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부재 속에 재개봉한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의외의 약진을 보인 한 달이었다. 관객의 추억을 한껏 되살린 시리즈 3편 모두 3만 명 내외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여기에 멀티플렉스 극장의 지원을 받은 <빌리 엘리어트>가 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 재개봉영화 전성시대를 이어갔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도 지난달 박스오피스 5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아예 재개봉 영화만 찾는 팬이 생길 만큼 재개봉 영화가 인기를 누리는 상황이다. 재개봉 영화가 안정된 수익을 가져다주는 한 이 같은 현상은 끊이지 않을 듯하다. 2월엔 어떤 재개봉작이 관객과 만날지 돌아보자.

[하나] <사운드 오브 뮤직>

 뮤지컬 영화의 고전, 볼 때마다 감동이 큰 <사운드 오브 뮤직>이 재개봉한다.

뮤지컬 영화의 고전, 볼 때마다 감동이 큰 <사운드 오브 뮤직>이 재개봉한다. ⓒ (주)팝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라라랜드>가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을 꿈꾸는 요즘, 역대 가장 성공적인 뮤지컬 영화로 꼽히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재개봉한다. 작품·감독·편집·음악 편집·음향 등 5개 부문에서 오스카를 받은 이 영화의 업적을 무려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라라랜드>가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에서 특별히 많은 사랑을 받는 영화 가운데 하나로 이번이 1995년과 2012년에 이은 세 번째 재개봉이다. 에델바이스와 도레미 송을 비롯해 담긴 곡이 하나같이 훌륭하고 당대 최고의 뮤지컬 스타 줄리 앤드루스의 연기 역시 출중하다. 가족드라마인 전반부와 반전 메시지가 드러나는 후반부의 전개도 호소력 짙다는 평이다.

말괄량이 견습수녀 마리아가 엄격한 해군 명문가인 폰 트라프 가문 가정교사로 들어가 일곱 명의 아이들을 돌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아이들을 상대로 노래를 가르치며 교감하는 이야기, 폰 트라프 대령과 마리아의 사랑 이야기, 나치의 폭압을 피해 도망치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줄을 잇는다.

아리랑시네센터(서울), 영화공간 주안(인천) 등 독립극장 위주로 상영이 진행된다. 2일 개봉.

[둘] <아무도 모른다>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의 작품 <아무도 모른다>가 다시 한국에 상륙한다.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의 작품 <아무도 모른다>가 다시 한국에 상륙한다. ⓒ 디스테이션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대표작 <아무도 모른다>가 8일 재개봉한다. 2005년 정식개봉 이후 12년 만의 재개봉으로 당시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팬이 훨씬 늘어난 만큼 첫 개봉을 뛰어넘는 흥행세도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2005년 당시 3만4000여 명의 관객이 들었다.

영화는 1988년 도쿄에서 일어난 '스가모 어린이 방치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아이들 가운데 장남인 아키라 역을 맡은 야기라 유야는 만 14세에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 최연소 기록을 수립했다. 실화의 참혹성을 최대한 자제, 비극을 담담하게 표현했지만 상당한 사회적 파급력을 보였다. 특히 법의 안전망 밖에 있는 미혼모 가정의 실태를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 있어 영화가 다큐멘터리의 진지한 시선과 극영화의 감동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12년이 흘렀으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최고의 영화로 손꼽는 팬도 적지 않다.

[셋] <천국의 아이들>

 <천국의 아이들>과 같은 명작의 재개봉이라니! 메가박스의 안목이 훌륭하다.

<천국의 아이들>과 같은 명작의 재개봉이라니! 메가박스의 안목이 훌륭하다. ⓒ (주)라이크콘텐츠


영화 강국 이란을 대표하는 감독 가운데 하나인 마지드 마지디의 대표작이다. 전 세계적인 흥행 성공으로 속편까지 나온 이 영화를 메가박스가 9일부터 독점 재개봉한다. 2001년 개봉 당시 한국 박스오피스 1위까지 오른 전설적인 흥행신화를 다시금 써내려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실수로 동생의 하나뿐인 구두를 잃어버린 오빠가 자신의 운동화를 동생과 나눠신게 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담담하게 순진무구한 동심을 포착해낸 감독의 노련한 손길이 인상적인 작품으로 적막하지만, 꽉 찬 음악과 화면의 조화도 멋스럽다. 영화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수없이 퍼져나간 많은 명장면도 낳았는데 동생이 오빠의 헌 신발을 신고 부끄러워하던 장면, 매일 둘이 신발을 바꿔 신는 장면, 오빠가 떠내려가는 신발을 쫓아 달려가는 장면, 동생이 오빠에게 펜을 선물 받고 싱긋 웃던 장면 등이 그렇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오늘에 이르게 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은 엔딩신이다. 주인공인 알리와 그의 곁에서 맴도는 금붕어를 통해 슬픈 결말 안에 행복한 결말을 담아낸 감독의 상징이 예술의 정수로 꼽힌다. 수많은 명작 가운데 이 영화의 재개봉을 결정한 메가박스의 안목이 대단히 훌륭하다.

[넷] <제리 맥과이어>

 톰 크루즈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던 시절의 영화, <제리 맥과이어>도 다시 관객을 찾는다.

톰 크루즈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던 시절의 영화, <제리 맥과이어>도 다시 관객을 찾는다. ⓒ (주)피터팬픽쳐스


무려 20년의 시차를 두고 재개봉을 맞는 이 영화는 어느덧 50대 중반이 된 톰 크루즈의 전성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다니던 일류 회사로부터 해고된 스포츠 에이전트가 어려움을 딛고 재기에 성공하며 삶과 사랑을 찾는다는 이야기로, 외부적 조건인 돈과 명예를 넘어 삶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변화하는 세 인물 제리(톰 크루즈 분), 로드(쿠바 구딩 주니어), 도로시(르네 젤위거 분)의 이야기를 가슴 따뜻하게 다뤘다.

<클럽 싱글즈> <올모스트 페이머스> <바닐라 스카이>의 감독 카메론 크로우의 연출작으로 그 자신과 톰 크루즈 모두에게 커다란 성공을 안겼다. "바보야, 가슴이 비었다면 머리는 아무 소용이 없어!", "쇼 미 더 머니" 같은 명대사도 낳았다.

발렌타인 데이로 불리는, 2월 14일 개봉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 천국의 아이들 아무도 모른다 제리 맥과이어 김성호의 씨네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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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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