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즈너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연출했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 'Arrival'이 <컨택트>란 이름으로 지난 2일 개봉했다. '슈퍼맨의 연인' 에이미 아담스와 '호크아이' 제레미 레너가 주연을 맡았다. 원작은 1998년도에 출간되어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까지 8개상을 석권한 테드 창의 단편 과학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4700만 달러로, 지난해 11월 11일에 북미에 개봉되어 현재까지 9759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기록 중이며, 전 세계에서 1억 8567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컨택트>는 88회 전미 비평가 위원회 여우주연상과 작품상 수상, 제22회 크리틱스 초이스 각색상, SF/호러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89회 아카데미시상식에 작품상과 감독상 등 8개 부문 후보로 올라있다.
소통의 미학어느 날 12개의 UFO가 지구에 나타난다. 이틀 후 언어학 교수 루이스(에이미 아담스)에게 웨버 대령(포레스트 휘터커)이 찾아와 외계인의 언어를 번역해달라고 요청한다. 웨버 대령은 외계인들이 내는 소리를 들려주지만 루이스는 그들을 직접 대면해야 한다고 말하고, 웨버를 따라 우주선이 있는 몬태나 주로 가게 된다. 이론 물리학자 이안 도널리(제러미 레너)와 함께 외계인 우주선에 탑승한 루이스는 전 세계가 궁금해 하는 외계인의 방문 목적을 알아내기 위해 소통을 시도한다.
영화는 몽환적이면서도 현실적 묘사를 놓치지 않으며, 철학적 메시지까지 담아내고 있다. 외계인들과의 대화를 시각화한 장면은 시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으며, 선형 사고를 갖고 있는 인간을 상기시킨다. 동시에 영화는 루이스의 끊임없는 소통 노력은 인간의 사고전환 혹은 진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릇된 커뮤니케이션이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보여주며 소통의 미학을 펼치기도 한다.
루이스 일행이 UFO에 승선했을 때 90도로 바뀌어버리는 중력의 전환, 안개와 묘한 빛 등은 이 영화가 보이는 몽환적 요소들이다. 여기에 플래시백을 활용해 그 분위기를 가중시키고 이야기의 복선으로 이용하는 게 상당히 인상 깊다. 컷백을 통해 마무리 짓는 영화의 원형구조가 <컨택트>의 메시지와 매치를 이루고 있는 것이 돋보이는데, 거꾸로 읽어도 같은 회문(Palindrome)형태를 가진 루이스의 딸 이름 'Hannah'도 같은 맥락에서 주제를 반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의상과 실루엣 등으로 군데군데 심어놓은 상징적인 표현과 메시지에 감탄하게 된다.
미적 요소들
음향과 음악, 미술 또한 뛰어난데, 긴장감과 기묘함을 잘 표현한 음향은 몰입감을 높이고, 요한 요한슨이 만든 음악은 영화가 추구하는 메시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외계우주선과 외계 문자의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단순하게 디자인된 외계 우주선은 웅장하면서 신비함을 갖추고 있고, 헵타포드(외계인)가 만들어내는 초현실적이고 아름다운 원형의 문자디자인은 흡사 붓으로 하는 서예작품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브래포트 영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상당부분 에이미 아담스의 얼굴에 머물며 경이롭고 그리고 두려운 존재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세밀하게 캡쳐하고있는데, '에이미 아담스'은 인생연기로 온전히 그것을 표현해내며 전미 비편가협회 여우주연상으로 보상받았다.
드니 빌뇌브 감독과 각본가 에릭 헤이저러는 외계문자로 실제 완벽한 100개의 로고문자를 만들었으며 영화에 70개가 등장한다. 감독에 의하면 외계인은 문어, 고래, 코끼리, 거미등 에게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고 한다. 극중 이안이 외계인에 붙인 이름 '애봇'과 '코스텔로'는 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듀오에서 따온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봉준호 감독에게도 제안됐었는데 에릭 헤이저러의 각색이 맘에 들지 않았던 봉준호 감독은 직접 각색 의사를 보였으나, 이미 제작 스케줄이 잡혀 결국 결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