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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제자들을 데리고 노나라 환공(桓公)의 종묘를 찾았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이상한 모양의 그릇을 발견한 공자가 관리인에게 물으니, '의(欹)'라고 하는 제사상 오른쪽에 놓는 그릇이라고 알려준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물이 없거나(虛則欹), 가득 차면 엎어지고(滿則覆), 중간쯤 차야 바르게 서는(中則正) 그릇 '의'처럼 교만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용'의 가치를 가르친다. <순자(荀子)> '유좌(宥坐)'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비거나 차면 기울고, 중간쯤 차면 바르게 서는 그릇이 중용의 도를 말하고 있다.
▲ 그릇 ‘의(?)’ 비거나 차면 기울고, 중간쯤 차면 바르게 서는 그릇이 중용의 도를 말하고 있다.
ⓒ 百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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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를 바탕으로, 유좌(宥坐)를 좌우(座右)로 바꿔, 자신의 자리 오른쪽에 글을 새겨놓고 늘 경계하고, 가르침으로 삼는다는 뜻의 '좌우명(座右銘)'이란 말이 생겨난다. 남북조 시기 동한(東漢)의 최원(崔瑗)이 지은 100자, 20구의 시가 <소명문선(昭明文選)>에 수록되어 있는데, 최원은 이 시를 자신의 '좌우명'이라 처음 명명했다.

오른쪽을 나타내는 영어 'right'가 옳다는 의미가 있는 것처럼, 중국어의 오른쪽을 뜻하는 우(右) 또한 '지위가 귀하고 높다'는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면, 우척(右戚)은 황제와 왕손 귀족을, 우성(右姓)은 권문세가를, 우객(右客)은 귀한 손님을 나타낸다.

오른 우(右, yòu)는 오른손의 상형인 우(又)와 신을 부르는 축문을 나타내는 입 구(口)가 결합된 형태의 회의자로, 손과 입으로 '돕다'가 본뜻이다. '오른쪽'이란 의미로 주로 쓰이자 '돕다'는 의미를 보존하기 위해 '우(佑)'가 새로 만들어졌다.

오른 우(右)는 오른손의 상형 우(又)와 구(口)가 결합된 형태의 회의자로, 손과 입으로 ‘돕다’가 본뜻이다.
▲ 右 오른 우(右)는 오른손의 상형 우(又)와 구(口)가 결합된 형태의 회의자로, 손과 입으로 ‘돕다’가 본뜻이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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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급선회하는 중국이라는 열차는 지금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경계를 달리는 중이다. 정치적 상부구조는 좌파적 사회주의를, 경제적 하부 토대는 우파적 신자유주의를 표방한다. '의(欹)'라는 그릇처럼 가득 차도 안 되고, 비어도 안 되는 '중용'을 찾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어학적으로, 전통 질서에서 오른쪽은 늘 높은 지위를 차지해 왔지만, 신중국 건립 이후 사회주의 중국에서 우파는 늘 타도의 대상이었으며, 주도권을 빼앗긴 채 정치적 약세를 면치 못해 왔다. 최근에는 중국에 유입된 신자유주의의 폐단에 대해 신좌파가 '21세기 문화대혁명'을 외치며 시진핑주석에게 좀 더 강력한 정부 주도의 통제를 주문하는 형국이다. 수세에 몰린 '오른쪽'의 내리막길이 계속될 전망이다.

깍지나 팔짱을 꼈을 때, 오른쪽 엄지나 팔뚝이 위로 올라오면 좌뇌, 왼쪽 엄지나 팔뚝이 위로 올라오면 우뇌가 발달한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 몸과 뇌가 서로 좌우가 엇갈려 연결되어 있듯, 좌우의 상징적 의미는 서로 다를지라도, 그 기능은 상호보완적일 수밖에 없다. 우파의 내리막이 좌파에게 오르막을 보장하지도 않을 것이다.

매일 앉는 자리 오른쪽에는 어떤 말을 놓으면 좋을까. 혹시 특별한 것이 없다면 좌우명이란 말을 처음 만든 최원의 좌우명 일부를 빌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말은 높고 강한 '오른쪽'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부드럽고 연약한 것이 생명의 모습이니, 노자처럼 굳세고 강함을 경계하라(柔弱生之, 老氏誡剛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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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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