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배구가 절실한 우리카드-한국전력 경기 (2017.2.10)

봄 배구가 절실한 우리카드-한국전력 경기 (2017.2.10) ⓒ 박진철


'처음'이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그래서 절실하다.

대한항공·한국전력·우리카드. 2016~2017시즌 V리그에서 '창단 이후 처음'에 도전하는 팀들이다. 그것도 33년 동안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했던 꿈이다.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다. 그러나 1984년 제1회 대통령배 배구대회부터 2015~2016시즌 V리그까지 32년 동안 겨울 리그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대한한공은 2010~2011시즌이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파죽지세로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쥔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 가빈(207cm·캐나다)의 위력에 눌려 정상 문턱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2011~2012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또다시 가빈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2~201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레오(206cm·쿠바)의 고공 강타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겨울 리그 최초 우승의 꿈은 사라지고 말았다.

대한항공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말자"

다시 왕좌를 꿈꾸는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스피드 배구론자인 박기원 감독이 새 사령탑을 맡은 2016~2017시즌 V리그에서 14일 현재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팀 전력과 경기력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피드 배구 시스템도 유기적인 완성도가 높아졌다.

'만년 우승후보'인 대한항공은 봄 배구 진출로 만족할 수 없다. 챔피언결정전 우승만이 모두를 기쁘게 할 수 있다. 그 절실함 때문에 감독의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박기원 감독은 14일 오전 기자와 통화에서 "우승 부담감이 없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라며 "선수들에게 부담 주지 않기 위해 감추고 있을 뿐"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우리 팀의 분위기와 경기력이 좋은 것은 선수들 사이에서 '(통합 우승) 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말자'는 의지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것이 최고의 동기 부여"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다시 못 올 기회, 자신 있다"

한국전력에게 V리그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꿈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대사건이다. 33년 동안 겨울 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14~2015시즌 V리그에서 전광인, 서재덕, 쥬리치(212cm·그리스) 삼각편대의 활약으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것이 역대 최고이자 거의 유일한 기록이다. 대부분 최하위를 맴돌기만 했다. 그래서 '만년 꼴찌' 이미지가 강하다.

현재 3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전력에게 올 시즌은 다시 못 올 기회일 수도 있다. 노장 선수가 많고, 군 입대·FA 등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멤버와 전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과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한 목소리로 "지금이 기회다. 우리는 포스트시즌에 올라가기만 하면 챔피언결정전까지 갈 자신이 있다"며 "현재 팀 전력과 기세로 보면, 단기전에는 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근거는 있다. 한국전력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완성형 레프트를 2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전광인(27세·194cm)과 서재덕(29세·194cm)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가대표 주 공격수다. 그리고 국내에서 공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완성형 레프트에 가장 가까운 선수들이다. 두 선수의 존재는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무시할 수 없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카드의 봄 배구, '절실함 그 이상'

우리카드는 봄 배구인 포스트시즌(준플레이오프 이상)조차 가본 적이 없다. 지난 2012~2013시즌과 2013~2014시즌 연속 정규리그 4위에 오르며 봄 배구 문턱까지 갔지만, 막판 뒷심 부족으로 놓치고 말았다. 모두 승점 4~5점이 부족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 2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2013년 3월, 당시 KOVO(한국배구연맹) 관리 구단이던 드림식스를 인수해 재창단한 팀이다. 최초 창단 팀이자 전신인 우리캐피탈 시절(2009년)부터 숱한 해체 위기를 겪으며 오늘까지 왔다. 우리카드에게 '창단 후 첫 봄 배구' 타이틀은 절실함 그 이상이다.

그리고 해볼 만하다. 현재 4위지만, 2위 현대캐피탈과도 승점 3점 차이로 초접전이다. 파다르(22세·197cm)가 우리카드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최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고, 최홍석, 신으뜸, 나경복, 김광국 등 국내 선수들도 경기력이 지난해보다 한층 좋아졌다.

이제 각자의 봄 배구 운명을 좌우할 빅경기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대한항공은 한국전력(14일), 우리카드(16일), 우리카드(22일·6라운드), 현대캐피탈(25일) 순으로 살얼음판 선두권 싸움을 펼친다.

우리카드의 일정은 생각만 해도 등에 땀이 날 정도다. 대한항공(16일), 한국전력(19일·6라운드), 대한항공(22일), 삼성화재(3.2), 현대캐피탈(3.4) 순이다. 한국전력도 대한항공(14일), 우리카드(19일), OK저축은행(23일), 삼성화재(26일) 순으로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 운명의 레이스에서 누구는 꿈에 다가갈 것이고, 누구는 좌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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