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건드리기만 해도 해사한 웃음이 와르르 쏟아진다. 이렇게 많은 웃음을 연기하면서는 어떻게 참은 걸까? 배우 김현수는 막 18살 생애 가장 긴 촬영을 끝마쳤다. JTBC <솔로몬의 위증> 속 '차갑고 이성적인' 교내재판 검사 고서연 역으로. 하지만 스스로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인 성격"이라고 진단한단다.

<솔로몬의 위증>은 그의 첫 드라마 주연작이었다. '힘들지 않았는지'를 묻는 말에는 "아쉬운 점도 많고 설레고 책임감도 많이 느꼈고, 그래서 더 즐겁기도 했고 행복하게 촬영했다"는 대답이 나왔다. 하나만 느끼기에도 벅찬 형용사 다발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또 '흐흐' 웃는다.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도가니>로 데뷔한 이후 그는 어느새 6년 차 배우가 됐다. 그와 함께 한 배우들의 면면은 그는 전지현과 신세경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고 김혜수, 조재현, 공유, 송중기, 마동석 등의 어마어마한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반면 이번에는 또래 배우들과 함께다. 그는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친구들과 연기를 할 때는 장난도 치고 애드립도 맞춰 보고! 매일 만나다 보니 진짜 '정국고등학교'(<솔로몬의 위증>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학교) 학생이 됐던 것 같아요"라면서 웃는다. 연기해온 날보다 앞으로 해나갈 날이 더 많은 그를 지난 7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만났다. <솔로몬의 위증>이 종영한 지 정확히 10일 만이었다.

똑똑한 역할을 하고 싶었다

걸출한 배우들과 함께한 그지만 그는 데뷔작부터 만만치 않은 역할을 맡았다. 영화 <도가니>에서 언어장애를 가진 학생 연두 역을 맡은 김현수는 일찌감치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 이후 김현수는 최근작 <굿바이싱글>에서는 일찍 애를 낳는 미혼모를, <솔로몬의 위증>에서는 어른들에 맞서 진실을 밝히는 교내재판 검사 역을 맡았다. 이 소녀들은 어른들이 가진 편견과 부조리에 맞서 어떻게든 성장해내고야 만다.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에 맞서는 아이들. JTBC <솔로몬의 위증> 속 정국고등학교 재판 동아리 학생들은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직접 파헤쳐간다. ⓒ 이정민


하지만 그는 부담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래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이내 배시시 웃으며 "이번에는 '똑똑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기로나마 똑똑한 역할을 해볼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사실 그전까지 했던 역할은 억울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으니. 서연이는 전교 1등이다 보니까 아이라도 귀를 기울이는 게 있었고 저는 그게 좋았어요. 그리고 서연이는 어떤 일을 혼자서 하려고 하고 당찬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보통 살아가면서 그런 여성들이 더 많잖아요."

'전교1등' 고서연을 연기한 김현수의 학교생활은 실제로 어떨까? 그는 "모범생인 것도 차이점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웃는다. "음 저는 모범생이 되려고 노력하는...?" (웃음)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6년 전 데뷔작 <도가니> 당시 인터뷰에서 김현수는 "눈물 연기를 할 때 누군가 죽는 상상을 한다"고 답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멀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몰입이 잘 됐다고. ⓒ 이정민


그는 고서연이 "굉장히 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친구들과 있을 때, 재판정에 있을 때마다 성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저도 촬영장이랑 집에 있을 때 다른 사람 같아요. 집에 있을 때는 엄청 느슨해지고, 계속 누워있다가 엄마한테 혼도 나고요."

만일 김현수가 <솔로몬의 위증> 속으로 들어가면 그는 수많은 학생 중에 어떤 역할을 맡을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방청석이나 배심원단에 들어갈 것 같아요. 검사나 판사 하려면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전 감정적인 사람인 것 같아 배심원단을 하면서 판단을 할 것 같아요."

또 그는 고서연이 "연애를 하지 않아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연애를 하는 것도 재밌고 좋겠지만 그런 감정이 없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준영이 있긴 했지만! (배우 서지훈이 연기한 준영은 <솔로몬의 위증> 마지막 회에 서연에 데이트 신청을 한다) 강소라 선배님이 어느 인터뷰에서 <미생>이 러브라인이 없어 좋았다는 말을 했는데 그런 생각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러브라인이 있으면 예뻐 보여야 하고 애교도 부려야 하고 그게 없어서 편했어요."

언젠가는 '김혜자 선생님'처럼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김현수의 데뷔작은 <도가니>(2011). 언어 장애가 있는 소녀 연두로 분한 그는 <솔로몬의 위증>에서처럼 자신의 일을 용기를 갖고 하나씩 돌파해가는 인물을 연기했다. ⓒ 이정민


10점 만점에 6점. JTBC <솔로몬의 위증>에 대한 김현수의 연기점수다. 본인의 연기 욕심이 10점이라면 그 중 <솔로몬의 위증>에서 얼마큼 충족시켰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스스로 지나치게 박한 건 아닐까? 욕심을 많이 내는 편이냐고 물어보니 "연기에 있어서 욕심은 나쁜 게 아니니까, 잘하고자 하는 마음이니까"라는 말이 돌아왔다.

하지만 아직 그에게 연기란 미지의 영역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화 <도가니>를 처음으로 시작한 연기. 연기는 하면 할수록 욕심도 생기고 더 재밌어진다고 배우 김현수는 말했다. 그의 롤모델은 배우 김혜자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챙겨 봤다면서 "김혜자 선생님처럼 되고 싶어요"라고 한다.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소름'도 끼쳤다고.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혜자 선생님처럼 계속 연기하고 싶다"는 배우 김현수. ⓒ 이정민


배우 김혜자처럼 오랜 시간 동안 연기를 하려면 뭐가 필요한지를 묻는 말에 그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말한다.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요. 내가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욕심나고 하고 싶은 걸 해내다 보면." 그렇게 말하고 김현수는 큰 눈을 동그랗게 뜬다. 한 작품 한 작품, 조금씩 전진해나갈 김현수의 미래가 벌써 기대된다.

 JTBC 금토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에서 고서연 역의 배우 김현수가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욕심을 10만큼 부렸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어느 정도 충족한 것 같아요? 라는 질문에는 민망한 웃음과 함께 "6"이라는 숫자를 말한다. ⓒ 이정민



김현수 솔로몬의 위증 도가니 굿바이싱글 별에서온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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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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