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은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재심>은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오퍼스픽쳐스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께,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한 택시기사가 차 안에서 살해당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기사의 사체는 발견 당시 열두 차례 칼에 찔린 상태였고, 유일한 목격자는 동네 다방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소년이었다. 소년은 사고 당시 스쿠터를 타고 현장을 지나던 중 "한 남자가 뛰어가는 것을 봤다"라고 경찰에 증언했다. 3일 뒤 경찰은 그 소년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리곤 "소년이 택시기사와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그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증거를 인멸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영화 <재심>은 바로 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최군은 10년간 감옥살이를 한 뒤 2010년 출소했고, 지난 2016년 11월 17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영화가 다루는 건 딱 그사이의 이야기다. 살인자로 낙인 찍힌 소년이 어른이 되어 사회로 돌아온 뒤 자신의 억울함을 인정받기 위해 사법 당국을 상대로 벌이는 투쟁 말이다. '한탕'을 노리는 변호사 준영(정우 분)이 현우(강하늘 분)의 재심을 맡고, 점점 진심으로 그를 돕게 되는 전개가 영화의 큰 줄기다.

 거대한 시스템 앞에 선 작은 개인. 그의 분투를 응원하게 된다.

거대한 시스템 앞에 선 작은 개인. 그의 분투를 응원하게 된다.ⓒ 오퍼스픽쳐스


극 중 준영은 다분히 세속적인 캐릭터로서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영화의 분위기를 끌어낸다. 영화는 약촌오거리 사건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현우와 경찰의 상반된 증언을 통해 다층적으로 그리는데, 이로 인해 영화 초반부 준영의 혼란은 그대로 관객에게 전해지며 진실의 모호성을 부각한다. 이런 준영이 사건을 파헤치는 와중에 '법적 대리인'에서 진정한 '변호인'으로 변모하는 전개는 의미심장하다.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혈혈단신으로 '마녀사냥'에 맞서는 준영의 투쟁은 퍽 감동적이고, 다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의사 결정에 있어 반성의 여지를 남기기에 이른다.

현재진행형의 사건을 다룬 <재심>은 사회적으로 미묘한 위치를 갖는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도맡은 김태윤 감독은 언론 시사에서 "<재심>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지만 완전한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를)만드는 동안 사건이 유명해져서 영향을 받긴 했다. 하지만 극영화의 사회 고발 역할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라며 "휴머니즘 영화로 생각하고 <재심>을 만들었다. 사회 고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심>은 관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영화이다.

<재심>은 관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영화이다.ⓒ 오퍼스픽쳐스


하지만 이러한 감독의 의도와 무관하게, 영화가 바로 그 휴머니즘 덕분에 사회적이고 현실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영화는 여느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와는 또 다른 결로 '더 나은 세상'을 웅변하기 때문이다. 극 중 경찰과 사법부라는 가해자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본 현우는 특별한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틀렸고 네가 맞았다"는 말을 듣고, 살인 누명을 벗고 싶을 뿐이다. <재심>은 변호사 준영이 바라보는 이러한 현우의 모습을 통해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그렇게 영화는 가장 영화다운 방식으로 관객을, 또한 대중을 옳은 방향으로 이끈다.

"법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이라도 그가 살인범이 아니란 걸 알았으면 한다."

이 영화를 처음 제안한 SBS 이대욱 기자의 바람이다. "최군은 현실을 살아갈 거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김태윤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실제 최군을 처음 만날 때 '진짜 살인범이면 어쩌지'란 생각에 무섭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형 동생 사이가 됐다"며 "(최군은) 결혼도 하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재심전문변호사' 박준영 변호사가 밝혀낸 최군의 억울함은, 이제 스크린 위에 선 현우를 대할 관객의 몫이다. 오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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