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 개설에 연루된 전 삼성라이온즈 야구선수 안지만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1형사단독 황순현 부장판사는 9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지만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120시간 사회봉사 활동을 부여하는 선고를 내렸다. 안지만은 지난해 2월 친구 등이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개설하는 데 1억6천500만원을 댄 혐의로 기소됐으며,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안지만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안지만에게 내려진 형량이 결코 무겁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자체만으로 일단 법적으로 '유죄'가 확정되었음을 의미한다. 비슷한 법원 판례를 돌아봐도 그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과 관련해 뒤에서 돈을 댄 사람도 공범으로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재판부는 안지만이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과 공모해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하고 공모관계가 있었던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나마 사이트 운영에 직접 참여했다는 증거는 없었고,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으로서 그동안 이 사건으로 많은 불이익을 받은 점을 참작하여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지만은 지난해 7월 이 사건이 알려진 뒤 구단에게 계약 해지를 당했고 KBO로부터 선수자격으로 모든 참가활동이 정지당하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로서 안지만은 공식적으로 야구계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안지만의 몰락은 많은 야구팬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준 사건으로 남게 됐다.

안지만은 만약 순탄하게 선수생활을 이어갔더라면 충분히 한국야구의 레전드로 남을 수 있었던 인물이다. 2002년 2차 신인드래프트 5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안지만은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오로지 사자군단의 푸른 유니폼만 입고 활약하며 국내 최고의 불펜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안지만의 KBO리그 통산 성적은 593경기에 나와 844이닝간 60승 35패 15세이브 177홀드 평균자책점은 3.59다. 중간계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홀드 기록은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KBO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삼성은 안지만이 입단한 이후에만 정규리그 우승 7회, 한국시리즈 우승 6회를 추가하며 KBO 최고 명문팀으로 자리잡았다. 이중 안지만이 우승주역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한 것은 5개다. 특히 삼성의 최전성기였던 2010년대에 안지만은 5년간(2011~2015) 평균 26.2개의 홀드를 기록하며 부동의 셋업맨으로서 '삼성 왕조'의 장기집권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2015년에는 단일 시즌 최다인 37개의 홀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도 빛났다. 안지만은 2010 광저우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하여 2년연속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쁨을 누렸다. 필승계투로서의 경쟁력과 팀공헌도를 인정받아 2014년에는 FA 자격을 얻어 당시 불펜투수 최고액인 4년 총액 65억의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불펜야구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는 KBO의 트렌드를 감안할 때 안지만은 누구보다 시대를 잘 만난 선수였다. 마운드 위에서의 자신감과 배짱. 힙합 모자로 대표되는 고유의 캐릭터성은 안지만이 불펜투수임에도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금와서 돌아보면 안지만은 아무리 좋은 재능과 시대를 타고난 선수라 할지라도, 올바른 인성과 자기관리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언제든 한 순간에 '훅' 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씁쓸한 반면교사로 남고 말았다.

2015년 10월, 삼성이 한창 한국시리즈를 준비 중이던 상황에서 윤성환, 임창용이 함께 포함된 해외원정도박 스캔들이 터지면서 안지만의 순탄하던 야구인생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삼성은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게 무기력하게 무릎을 끓었다. 이듬해는 9위로 추락하며 창단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안지만은 2016시즌 그라운드에 복귀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했다. 지난 해는 31경기에 등판해 2승 5패 5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5.79에 그쳤다. 원정도박 의혹은 검찰에서 참고인 중지 처분을 받았지만 사건이 말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은데다 구단과 KBO의 소극적인 대처로 안지만의 경기출전에 대한 여론은 계속 악화되어가고 있었다. 여기에 원정도박 사건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진 불법도박 사이트 개설 연루 혐의는, 안지만에게 남은 마지막 도덕성과 동정론에 대한 기대마저 송두리째 앗아가버렸다.

안지만은 재판에서도 야구계 복귀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지만 사실상 뒤늦은 후회였다. 현실적으로 안지만이 야구계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KBO는 지난 1월 이사회를 열고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관련된 3호 '경기 외적인 일탈 행위'에 대하여 음주운전, 도박, 도핑을 추가했다. 도박이 추가로 포함된 것은 안지만의 사례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징계 강화를 위하여 제152조(유해행위의 신고)에 제5항을 신설했다. 총재가 부정행위 및 품위손상 행위를 인지한 경우 또는 신고·확인 과정에서 해당직무의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제재가 결정될 때까지 즉시 참가활동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사건이 터질 때마다 늑장 대처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에 시달려왔던 KBO가 일부 선수들의 도덕적 일탈과 부정행위에 대하여 확고한 처벌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사실상 KBO의 규정 강화를 초래한 결정적 당사자인데다, 사건 이후에도 잇달아 부적절한 처신으로 팬들마저도 완전히 등을 돌린 안지만이 선처를 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안지만은 잘못된 처신으로 공들여 쌓아온 야구인생을 한순간에 망친 선수로 남게됐다. 다 큰 성인이자 베테랑으로서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한 일도 아니고 본인의 선택이었기에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때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스타급 선수들이 자기관리에 실패하며 불명예스럽게 몰락하는 모습은 유명세와 인기에 도취된 오늘날의 야구인들이 모두 경각심을 느껴야할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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