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울산 동천 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KCC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창원 LG 양 팀 간의 시즌 다섯 번째 맞대결은 모비스의 93-76 완승으로 끝났다.

최근 모비스는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외국인 선수 조합도 네이트 밀러-에릭 와이즈로 단신 선수 둘로 짰음에도 불구하고, 베테랑 양동근-함지훈과 특급 신인 이종현의 활약이 잘 어우러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비스의 상승세에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바로 '돌아온 슈팅가드' 김효범이다.

 경기장에 비치되어 있는 김효범의 핸드 프린팅

경기장에 비치되어 있는 김효범의 핸드 프린팅 ⓒ 서민석


한때 최고의 슈팅가드였던 김효범

김효범은 어느덧 12시즌 차에 접어든 베테랑이다. 특히 2012~13시즌(SK->KCC)에 이어 올 시즌도 KCC에서 19경기를 치른 이후 시즌 도중 모비스로 트레이드되는 큰 변화를 겪었다.

사실 2005~06시즌 모비스에 입단한 이후 김효범은 기대만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팀은 2006~07시즌 첫 우승을 기록했으나 정작 본인은 41경기에서 평균 11분 6초 뛰면서 3.41점을 올린 것이 전부였다.

만년 유망주로 묻힐뻔한 김효범이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 것은 팀의 첫 우승 이듬해 시즌인 2007~08시즌이었다. 53경기에 나와서 평균 11.4점 3점슛 1.5개를 기록하면서 일약 슈팅가드로서의 자신의 진가를 보였기 때문이다. 2009~10시즌 모비스의 두 번째 우승 때는 김효범 역시 전경기(54경기) 출전에 11.09점 3점슛 2개의 기록으로 당당히 우승의 일원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모비스에서 한 시즌을 더 치른 김효범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바로 FA 계약 자격을 얻은 것이다. 당시 잔류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서울 SK로의 이적을 선택한다. 당시 모비스의 스타일이 선수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팀과 조직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김효범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모비스가 나의 잠재력을 가둬 놓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5억 3천만 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리고 SK로 이적 후 김효범은 2010~11시즌 15.19점 3점슛 2개의 기록을 세운다. 자신에게 있어서 최정상의 기록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당시 SK가 7위(20승 34패)에 그치면서 그의 활약은 빛을 발하게 된다. 김효범은 2012~13시즌 도중 당시 최하위였던 KCC의 1순위 지명 용병 코트니 심스를 받아오는 반대 급부로 KCC로 이적하기에 이른다. 흔히 말하는 '끼워 팔기'를 당한 것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KCC 이적 직후 치른 30경기에서 평균 13.83점 3점슛 2.1개로 다시금 부활을 알리는 듯했던 김효범. 그러니 김효범은 이후 세 시즌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출전 시간도 20분 내외였고,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득점이나 3점슛에서도 좀처럼 진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에 대해 "이제는 끝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결국 올 시즌 도중 김효범은 다시 친정팀인 모비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 모비스에서 많은 기회를 줬던 송창용과의 트레이드였다.

이적 후 1월 7일 서울 삼성전(71-78 패)이후 이날 경기 전까지 김효범은 총 11경기에 참여했다. 평균 25분 28초를 뛰면서 6.6점에 14개의 3점슛을 성공했다. 폭발력은 떨어졌지만, 분명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이적 후 네 번이나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할 만큼, 팀에 공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무시 못할 부분이다.

 김효범(가운데)이 흥분한 에릭 와이즈를 다독이고 있다.

김효범(가운데)이 흥분한 에릭 와이즈를 다독이고 있다. ⓒ 서민석


공격력에 가려진 숨은 가치

그러나 김효범을 절대로 '슛만 던지는 선수'라고 인식해서는 안 된다. 그는 탄탄한 체구에서 나오는 강한 수비력을 지니고 있다.

과거 유재학 감독은 모비스에서 전성기를 보낼 당시 김효범의 수비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했다.

"대한민국에서 2번 포지션에서 효범이만큼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있습니까?"

물론, 그때와 지금을 똑같이 비교할 순 없다. SK와 KCC를 거치면서 나이가 들었고, 팀 컬러 적응 문제 등으로 전성기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유재학 감독이 김효범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평가다.

김효범 입장에서는 선수생활을 서서히 마감해야 할 시점에서 다시금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최근 인터뷰에서도 "남이 꺼려하는 일을 하고 싶다. (전)준범이는 이 팀을 대표하는 슈터다. 준범이가 많은 슛을 시도하게 하고 싶다"는 말도 달라진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듯하다.

 메이스의 5반칙 퇴장 이후 항의하는 주장 조성민(가운데)

메이스의 5반칙 퇴장 이후 항의하는 주장 조성민(가운데) ⓒ 서민석


공격보다는 팀 공헌도에서 빛난 김효범 

이날 김효범 임무는 '조성민 수비'였다. 물론 공격에서도 전준범과 함께 외곽을 책임져야 했다. 김효범은 1쿼터 시작과 동시에 스크린을 받고 돌아나가는 조성민을 쫓아가다가 넘어졌다. 이후에도 김효범은 전반 5분 8초를 뛰면서 파울 두 개만 범했다. 김효범 입장에서는 후반부에 무언가 반전이 필요했다. 팀도 마찬가지였다.

3쿼터 들어 김효범은 전준범 대신 먼저 양동근-와이즈-밀러-이종현과 함께 코트를 밟았다. 그리고 김효범은 3쿼터 시작 2분 59초만에 우측 45도 지점에서 이날 첫 3점슛을 쏘았다. 이 득점으로 스코어는 49-38. 이날 경기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 수 득점차가 발생했다. 이후 속공에 이은 마무리 득점으로 연속 5득점에 성공했다. 모비스가 확실히 3쿼터 초반 달아나는 장면이었다.

이후 수비에서도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LG의 공격 실패 이후 백코트하는 과정에서 조성민-메이스와의 충돌로 코트에 쓰러진 것이다. 잘못하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다.

결국 3쿼터 초반 김효범이 올린 5득점은 전반 내내 LG에 고전하던 분위기를 단숨에 되돌리는 원동력이 됐다. 이날 김효범은 22분 23초를 뛰면서 7점(3점슛 1개)을 기록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자신의 매치업 상대인 조성민을 7점(3점슛 1개)로 잘 막았다.

물론 김효범 이외에 다른 선수들도 간간히 조성민 수비에 임했지만 핵심은 김효범이었다. 모비스가 4쿼터 들어 20점 차 내외로 앞서도 빠지지 않던 김효범은 4쿼터 종료 2분 45초를 남기고 LG 조성민이 빠지자 벤치로 들어갔다. 조성민 수비에 있어서 김효범에 대한 유재학 감독의 믿음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날 김효범은 가장 빛나거나 도드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팀 공헌도만큼은 그 어느 선수 못지않았다. 친정으로 돌아온 김효범의 가치를 결코 눈에 보이는 숫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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