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독하게 영화 속의 메시지를 읽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청년의 통통 튀는 감성을 담아 표현하고 소통하겠습니다. [편집자말]
편견이라는 것은 참으로 무섭다. 해외에서 한국 사람들이 원숭이라거나 김치 냄새가 난다는 등의 놀림을 받았다는 이야기들을 접하면서도 지나가는 흑인들을 볼 때 약간의 경계심이 들고는 한다. 피부의 색과 인종 등은 작은 차이일 뿐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풀리지 않으니 문제다. 평소 차별하지 말자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으니 더욱.

환경의 문제가 큰 것도 있다. 어릴 적 가지고 있는 인형들은 하얗고 노랑머리의 날씬한 몸매의 가녀린 인형들이 많았고 재밌는 할리우드 표 영화들의 주인공들은 키 큰 백인들이 주로 차지했다. 나도 백인이 아니고 내 주변 사람들도 백인이 아니건만. 잘 모르는 백인은 멋있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보고 들으면서 백인은 멋졌고 흑인은 무서웠고 피부가 까만 동양인은 범죄자 같았다. 한 마디로 편견 덩어리가 됐다.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 하지만 편견은 참 쉽게 깨지지 않는 것 같다. 아니라고 생각해도 나도 모르게 그렇게 느끼게 되니까. 그래서 그런지 이번 디즈니의 영화 <모아나>는 신선했다. 백인도 아니고, 아름다운 금발도 아닌 여자 주인공이 등장했다. 곱슬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그녀는 섬에 살고 부족의 일원이다. 남자가 아닌 여자에, 백인이 아니고, 섬 부족의 사람이라니. '편견을 제대로 깨부숴주겠다'고 작정하고 나온 것 같았다.

모아나의 상징들

 모아나는 여기에 굴복하지 않는다. 바다와 함께 끝내 마우이를 설득하고 함께 항해를 떠나게 된다. 특별한 힘을 가지지 않은 평범한 소녀. 많은 것들이 그녀에게 포기를 강요하나 모아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반신인 마우이에게 뒤지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끝까지 해낸다.

모아나는 여기에 굴복하지 않는다. 바다와 함께 끝내 마우이를 설득하고 함께 항해를 떠나게 된다. 특별한 힘을 가지지 않은 평범한 소녀. 많은 것들이 그녀에게 포기를 강요하나 모아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반신인 마우이에게 뒤지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끝까지 해낸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야자수와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를 먹으며 풍요롭게 지내는 부족. 이들은 풍족하게 먹을 것을 얻을 수 있는 섬에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이들에게는 금기가 하나 있는데, 바로 암초를 넘어가 바다로 나아가면 안 되는 것이다. 섬에는 먹을 것들도 풍족하므로 부족민들 역시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않고 섬을 나가려 하지 않는다.

호기심 많은 소녀 모아나는 섬을 나가 바다를 항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녀에게 족장으로서 부족민들을 위해 살아가라고 요구한다. 심지어, 섬에서 물고기들이 잡히지 않고 야자수들이 썩어버리는 상황에서도 섬에만 있으라고 한다.

더는 현실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변화를 꿈꾸는 소녀 모아나. 그녀에게 섬은 진취적인 삶을 막는 장애물이기도 하고, 변화를 주저하는 보수적인 태도이기도 하다. 강경한 태도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더욱 진취적으로 움직이고 행동으로 옮긴다. 그녀는 바다의 선택을 받았고 항상 바다가 함께한다.

그렇다면 바다는 무엇일까. 거대하고 넓은 바다는 끝없이 흐른다. 이 흐름은 막히지 않고 계속된다. 그 속에는 수많은 생명이 탄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많은 생명을 품어주는 안락한 곳이기도 하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바다의 흐름은 변화를 꿈꾸는 모아나의 진취적인 모습과 닮아있다. 풍요 속에 갇혀 정체된 삶을 꿈꾸는 이들과 달리 모아나는 바다처럼 흘러가고 한계 없이 나아가기를 꿈꾼다.

그렇게 바다로 향한 모아나는 바람과 바다의 반신 마우이를 만나게 된다.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에 가득 찬 문신. 그는 자신을 자랑하며 뽐내기 바쁘다. 그는 테피티의 심장을 돌려놓겠다는 모아나를 비웃는다. 반신인 자신조차 하지 못한 일을 소녀가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지 않는다. 변화를 주저하던 섬의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자신만이 대단하다고 여기는 모습은 편견이 가득하고 오만하기까지 하다.

모아나는 여기에 굴복하지 않는다. 바다와 함께 끝내 마우이를 설득하고 함께 항해를 떠나게 된다. 특별한 힘을 가지지 않은 평범한 소녀. 많은 것들이 그녀에게 포기를 강요하나 모아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반신인 마우이에게 뒤지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끝까지 해낸다.

마음을 열고 연대한다면

 이들은 혼자서는 테카를 이길 수 없으나 연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음을 열고 연대했을 때 무엇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이들은 혼자서는 테카를 이길 수 없으나 연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음을 열고 연대했을 때 무엇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정말 대단한 주인공이다. 특별한 강철 슈트를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손에서 거미줄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더 없이 강하다. 신비한 갈고리가 없으면 겁쟁이가 되는 마우이와 다르게 엄청나게 용감하다.

하지만, 진취적이고 용감한 그녀라고 해도 혼자서 일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녀에 비해 용암 괴물 테카는 거대하고 강했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연대한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바다와 함께하며 항해를 시작했고 마우이를 만나 항해하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모아나를 무시했던 마우이도 그녀를 인정하고 함께하기 시작한다. 혼자서는 테카를 이겨내지 못했던 그는 모아나와 함께 대항할 수 있게 된다. 거기에 바다까지. 모아나, 마우이, 바다. 이들은 혼자서는 테카를 이길 수 없으나 연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음을 열고 연대했을 때 무엇도 이겨낼 힘을 얻게 되었다.

재밌는 것은 셋의 연대가 해낸 일은 테카를 힘으로 부수고 억누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뜨거운 분노로 가득 찬 테카에게도 마음을 열고 함께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셋이 아닌 넷의 연대가 이루어진다.

서로 달랐기에 몰랐던 이들. 그렇기에 때로는 무서웠던 이들은 마음을 열고 연대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함께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연대는 강력했다. 깊숙이 자리 잡은 편견들을 깰 수 있을 만큼. <모아나>는 차별과 편견을 외치는 미국의 트럼프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면서 아직도 편견을 완벽히 버리지 못한 나와 우리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모아나 연대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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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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