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은 파리 패션계 셀러브리티 키라(노라 본 발드스타텐 분)의 퍼스널 쇼퍼(Persnal Shopper)다. 그는 매일같이 키라의 옷과 액세서리를 대신 구입해 그의 옷장을 채우는 한편 심장마비로 죽은 쌍둥이 오빠 루이스를 잊지 못한 채 건조하게 살아간다. 영매였던 루이스의 영향으로 초현실적 존재를 느끼는 모린은 언젠가 루이스가 유령이 되어 자신에게 신호를 보낼 거란 생각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모린은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받고, 이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점점 상대방과의 대화에 빠져든다.

영화 <퍼스널 쇼퍼>는 미지를 대하는 개인의 감정을 복합적이고도 미묘하게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모린 앞에 잇따라 놓이는 알 수 없는 현상들에는 어떤 단서도 덧붙여져 있지 않고, 대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빈칸들이 영화의 동력이 되어 특유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그렇게 이 영화는 공포와 스릴러 장르의 외피를 한 채 존재와 비존재, 현실과 환상의 경계 사이에서 커다란 물음표를 던진다.

 <퍼스널 쇼퍼>의 한장면

<퍼스널 쇼퍼>의 한 장면.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가 돋보인다. 첫 단독 주연임에도 어색하지 않다.ⓒ 아이 엠


'퍼스널 쇼퍼'라는 정체성과 맞물려 그려지는 모린의 캐릭터는 영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어딘가에서 또 다른 어딘가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린을 뒤따른다. 그는 하루가 멀다고 출장을 다니는 키라를 대신해 부티크와 빈집을 바삐 오가고, 한편으로는 그저 막연하게 죽은 오빠를 기다린다.

공과 사, 업무와 일상의 영역에서 지극히 기능적으로만 살아가는 모린의 모습들은 특히 의미심장하다. 그는 타인을 빛내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도구'이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부름을 받아야만 비로소 해방될 수 있는 수동적 인물로 그려진다. 이런 모린의 자아에는 주체성이 결핍되어 있고, 그래서 희미하기만 한 모린의 속내는 그에게 '신호'를 보내는 '누군가'와도 다르지 않다. 그가 기다리는 '유령'처럼, 관객에게 있어 모린 또한 미지로 가득한 유령이 되는 셈이다.

영화 중반부, 모린이 알 수 없는 존재와 처음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시퀀스는 압도적이다. 오토바이와 기차, 택시를 타고 이곳저곳을 오가는 그의 동선 속에서 15분여 동안 이어지는 이 장면들에서는 흔한 공포·스릴러 장르 공식과는 차별화된 긴장감이 느껴진다. 모린은 "나는 상대방을 모르지만, 상대방은 나를 안다"는 사실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대화에 빠져들고, 이 희열에 가까운 호기심은 스크린 밖까지도 오롯이 전해진다. 그렇게 영화는 비로소 모린을 가슴 뛰게 하고, 미지를 파고드는 대신 '미스터리'를 통해 자아를 확인하는 개인의 심리에 방점을 찍는다.

 <퍼스널 쇼퍼>의 한장면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캐릭터를 구상할 때부터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염두해뒀다고 밝혔다.ⓒ 아이 엠


이번 작품으로 첫 단독 주연을 맡은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는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수확이다. 검정 톤의 라이딩 재킷과 스키니진, 운동화 차림에 대충 쓸어넘긴 듯한 짧은 머리카락까지. 내내 캐주얼한 스타일과 공허한 감정 연기로 중성적이고 냉소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낸 그는 마치 모린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인다. 온갖 감정을 뭉뚱그린 듯한 그의 눈빛과 표정, 행동 하나하나 또한 영화가 지닌 감성을 완벽함에 가깝게 담아낸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겸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전작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서 만난 크리스틴을 통해 모린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퍼스널 쇼퍼> 속 모린의 여정에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성장이 겹쳐 보이는 이유다. 오는 9일 개봉.

 <퍼스널 쇼퍼>의 한장면

"나는 상대방을 모르지만, 상대방은 나를 안다"가 만들어내는 두려움. 이 영화의 특별함이 여기에 있다.ⓒ 아이 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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