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미술영화는 화가의 인생 스토리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2012년에 개봉한 <르누아르>처럼 인상파 화가가 보고 그린 느낌 그대로의 배경을 스크린에 담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에,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클로즈업처리 하지 않고, 화가의 특이한 이력이나 괴팍한 일화들을 중점으로 다룬 영화들도 많다. 영화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과장이나 각색은 일어나게 마련이겠지만 영화를 감상하기 전 실제 그 화가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개봉한 다양한 미술영화 중에서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 <페기 구겐하임: 아트 애딕트> (2월 9일 개봉)

ⓒ 에스디시코리아 주식회사


"예술과 사랑은 내게 자유이자 해방이었어요."

타이타닉 사고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상속자가 된 페기 구겐하임. 예술적 감각과 사업적 수완까지 뛰어난 그녀는 예술에 대한 집착과 광기로 슈퍼 컬렉터가 된다. 여자였기에 평가 절하되고 각종 비난을 받았어야 했던 인물로서, 가치가 형성되지 않았던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 미술을 현대미술의 주류로 만드는 데 기여한 위대한 인물이다. 본 영화가 일반적인 미술영화와 다른 차별성은 바로 방대한 자료와 실제 인터뷰 녹취록에 있다. 실제 그녀의 이야기를 그녀의 목소리로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일반 관객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눈길 또한 사로잡을 것이다.

[둘]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2016년 12월 15일 개봉)

ⓒ 그린나래미디어(주)


빛을 그린 화가 폴 세잔과 시대에 대항해 진실을 담아낸 작가 에밀졸라의 사랑보다 지독했던 40년간의 우정을 담은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한평생을 끊임없는 비평과 마주하고, 유일하게 의지하고 사랑했던 친구에게조차 끝내는 외면 받지만, 죽기 전까지 화풍의 완성을 멈추지 않았던 비운의 화가 폴 세잔. 사망 후에야 근대회화의 아버지라 불리며 앙리 마티즈부터 파블로 피카소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 화가로 인정받는다. 그에 비해 젊을 때부터 차곡차곡 경력을 쌓으며, 당시 아무도 언급하지 않던 노동자 계층에 대한 대하소설을 집필하며 명성을 얻은 위대한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에밀졸라. 당시 복잡한 시대 상황과 세잔의 심정 변화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부족해 보이지만, 실제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많은 풍경이 화면에 담겨 있어 눈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셋] <프랑코포니아> (2016년 6월 16일 개봉)

ⓒ (주)영화사 안다미로


<파우스트>를 연출한 거장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의 영화로 제7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유럽영화상을 받은 작품이다. 1940년 독일군 파리 점령 당시 프랑스의 자존심인 루브르 박물관을 지켜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당시 루브르 박물관의 관장이었던 '자크 조자르'와 나치 당원이지만 예술을 사랑한 '프란츠 볼프 메테르니히' 백작은 위대한 작품들을 사수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시작한다.

영화를 보기 전 알고 계시면 좋을 상식 하나, 현대와는 다르게 당시의 전쟁방식은 사전 예고제였다고 한다. 미리 공격 날짜를 예고하여 유물과 사람을 대피시킬 수 있는 시간을 주고 폭파했다고. 둘, 나치와의 전쟁으로 인하여 많은 유물이 파괴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점령 후에 퇴폐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파괴한 유물 수가 전쟁으로 인해 훼손된 유물보다 많다는 사실. 나폴레옹이 이집트에까지 진출하여 약탈해온 유물들로 가득하던 루브르, 그런 루브르의 유물들이 다시 나치에 의해 재 약탈당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영화에서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영화문법을 깨뜨려버린, 각기 주인공들이 자신이 하고픈 말만 하던 독특한 영화 <프랑코포니아>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임현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13suj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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