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가족>의 한장면

<그래, 가족>의 한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유) 스튜디오


성호(정만식 분)와 수경(이요원 분), 주미(이솜 분)는 서로가 못마땅한 남매 사이다. 어느 날 이들은 갑작스레 돌아가신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열한 살 막내동생 낙(정준원)의 존재를 알게 되고, 졸지에 어린 동생을 떠맡아야 할 처지가 된다. 뉴욕 특파원 자리를 노리는 기자 수경과 쌍둥이 딸을 키우느라 허덕이는 성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만년 백수 주미까지. 서로에게 낙을 떠넘기려던 세 남매는 낙과 시간을 보내면서 아버지에 대한 비밀들을 하나하나 알게 되고, 이 와중에 서로에 대한 해묵은 감정을 마주하며 잊었던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영화 <그래, 가족>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적인 작품이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실 속 가족 구조를 날카롭게 조명하면서도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으로 그린다. 그 중심에 있는 건 아버지의 마지막 유산이자 '먹여 살려야 할' 짐인 불청객 낙이다. 영화는 시골에서 올라온 '꼬맹이'를 통해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하고, 이를 네 남매의 연결고리로 삼아 서사를 이끌어 간다. 그렇게 원망과 상처로 점철된 남매의 과거는 어느새 추억 가득한 가족애로 변모한다.

 <그래, 가족>의 한장면

<그래, 가족>의 한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유) 스튜디오


아버지의 빚으로 인해 균열이 생긴 남매 관계를 설명하는 영화 초반부는 의미심장하다. 극 중 유능한 커리어우먼 수경은 빚더미를 홀로 감당해 낸 집안의 '기둥'으로, 부상으로 유도선수의 꿈을 포기한 성호와 경제력이라곤 전무한 주미는 '골칫거리'로 대변된다. 피해자와 가해자 구도이기도 한 이들 사이는 '남'이 아닌 가족이어서 더욱 지리멸렬하다. 변변찮은 돈벌이로 수경과 성호에게 손을 벌리기 일쑤인 주미 또한 그 중간에서 골칫거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이들의 관계는 유산 상속 따위의 문제로 왕래를 끊는 우리 주변의 여느 형제 사이과도 다르지 않다.

이런 남매의 갈등을 극대화하고 또 해소시키는 낙의 역할은 여러모로 영화에서 가장 큰 줄기로써 유효하다. 특히 시골 노부모 밑에서 자란 탓에 다분히 애늙은이 같은 낙이 서울 생활에 나서는 에피소드는 곳곳에서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가 사람들의 사주 팔자를 봐주고, 성호의 두 딸에게 작은아버지라고 불리는 등의 장면들은 영화 특유의 웃음 포인트다. 자신을 성가시게 여기는 수경의 태도에도 굴하지 않고 '누부'('누나'의 경상도 사투리)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한편 집안 청소에 빨래, 요리까지 못하는 게 없는 낙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이방인이다.

 <그래, 가족>의 한장면

<그래, 가족>의 한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유) 스튜디오


이같은 캐릭터의 매력과는 별개로, 낙을 중심으로 드러나는 가족 간의 복합적 감정이 깊이 다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세 남매에게 분산되다 보니 인물 개개인의 감정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툭툭 끊기고, 그들의 상처와 이를 치유하는 과정 또한 충분한 설득력 없이 작위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후반부 갑작스레 등장하는 적에 맞서 이루어지는 남매의 연합전선은 클라이맥스를 위한 장치란 걸 감안해도 억지스러울 정도다. 멋지지도, 통쾌하지도, 웃기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은 영화 말미 카체이싱과 액션 장면은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한 장르적 장치로만 여겨진다.

이러한 <그래, 가족>의 패착은 일일연속극 단골 소재인 '가족과 출생의 비밀'을 스크린에 옮기는 와중에 불거진 태생적인 것이기도 하다. '막장'과 감동을 버무린 가족 대서사시를 완성하기에 아무래도 100분 정도의 시간은 부족하니까 말이다. 오는 15일 개봉.

그래가족 이요원 정준원 이솜 정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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