 어린 당부를 전하기도 하였다.
 
이도훈 선수는 영남대학교의 촉망받는 투수였다. 하지만 3개월가량의 짧은 프로생활을 끝으로 그는 유니폼을 벗어야만 했다. 지명의 기쁨을 채 느끼기도 전에, 그 역시 갈 곳이 없어졌다. 하지만 야구를 계속하고 싶었던 그이기에, 사회인 야구를 전전하며 언제든지 다가올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를 구원해 준 것이 저니맨 야구단이었다.
 
"영남대 시절보다 간절함과 한이 많은 선수들이 많다"라고 첫마디를 시작한 이 선수는, 자신 역시 후회가 많은 만큼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선수가 포지션을 전향한 것은 불과 1주일 전.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해 슬럼프가 찾아오는 것에 대해서 그는 담담했다. '현재 자신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길이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오히려 더 나쁜 환경에서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매우 행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자신과 같이 방출당한 선수들에게는, '자만심으로 야구를 하기보다는 자기 스스로의 실력과 한계를 알아야 야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간절한 야구를 해 볼 것을 조언했다. 또한, 힘들 때 도와주었던 지인에 대하여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꼭 프로에 재입단해 자신을 도와줬던 모든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트라이아웃 지원자들. 왼쪽부터 이용준 원대경 선수(선출), 장시형 원진연 선수(비선출)

▲ 트라이아웃 지원자들. 왼쪽부터 이용준 원대경 선수(선출), 장시형 원진연 선수(비선출) ⓒ 서원종

 
 이용준 선수는 한 번도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야구는 하고 싶었고, 저니맨이 길을 열어 주었다. 학창 시절 정식 선수로 등록조차 하지 못한 선수도 있다. 오직 '야구의 끝'을 향해 달려나가겠다는 일념으로 야구단에 지원한 것이다.
 
선수 출신 선수들은 '당연히 마지막은 프로'라는 커다란 목표를 제시하였다. 간절함으로 문을 두드린 만큼 반드시 꿈을 이룬다는 다짐이다. 프로에서 성공한 고등학교 동기들과의 재대결이 목표라는 이용준 선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비롯한 모든 훈련에 성실히 참여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반면 '유소년야구 지원'이 꿈인 비선수 출신 원진연 선수는. 테스트를 하는 환경을 비롯해 야구단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을 익혀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많은 정보를 배워 유소년야구 층 활성화를 이루고 싶은 그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 자신의 실력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 나갈 것이라는 그의 생각이다.
 
지원자와 개별 면담하는 최익성 대표 그가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는 인성이다.

▲ 지원자와 개별 면담하는 최익성 대표 그가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는 인성이다. ⓒ 서원종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프로를 다시 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미지수로 남아 있다. 몇 달 되지 않아 저니맨 야구단에서 퇴출되는 선수도 있을 것이고, 악바리와 같은 근성으로 프로의 문턱을 다시 넘을 수 있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익성 대표는 간절한 자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트라이아웃 테스트를 받은 선수들 중 최종 합격자인 5명을 선발하는 기준 역시 간절함이다. 같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당연히 절박함이 높은 선수에게 기회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자 구단 운영 원칙이다.
 
당장 내년 4월부터 독립 야구리그가 시행되는 만큼, 프로에서 성공한 선수들은 물론이고 독립야구단 선수들 역시 시즌 준비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더 이상 서러움 없이 야구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수많은 관중의 환호 속에서 야구를 할 수 있을지 야구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습 투구를 하는 이용준 선수 고등학교 동기인 구자욱 선수와의 맞대결이 목표라고 밝혔다.

▲ 연습 투구를 하는 이용준 선수 고등학교 동기인 구자욱 선수와의 맞대결이 목표라고 밝혔다. ⓒ 서원종

  
훈련하는 저니맨 야구단 선수들 언제쯤 저들도 저 멀리 보이는 롯데타워처럼 우뚝 솟을 수 있을까

▲ 훈련하는 저니맨 야구단 선수들 언제쯤 저들도 저 멀리 보이는 롯데타워처럼 우뚝 솟을 수 있을까 ⓒ 서원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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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익성 저니맨 독립야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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