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타운>의 한 장면. 사춘기 소년이 주인공이다.

<런던 타운>의 한 장면. 사춘기 소년이 주인공이다. ⓒ 레인메이커필름


열다섯 소년 셰이(다니엘 허틀스톤 분)는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 여동생 앨리스와 함께 산다. 막 사춘기를 맞닥뜨린 그는 사사건건 아빠와 부딪치고, 런던에서 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엄마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히피 소녀 비비안(넬 윌리엄스 분)과 가까워진 셰이는 그를 통해 밴드 더 클래쉬(The Clash)를 접하고 펑크 음악과 히피 문화에도 관심을 끌게 된다. 하지만 이 와중에 피아노 숍을 운영하던 아빠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홀로 집안을 책임져야 할 처지가 되고, 셰이는 어린 동생을 돌보는 한편 빚더미에 앉은 집안을 살리기 위해 생활 전선에 뛰어든다.

영화 <런던 타운>은 197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기를 폭넓은 층위에서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셰이의 일상을 통해 당시 노동자 계층의 녹록지 않은 삶을 그리는 동시에 영국 음악 신을 대표했던 펑크 록 음악을 통해 사회적 화두까지 던진다. 아빠와 엄마 사이를 오가며 자유와 책임에 대해 배우고, 비비안과 더 클래쉬를 통해 홀로서기에 나서는 셰이의 여정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음악의 양면성처럼, 주인공도 아빠와 엄마로 대변되는 양면 사이에서 흔들린다.

음악의 양면성처럼, 주인공도 아빠와 엄마로 대변되는 양면 사이에서 흔들린다. ⓒ 레인메이커필름


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빠와 엄마가 영화에서 각각 책임과 자유를 대변하는 지점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아빠를 무시하고 엄마의 삶을 동경해 온 셰이가 점점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게 되는 전개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과거 뮤지션이었지만 현재는 각각 도심 외곽의 악기상과 런던의 히피로 생활하는 두 사람의 상반된 가치관이 셰이 내면에서 뭉뚱그려지는 후반부는 이상적으로까지 비친다. 이는 '평화'를 노래하는 한편 '혁명'을 부르짖던 당시 영국 록 문화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극 중 비비안은 셰이의 첫사랑이자 조력자로서 인상 깊게 각인된다. 특히 배우 넬 윌리엄스가 연기한 비비안의 펑크 룩 패션과 시니컬한 태도는 그의 앳된 얼굴과 대비되어 퍽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순진하기만 한 셰이가 자신과 정반대인 비비안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싹트는 로맨스에는 10대 커플 특유의 상큼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또 한 명의 조력자는 더 클래쉬 멤버 조 스트러머(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분)다. 그는 영화에서 스타이자 롤모델, 우정을 나눈 친구로서 셰이를 응원하고 도움을 준다. 아빠를 대신해 택시를 모는 셰이에게 셰이가 팁을 두둑히 챙겨주는 장면, 두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하룻밤을 함께하며 서로 속내를 터놓는 장면 등은 특히 울림이 깊다. 클래쉬의 콘서트를 두고 "단 한 순간 뿐이지만 그게 전부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셰이의 대사는 펑크 록 음악에 대한 예찬이기도 하다.

 1970년대 런던, 그곳엔 음악이 있었다.

1970년대 런던, 그곳엔 음악이 있었다. ⓒ 레인메이커필름


실제 1970년대 런던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연출은 <런던 타운>의 백미다. 특히 깃을 세운 가죽 재킷과 화려한 셔츠를 입은 셰이, 원색 위주의 컬러에 찢기고 풀어헤쳐 진 듯한 비비안의 의상들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셰이 가족이 사는 집과 엄마가 생활하는 런던 셰어하우스에서 보이는 실내 공간, 다큐멘터리적인 톤으로 연출된 거리 시위 장면 등의 연출도 인상적이다. 당대의 스타 펑크 록 밴드 더 클래쉬를 스크린에 재현해 낸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의 연기는 영화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수확이다. 일렉트릭 기타 연주와 노래를 직접 소화하며 펑크 록 특유의 내달리는 에너지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그의 라이브는 영화의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오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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