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2016년은 가요계 시장 판도의 중요한 흐름이 엿보인 한해였다.

이른바 '빅3(SM-YG-JYP)'는 엑소-빅뱅-트와이스 등 저마다 보유한 대형 간판스타들을 앞세워 인기몰이에 성공했고 가수 한두 명 정도만 보유한 중소기획사들도 방탄소년단-여자친구 등 신흥 강자들을 배출하면서 저마다의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많은 인기 가수들을 배출했지만 이젠 과거의 영광이 되어버린 몇몇 중견 업체들엔 반대로 뼈아픈 한 해가 되었다. 기존 소속 가수들과의 결별/해산, 반면 신예 발굴에는 아쉬움을 남기면서 세대교체에 실패하면서 업계 후발주자들에게 발목 잡힌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만 방심하면 금방 뒤처질 수 있는 가요계에서 과연 이들은 부활할 수 있을까?

'창업 공신' 비스트, 포미닛을 잃은 큐브

 지난 1월 신곡 '도깨비'로 돌아온 씨엘씨(CLC)

지난 1월 신곡 '도깨비'로 돌아온 씨엘씨(CLC) ⓒ 큐브엔터테인먼트


코스닥 상장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아래 큐브)는 지난해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회사의 창립 공신이던 걸그룹 포미닛은 7년 만에 해산했고 보이그룹 비스트는 계약 만료 후 어라운드 어스를 설립하고 독자 활동에 돌입했다. 이 와중에 회사 내분 등으로 창업주 홍승성 회장이 잠시 큐브를 떠났다 복귀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9월 말)까지의 경영실적은 누적매출 매출 147억 원, 영업손실 14억 원. 또다른 후발 주자 FNC가 같은 기간 누적 매출 600억 원 이상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부진 그 자체였다. 또한, 지난해 12월 말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대주주 iHQ의 보유 지분 매각 추진설이 나도는 등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솔로로 컴백한 현아, 보이그룹 비투비가 고군분투했지만, 시장의 흐름을 바꿀 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포미닛 동생 그룹' CLC, 신예 보이그룹 펜타곤이 2015년과 16년 차례로 등장했지만, 대세가 되어주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큐브 차세대 주자] 씨엘씨(CLC), 펜타곤

아직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곤 하지만 그래도 믿어볼 만한 유망주들은 씨엘씨, 펜타곤이다. 지난 1월 17일 미니 5집 <CRYSTYLE>로 돌아온 씨엘씨는 이름과 멤버 외엔 모두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대적인 개편을 거쳤다.

타이틀곡 '도깨비'가 주요 음원 순위 진입에 실패하는 등 전작과 마찬가지로 두각을 보이지 못했지만, 공중파/케이블 음악 방송 순위 쪽에선 이전 활동 대비 선전을 펼치고 있다.

또한, 해외 팬들의 반응을 직/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유튜브 조회 수에선 3주 만에 350만 회, 2주 전 공개된 퍼포먼스 버전 뮤직비디오는 130만 회를 기록하면서 그간 씨엘씨가 기록한 유튜브 자체 최고 성적은 일찌감치 넘어섰다.

비록 포미닛의 향기가 진하게 드리운 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전까지 불분명했던 팀의 색깔을 어느 정도 재정립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반응도 얻고 있다. 하지만 음악 방송 출연 외엔 이렇다 한 팬들과의 접촉 경로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홍보/노출의 장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펜타곤 메이커>를 거쳐 정식 데뷔한 10인조 보이그룹 펜타곤도 올해 분발이 필요하다. 지난해 10월과 12월에 걸쳐 두 장의 미니 음반을 발표했지만 음악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엔 부족함이 많은 실정. 이례적으로 미니 2집 <Five Senses>의 수록곡 '예쁨'의 뮤직비디오를 지난달 23일 발표하면서 추가 후속곡 활동을 펼치는 등 나름대로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SM과의 경쟁은 그저 옛 이야기, DSP

한국 아이돌 그룹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DSP미디어(구 대성기획, 아래 DSP)이다.   H.O.T vs. 젝스키스, S.E.S vs. 핑클, 동방신기 vs. SS501, 소녀시대 vs. 카라 등 맞상대로서 SM과 경쟁했던 전통의 명가였지만 창업주 이호연 회장의 와병 이후론 예전의 활기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 되었다.

큐브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카라, 레인보우 등 주력 2팀을 차례로 잃었고 후발 그룹 에이프릴은 멤버 이탈 등의 어려움 속에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보이그룹  에이젝스는 개점휴업 상태.

[DSP 차세대 주자] 카드(K.A.R.D), 에이프릴

 4인조 혼성 그룹 카드(K.A.R.D). 데뷔 싱글 '오나나'에선 히든(객원멤버)으로 허영지(카라)가 참여했다

4인조 혼성 그룹 카드(K.A.R.D). 데뷔 싱글 '오나나'에선 히든(객원멤버)으로 허영지(카라)가 참여했다 ⓒ DSP미디어


지난해 12월 DSP가 깜짝 공개한 카드는 최근 보기 드문 혼성 그룹이라는 점에서 의외의 주목을 받았다. 아이돌 판이 확장되었지만, 팬덤 구축 등에서 득이 될 게 전혀 없는 혼성 그룹은 거의 금기시 되는 요즘의 흐름과는 전혀 반대되는 팀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에이프릴 원년 멤버 전소민과 전지우 등 2명의 여성 멤버, BM과 제이셉 등 2명의 남성멤버, 그리고 작품마다 '히든'이라는 형태의 외부 객원 멤버를 기용한다는 기획은 많은 물음표를 붙게 하였다.

지난해 12월 13일 공개한 첫 싱글 '오나나(OhNaNa)는 히든 멤버 허영지(카라)의 참여와 함께 여성 멤버들의 보컬, 남성 멤버들의 랩, 여기에 적절한 힙합+댄스의 안배 등 곡의 구성 자체는 단순하지만 듣는 이의 귀를 살랑 거리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하지만 예상대로(?) 주요 음원 순위 진입에 실패하고 말았다.

심지어 방송 활동은 사실상 없었기에 이 싱글은 그저 숱하게 나오는 음반 중 하나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유튜브에선 해외 음악팬들을 중심으로 의외의 반응이 이어졌다.

불과 2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여타 인기 정상의 아이돌 그룹 못잖은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 수 670만 회, 안무 영상 490만 회(중복으로 업로드되는 배급사 로엔의 조회 수 각각 115만 회, 10만 회는 제외)에 육박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급기야 미국의 대중음악잡지 <빌보드>에선 올해 주목할 만한 케이팝 신인 그룹 중 하나로 카드를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카드는 오는 16일 두 번째 싱글 'Don't Recall'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번엔 카드만의 어떤 마술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나저나 과연 방송 활동은 또 없을 것인지?

에이프릴에 대해선 이미 몇차례 언급한 터라 여기에선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관련 기사: 설현도 안 되고, 섹시도 안 먹히고... 왜 우릴 몰라주나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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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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