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발굴단>을 통해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재밌는 다큐들, 이야깃거리가 많은 다큐들을 찾아보고 더욱 사람들이 많이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편집자말]
세련된 힙합 스타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룹 듀스. 듀스의 해체 이후 김성재는 솔로로 데뷔했다. 첫 무대를 마치고 어머니와 기쁨의 통화를 나눴던 김성재는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호텔에서 세상을 떠났다.

김성재를 떠나보내고 남은 가족들의 삶은 평탄치 못했다. 동생인 성욱씨는 형이 다하지 못한 노래를 하기 위해 데뷔했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어머니인 육영애씨는 죽은 아들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삶을 EBS <리얼극장 - 행복>에서 다뤘다. 죽은 아들을 좋게만 기억하고 있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가 자신을 봐주길 바라는 아들 성욱씨. 이들은 형, 아들의 죽음을 이겨내고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갑자기 세상을 떠나다

"엄마 성공이야 성공! 내가 백댄서들 재우고 새벽에 빨리 갈게. 걱정마!"

아들의 죽음을 예상했다면 조금이라도 나았을까. 행복해하며 춤을 추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아들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조금의 예고도 없었다. 솔로 무대 방송이 나간 이후 어머니에게 전화해 일찍 집으로 돌아오겠다던 그는 돌아오지 못했다.

돌연사였다. 동료와 애인과 함께 호텔에서 잠든 그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혹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청장년 급사증후군(사망할 병력이 없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것으로 사인이 될 만한 것을 발견할 수 없을 때)의 가능성도 제시됐고 팔뚝에 있는 28개의 주사흔으로 인해 약물에 의한 자살의 가능성도 나왔다.

국과수의 약물 검출로 약물중독사인 것이 밝히게 되자 타살의 의혹도 제기됐다. 오른손잡이였던 그가 오른팔에 직접 주사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후, 그의 애인이었던 김씨가 타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조사가 진행됐다. 재판은 길게 이어졌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김씨는 항소 후 무죄를 받게 되었다. 약물의 양이 살해할 수 있을 양이 아니었다는 점과 살해의 동기 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살인의 증거가 입증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고 김성재씨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히기 시작했다. 허나, 그의 가족들은 그를 아직 떠나보내지 못했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의혹들도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아들의 죽음은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어머니는 아직도 성재씨의 유품들을 그대로 모아두고 있다. 성재씨가 자주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보며 그녀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웃는다. 혹여나 망가질까 그녀는 무대에서 입었던 의상들을 때에 맞춰 손질한 후에 다시 놓고는 한다. 다시 쓰일 일 없는 물건들이지만 아들의 흔적이 담긴 것들을 그녀는 버릴 수가 없다.

어머니는 아직도 성재씨의 유품들을 그대로 모아두고 있다. 성재씨가 자주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보며 그녀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웃는다. 혹여나 망가질까 그녀는 무대에서 입었던 의상들을 때에 맞춰 손질한 후에 다시 놓고는 한다. 다시 쓰일 일 없는 물건들이지만 아들의 흔적이 담긴 것들을 그녀는 버릴 수가 없다.ⓒ EBS


동상이몽 어머니와 아들

영애씨와 성욱씨는 최근 함께 살게 됐다. 성욱씨의 부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딸을 위해서 어머니인 영애씨와 함께 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함께 살게 되자 서로에 대한 불편함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영애씨는 큰아들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고 동생인 성욱씨는 어머니가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유품에 있는 먼지도 추억이 담겨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버린다는 것이 저한테는 조금 힘들어요."

어머니는 아직도 김성재의 유품들을 그대로 모아두고 있다. 아들이 자주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보며 그녀는 옛 추억을 떠올린다. 혹여나 망가질까 봐 그녀는 아들이 무대에서 입었던 의상들을 때에 맞춰 손질한 후에 다시 놓고는 한다. 다시 쓰일 일 없는 물건들이지만 아들의 흔적이 담긴 것들을 그녀는 버릴 수가 없다.

"보통은 몇 가지만 남겨놓고 버리잖아요.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 쓸데없는 에너지를 쏟는 기분. 산 사람으로서 할 일도 많은데."

동생은 이런 어머니가 속상하다. 그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도 형의 죽음 이후 평탄하지는 못했다. 오랜 방황을 하던 그는 아내를 만나고 나서야 겨우 안정을 찾고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렇게 형에 대한 아픔 이후, 또다시 아내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살게 됐고, 부딪치게 됐다. 감정을 말하지 않고 자신을 피하기만 하는 어머니가 속상한 아들은 자꾸만 엄마를 독촉하게 되고 엄마는 그런 아들과 싸우기 싫어 대답을 회피한다. 더는 감정의 골이 깊어져 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두 사람은 여행하며 이를 풀어보기로 한다.

행복을 찾아서

두 사람이 여행하게 된 필리핀. 필리핀의 화산에서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 다른 것을 본다. 어머니는 활화산을 보며 평화로운 것이 신기하다고 말하지만, 아들은 과거의 자신을 보게 된다. 형을 잃고 방황하던 시절을 그는 활화산 같았다 말한다.

언제 폭발할지 몰랐던 아들 성욱. 그것이 두려워 어머니는 말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했다. 여기서 성욱씨는 또 서운함이 묻어난다. 오히려 감정 기복이 더 심했던 것은 형인 성재씨였다. 하지만, 어머니의 기억 속의 성재는 친절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성욱씨는 형의 몫까지 해보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제대로 지켜봐 주지 않는 어머니에게 계속 서운함이 들게 된다.

이렇게 서로 다를까. 한 가족임에도 떠난 이를 떠올리는 방식이 너무나 다르다. 이를 보니 할아버지를 떠나보내던 내 할머니의 눈물이 떠올랐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좋은 사이는 아니었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할아버지는 항상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베푸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까지 잘하지는 못했다. 안보다는 밖에서 좋은 사람이었고 할머니는 이를 항상 서운해하셨다.

그게 이어져 할아버지가 퇴직하신 이후에는 서로 같은 집에 살면서도 얼굴을 잘 보지 않는 사이가 됐다. 할머니에게 가 인사를 드리고 같이 식사를 할 때면 거실에는 할머니와 다른 가족들이 화목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할아버지는 다른 방에서 홀로 텔레비전을 보시곤 했다. 어렸던 나는 그런 할아버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일이 별로 없었고 나를 아껴주시는 할머니 품에 안기기 좋아했다.

그러다 할아버지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셨다. 할아버지가 떠난 이후, 할머니 댁에 가게 되면 왠지 방문을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문을 열면 할아버지가 웃으며 반겨주실 것만 같다. 별로 없는 추억들을 꺼내게 되고 더 잘하지 못했을까 미안한 마음이 자꾸만 난다.

할머니도 그러셨을까. 할아버지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던 순간.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시며 미안하다 말씀하셨고, 좋은 곳으로 가라고 하셨다. 그동안의 서운함을 말씀하시면서도 좋은 말을 더 많이 하셨다. 할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우리의 가슴 속에는 어떤 감정이 가장 많이 남았을까. 서운함? 미안함? 한 가지 말해보자면 후회가 아닐까 싶다. 조금만 더 다가갔다면, 조금만 더 잘했다면 하고 말이다.

어머니와 동생 성욱씨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먼저 떠난 아들, 형 성재씨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후회되고, 하지 못한 것들이 후회되기 때문에. 그런 후회를 다시 하고 싶지 않아서 남아 있는 서로에게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확실한 것은, 어머니와 아들 성욱씨는 서로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아들을 잃고 행복의 의미를 놓쳐버린 어머니는 남은 아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고, 성욱씨는 어머니가 형을 잊고 자신과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있다. 이들은 여행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만들어 간다. 표현이 서툴러서 몰랐던 것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게 된다. 두 사람은 폭포 앞에서 함께 성재씨를 보내기 위해 소리친다.

"기다려, 성재야."

 떠나보낸 막내 동생만 생각했던 어머니를 닮고 싶지 않아 감정을 숨겨왔던 어머니 영애씨. 형과 아내를 보내고 형 몫까지 살기 위해 노력하는 동생 성욱씨. 두 사람은 폭포 앞에서 함께 성재씨를 보내기 위해 소리친다. “기다려 성재야”

떠나보낸 막내 동생만 생각했던 어머니를 닮고 싶지 않아 감정을 숨겨왔던 어머니 영애씨. 형과 아내를 보내고 형 몫까지 살기 위해 노력하는 동생 성욱씨. 두 사람은 폭포 앞에서 함께 성재씨를 보내기 위해 소리친다. “기다려 성재야”ⓒ EBS


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에. 여전히 내가 할아버지의 방문 앞에서 망설이고 문을 열어보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할아버지가 없음을 다시금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는 아닌지. 그 방안에 할아버지를 넣어두고 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저 묵묵히 품어두는 것만이 고인을 위로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감정을 숨기고 품어두는 것만이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떠난 이를 잘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비우는 것. 그것이 사실은 행복을 채우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닌가 싶다. 가족을 잃고 22년을 상처 속에서 살아왔던 이들. 이제는 조금씩 비워내며 남은 세월을 행복을 채워 먼저 떠난 성재씨를 만나는 것을 고대해 본다. 또한, 세상의 많은 유가족들이 진실을 찾고 떠난 이를 보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