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해외 음악인들의 작품을 통해 독특한 음악을 들려주는데 성공한 f(x)

해외 음악인들의 작품을 통해 독특한 음악을 들려주는데 성공한 f(x) ⓒ SM엔터테인먼트


SM, 철저한 해외 작곡팀 위주 타이틀곡 선정... 중소 기획사들도 가세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국내 음악 시장에서 만만찮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명 가수들의 타이틀 및 수록곡 작/편곡부터 <프로듀스101> 등 TV 오디션 프로그램 참여에 이르는 다양한 활동으로 국내 창작인들에겐 묘한 긴장감과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M 같은 대형 업체를 비롯해서 최근 들어 빅히트(방탄소년단), 젤리피쉬(빅스), WM(오마이걸)  등 중소규모 기획사 제작 음반의 크레딧에서 해외 음악인들의 이름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가왕' 조용필조차도 2013년 컴백 음반 <Hello>를 그들의 도움을 받아 제작할 정도다.

테디 라일리 부터 런던노이즈, 디바인뮤직 같은 해외 유수의 프로듀싱팀들은 음악에 관심 좀 있는 마니아들에겐 이미 친숙한 이름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한 곳은 역시 SM이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유럽, 일본 등지에서 이미 발표된 곡을 리메이크하거나 현지 작곡가들의 곡에 우리말 가사를 붙였던 S.E.S의 성공은 훗날 해외 음악인 유입의 효시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 나란히 등장한 샤이니, f(x)는 외국인 작곡가들의 작품을 통해 자신들의 독특한 색깔을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기존 인기팀들인 소녀시대, 동방신기 역시 이러한 흐름으로 신작들을 내놓으며 굳건한 인기를 구축해왔다.

[긍정] 해외 최신 흐름 대거 수용, 기발한 아이디어 활용

 독특하면서 과감한 이미지 변신으로 인기를 얻은 빅스

독특하면서 과감한 이미지 변신으로 인기를 얻은 빅스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외국인 작곡가 활용의 큰 장점 중 하나는 해외 최신 음악의 흐름을 곧바로 적용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는 기업으로선 그들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필요했고 그 역할은 곧 해외 음악인들의 몫이 되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이젠 실시간으로 해외의 유행 흐름이 국내에 전달되는 시대라곤 하지만 외국 대중들의 구미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 데엔 아무래도 그쪽 사람들의 도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독특한 이미지 구축과 다양한 음악적 시도 역시 외국인 작곡가 활용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로 손꼽을 만하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매력적인 소리를 담고 여기에 맞는 신선한 멜로디와 과감한 코드 진행으로 어우러진 곡들은 큰 거부감 없이 국내 음악 시장에 안착하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돌을 넘어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의 한 축으로 성장한 f(x), 내놓은 음반마다 색다른 주제를 선보이며 차별성을 강조한 빅스, 오마이걸 등의 등장은 그 좋은 사례다.

이른바 "송캠프"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통해 세계 각국의 작곡가들을 한데 모아 다양한 의견을 모으며 곡을 만들어내는 집단 창작 방식 역시 과감하고 독특한 시도를 한 곡들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외국인 작곡가들의 곡을 들을 때마다 스스로 채찍질하고 있다는 어느 국내 음악인의 말처럼 이들의 작품들은 창작인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부정] 국내 신예 작곡가 발굴엔 소흘? 기회 측면에선 아쉬움

 오마이걸. 중소기획사 소속으론 드물게 미니 1~3집 음반 수록곡 대부분을 외국인 작곡가 위주로 제작했다.

오마이걸. 중소기획사 소속으론 드물게 미니 1~3집 음반 수록곡 대부분을 외국인 작곡가 위주로 제작했다. ⓒ WM엔터테인먼트


해외 음악인 활용이 많아질수록 그 역작용으로 국내 음악인들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외국인 작곡가 위주로 음반을 내놓는 SM의 경우, 국내 작곡가들의 작품이 타이틀 곡으로 사용되는 건 요샌 찾아보기 어렵다.

신혁, 라이언 전 등의 해외파 출신이나 SM의 터줏대감 켄지 등이 있다곤 하지만 최근 엑소, 레드벨벳, NCT 127 등의 신작에선 주로 삽입곡으로만 선택되는 등 비중이 높지 않은 데다 신인급 국내 창작인의 이름은 볼 수 없다.

이는 퍼블리싱 자회사를 통해 국내 신예 작곡가들을 대거 발굴 및 활용하는 JYP나 테디를 중심으로 한 국내 프로듀싱 인력으로 제작하는 YG에 비해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한, 외국 작곡가들의 곡이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반드시 보장해주는 것도 결코 아니다. 본문에 언급된 그룹 이외에도 수많은 팀이 해외에서 작품을 들여와 발표했지만, 막상 큰 인기를 얻는 데 실패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해당 가수와의 '궁합'이 맞지 않는다면 그냥 헛돈만 쓰는 일이 되고 만다.

어찌 됐든 외국인 작곡가들의 등장은 여러모로 국내 음악 시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뻔한 이야기겠지만 잘 쓰면 약, 그렇지 않다면 독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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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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