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안예은,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주제가 열창 K-팝스타 출신 가수 안예은이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MBC월화특별기획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제작발표회에서  주제가 '봄이 온다면'을 열창하고 있다.

안예은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MBC월화특별기획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제작발표회에서 주제가 '봄이 온다면'을 열창하고 있다.ⓒ 이정민


이게 뭐지? 우연히 얻게 된 안예은의 CD를 오디오에 넣고 재생했을 때, 나도 모르게 이런 독백이 튀어나왔다. 처음 들어보는 종류의 음악이었다. 음표들이 여기저기로 퐁퐁 도약했다. 리듬도 살아서 날아다녔다. 몇몇 곡에서 풍기는 국악 느낌도 신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듣고 나면 카타르시스 같은 감정의 정화가 일어났다.

앨범 재킷을 천천히 살펴보면서 나는 다시 한번 '이게 뭐지?' 말할 수밖에 없었다. 9곡 모두를 한 명이 도맡아 작사-작곡-편곡했는데, 안예은 본인이었다. 그가 싱어송라이터라는 걸 몰랐던 건 아니다. SBS <K팝스타5> 경연 때에도 자작곡으로 준우승까지 거머쥐었던 그다('미스터 미스터리'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도, 20대의 뮤지션이 100% '셀프 프로듀싱' 방식으로 이런 완성도의 1집을 내놓았다는 데 새삼 놀랐던 거다. 음반명을 <안예은>이라 붙일 만했다.

<역적>의 그 곡, 박진영-양현석-유희열이 극찬한 그 곡


역적 <역적> 아모개(왼쪽)와 길동 부자.

<역적> 아모개(왼쪽)와 길동 부자.ⓒ MBC


"다 같이/ 만세를 불러/ 숲이 잠에서 깰 때/ 시린 잿빛 세상이/ 색동옷을 입을 때/ 만세를 불러/ 얼음 위에 금이 갈 때/ 손을 맞잡고" - 안예은,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 OST, Part 2> '봄이 온다면' 중에서

방영 중인 MBC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아래 <역적>). 참봉부인 박씨(서이숙 분)와 피 튀기는 진실게임 끝에 관아에서 풀려난 아모개(김상중 분). 그가 문을 나서며 먼 산을 바라보고, 두 아들 길현 길동이 아버지 품으로 달려간다. 이때 노래 하나가 흘렀다. 안예은의 '봄이 온다면'이다. 드라마 속 서사와 이 곡은 더없이 잘 어우러지며 강렬한 쾌감,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함을 주었다.

'봄이 온다면'은 안예은이 지난해 3월 <K팝스타5> 첫 생방송 무대에서 부른 자작곡이다. <역적> OST에는 안예은의 드라마 버전과 전인권의 오리지널 버전이 각각 실렸다. 안예은 버전은 도입부와 간주에 태평소(이규태 연주)가 더해졌는데 이 소리가 압권이다. 판소리 창 같은 안예은의 개성 있는 창법도 백미다. 무엇보다 한 곡 안에서 여러 차례 이뤄지는 구성의 변화들과 멜로디의 도약이 극적이다. '워워'하며 시작하는 첫 멜로디 라인은 <K팝스타5>를 통해 선보인 것에서 조금 달라졌다.

<K팝스타5> 사전 인터뷰에서 안예은은 '봄이 온다면'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이 노래를 통해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가지고 나왔다"며 그는 "어렸을 때 심장이 안 좋아서 수술을 몇 번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데, 고3때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분들이 모이는 모임에 한 번 간 적이 있다"며 사연을 이어갔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들이었어요. 저를 보시고 '우리 아이도 저렇게 건강하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가시는 걸 보고 나 같은 사람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구나, 그걸 너무너무 많이 느꼈어요.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어서 이 노래를 만들게 됐습니다. 봄이 오면 힘을 내고, 싹이 나고, 이런 것들이 식상한 표현이지만 어떤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말일 수 있잖아요. '너에게 봄이 올 거야'라는 말이요."

 SBS < K팝스타5 > 첫 생방송에서 안예은이 자작곡 '봄이 온다면'을 부르는 모습.

SBS < K팝스타5 > 첫 생방송에서 안예은이 자작곡 '봄이 온다면'을 부르는 모습.ⓒ SBS


<K팝스타5> 세 심사위원은 안예은의 '봄이 온다면' 무대가 끝난 후 높은 점수와 함께 다음의 심사평을 건넸다.

"제가 '소울이 있는 가수를 만나고 싶다'고 종종 말하는데 그게 흑인음악 소울을 말하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육체처럼 눈에 보이는 것 말고, 안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이 얼만큼 노래에 드러나느냐의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소울'이란 단어를 쓴다면 예은 양이 가장 소울이 넘치는 가수가 아닌가 싶다. 가사, 멜로디, 노래, 편곡 등 모든 것에 예은 양의 정신세계가 다 들어있는 게 느껴진다." (박진영)

"저는 안예은 씨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 게, 안예은이 여기에 있어도 되나? 여기에 있기엔 아까운 참가자가 아닐까 한다. 또 과연 제가 이 사람을 평가할 만한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수가 되기 위해 나오는 참가자라기 보단, 이미 완성된 예술가처럼 보인다. 감히 제가 점수를 매기는 것도 송구스럽다." (양현석)

"묵직한 메시지가 있는 가사다. 주제와 음악적 구성이 단순한 노래인데, 여러 가지 변화를 주는 걸 보고 편곡도 정말 잘한다고 느꼈다. 우리 마음에 무언가를 크게 외치는 것 같았다. 봄이 왔구나 하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유희열)

새로운 삽입곡 '홍연', 연산군 시점에서 만든 노래

 <K팝스타5> 1라운드에서 자작곡 '홍연'을 선보이는 안예은.

1라운드에서 자작곡 '홍연'을 선보이는 안예은.ⓒ SBS


1집 정규앨범 <안예은>의 9곡 중 '달그림자', '전해오는 이야기', '홍연' 등 몇몇 곡들은 국악 풍을 띤다. 서정적이고 세련된 동양미가 귀를 사로잡는다. 그중 8번 트랙 '홍연'은 <역적>의 새로운 삽입곡으로 등장했다. 지난 14일 방송 끝부분, 길동(윤균상 분)이 동생 어리니(정수인 분)를 안고 절벽 아래 강으로 뛰어드는 장면에서 흘렀다. 길동의 가족을 둘러싼 비극과 앞으로 다가올 처절한 고난에 배경으로 쓰일 듯하다.

'홍연' 역시 안예은이 지난해 <K팝스타5> 1라운드에서 선보인 자작곡이다. 그는 "사극풍의 비극을 워낙 좋아해서, 영화 <왕의 남자> 속 연산군의 시점으로 만들어본 곡"이라고 설명했다. <역적>의 배경이 연산군 시대니, 신기한 우연이다.

"세상에 처음 날 때/ 인연인 사람들은/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온다 했죠/ 당신이 어디 있든/ 내가 찾을 수 있게/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왔다 했죠/ (중략)/ 아아 아아아 아아아/ 고운 그대 얼굴에 피를 닦아주오" - 안예은, <안예은> '홍연' 중에서

그는 고등학교 2학년 이후 만들어 놓은 곡들로 1집 앨범을 채웠다고 한다. 타이틀곡 '어쩌다보니'를 비롯해 '경우의 수', '그때' 등 곡마다 다른 매력이 돋보인다. <K팝스타5>에서 선보인 '미스터 미스터리', '스티커', '하얀 원피스' 등이 1집에 실리지 않아 아쉽지만, 색깔이 맞는 추후 앨범에 담아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동양적인 감성과 비약하는 멜로디, 진부하지 않은 리듬, 생각지도 못한 비유가 활용된 가사, 곡의 분위기를 살리는 창법. 무엇보다 그의 음악엔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에 담긴 진한 페이소스가 감정의 정화를 일으킨다. 안예은은 노래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독보적인 재능을 보인다. 한 편의 영화처럼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놓는가 하면, '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데?' 하는 궁금증을 일으켜 끝까지 귀 기울이게 한다.

이렇듯 새로운 곡,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곡들을 안예은은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보여주지 않은 또 다른 영역이 그의 음악 세계 안에 남아있지 않을까, 그런 예감이 든다.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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