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그대로 이뤄지는 법은 없습니다. 스스로의 의지 부족으로 계획대로 못 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변수들을 모두 예측하고 대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전혀 몰랐던 사람을 새로 알게 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심경 변화를 겪기도 하며, 이전에 내렸던 결정을 후회하는 일도 있으니까요.

이 영화 <매기스 플랜>의 주인공 매기(그레타 거윅)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예술 작품을 상품화할 수 있도록 기업체와 연결시켜 주는 직책에 있는 그녀는 아이를 낳을 계획을 세웁니다. 만나는 남자는 없지만, 대학 동창인 가이(트래비스 핌멜)에게 정자 제공을 부탁하여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맞춰 아이를 가질 계획을 세워 놓습니다.

 영화 <매기스 플랜>의 한 장면. 대학 동창에게 정자를 기증받아 자가 임신을 시도할 예정인 매기(그레타 거윅)는, 직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존(에단 호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영화 <매기스 플랜>의 한 장면. 대학 동창에게 정자를 기증받아 자가 임신을 시도할 예정인 매기(그레타 거윅)는, 직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존(에단 호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오드(AUD)


그런데, 이 계획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 틀어집니다. 우연히 알게 된 유부남 대학 강사 존(에단 호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것이죠. 존 역시, 대학의 종신 교수로서 자기보다 더 잘 나가는 아내 조젯(줄리앤 무어)보다 매기가 자신의 가치를 더 잘 알아 준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결혼하여 귀여운 아이를 낳습니다.

그로부터 3년 후, 매기의 결혼 생활은 한눈에 봐도 고단해 보입니다. 존은 자기 소설 작업에만 매달릴 뿐 매기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으니까요. 존을 챙기고, 전처 소생 자식들을 돌보고, 직장 생활까지 병행하느라 지친 매기는 이제 새로운 계획을 꿈꾸게 됩니다. 존이 전처 조젯과 다시 만나도록 만들어 아이만 빼고 다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려 보내는 것이죠.

설정이나 줄거리는 여느 막장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것이지만, 이 영화는 모든 인물들을 중립적으로 다루는 편입니다. 매기가 유부남을 꼬셔서 결혼했으니 나빴다든지, 존이 매기를 부당하게 대우하고 이기적인 게 잘못이라든지, 조젯이 바깥일에만 신경쓰니 남편이 바람을 피울 수밖에 없었던 거라는 식으로 섣불리 단죄하지 않습니다.

대신 인물들의 성격과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 주려고 노력합니다. 삼각 관계에 놓인 세 명의 주요 인물들은 자신의 성격과 행동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지만, 최소한 상대방에 대해서는 단점을 과장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정확한 평가를 내릴 줄은 아는 사람들입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매기, 존, 조젯이 각각 상대를 평가했던 잣대로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 보고 자기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깨닫게 되면서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서로를 비난하고 자기가 받은 상처를 과장하며 자기 연민에 빠지기보다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관계를 냉정하게 재검토해 볼 것을 권하는 쪽이지요.

 영화 <매기스 플랜>의 한 장면. 존(에단 호크)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지 3년이 된 매기(그레타 거윅)는 여러모로 지쳐 있다. 존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끝낼 방도를 찾기 위해 골몰하던 그녀는 존의 전처 조젯(줄리앤 무어)과 모종의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은 영화의 후반부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영화 <매기스 플랜>의 한 장면. 존(에단 호크)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지 3년이 된 매기(그레타 거윅)는 여러모로 지쳐 있다. 존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끝낼 방도를 찾기 위해 골몰하던 그녀는 존의 전처 조젯(줄리앤 무어)과 모종의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은 영화의 후반부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오드(AUD)


<프랜시스 하>에서 사랑스럽고 엉뚱한 예술가 지망생 프랜시스 역할로 눈길을 끌었던 그레타 거윅은, 또 한 번 자신의 장점을 잘 보여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났습니다. 이 매력적인 팔자 걸음의 소유자는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역시 큰 매기라는 인물을 생생하게 보여 줍니다.

에단 호크와 줄리앤 무어 역시 명성에 모자람이 없는 연기를 보여 줍니다. 특히 까다롭고 똑똑하며 야망이 큰 조젯이라는 캐릭터를 묘사하기 위해 줄리앤 무어가 사용하는 특이한 억양이 인상적입니다. 매기의 절친 부부로 나오는 SNL 출신의 배우 빌 헤이더와 마야 루돌프도 감초 역할을 적절히 잘 해내고 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이유 중 하나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이 영화에서 매기는 남자를 새로 만나 일이 복잡해지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혼자서 임신할 생각을 합니다. 존과 결혼한 이후에는, 자신의 아이가 아버지 없이 자랄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이혼을 요구하지 않고 존과 조젯이 자연스럽게 재결합하는 상황을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실패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모든 일은 틀어지기 마련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바보짓을 할 때가 있고, 참담한 실패를 겪기도 합니다. 원치 않았으나 벌어지고 만 일들을 하나 둘씩 처리해 가면서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 아닐까요? 조금 번거롭다 싶어도 자기 감정에 솔직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전제 조건인데, 실패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애쓰다 보면 그럴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영화에서 매기가 얻는 깨달음은 바로 그런 종류의 것입니다.

 영화 <매기스 플랜>의 포스터. 매기(그레타 거윅)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는, 번거로운 일이 생기더라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선택을 해 나가는 것이 행복한 삶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영화 <매기스 플랜>의 포스터. 매기(그레타 거윅)은 실패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는, 번거로운 일이 생기더라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선택을 해 나가는 것이 행복한 삶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드(AUD)



덧붙이는 글 권오윤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cinekwon.wordpress.com/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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