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잃은 듯 어두운 그녀의 표정은 영화 내내 어떠한 것을 쫒도록 만들었다. 체념한 듯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의 행동 하나 하나의 이유를 추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되는 이유가 맞는지 헷갈리도록 만들었다.

삶의 의미를 잃은 듯 어두운 그녀의 표정은 영화 내내 어떠한 것을 쫒도록 만들었다. 체념한 듯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의 행동 하나 하나의 이유를 추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되는 이유가 맞는지 헷갈리도록 만들었다. ⓒ CJ E&M Pictures


솔직하게 자신의 욕망을 쫓아간 30대 교사의 끝은 파국이었다. 억압하던 것들을 던져버리고 행동했으나 그 끝은 통쾌하지 않았다. 김태용 감독의 <여교사>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치마 속을 몰래 찍는 학생을 상대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해야 했던 선생님. 많은 남자 정교사들과는 다르게 짧은 계약기간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던 여자 선생님. 남학생들의 추파를 견뎌내며 학교생활을 해야 했던 여자 선생님들. 내가 그 동안 보아왔던 많은 여자 선생님들이 겪었던 일들을 다시 보는 듯, <여교사>는 불편한 그런 영화였다.

물음표

효주(김하늘 분)는 비정교직 교사다. 임신할 경우에 사직한다는 종이에 사인을 하고, 정교사가 되기 전에는 결혼을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듣기도 한 그녀는 여느 교사들과 다를 것 없는 수많은 여교사 중에 하나였다.

삶의 의미를 잃은 듯 어두운 그녀 표정은 영화 내내 어떠한 것을 쫒도록 만들었다. 체념한 듯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그 행동 하나 하나의 이유를 추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되는 이유가 맞는지 헷갈리도록 만들었다.

오랜 시간 돌봄 노동을 하도록 만들었던 동거인 상우(이희준 분)와 비정규직 교사로서 받아왔던 부당함이 만들어낸 사회적 분노일까. 아니면, 모든 것을 가진 혜영(유인영 분)에 대한 질투와 매력적인 학생 재하(이원근 분)에 대한 욕망이 이유일까. 사회적 문제들을 드러낸 것과 다르게 사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효주의 모습은 그녀의 무표정과 합쳐져 더욱 애매모호했다.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효주 표정의 의미. 그것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끝없이 생각나도록 만들었다. 영화의 중간, 재하와의 사랑을 탐닉하며 생기를 찾은 그녀의 모습이 오히려 더욱 그녀의 체념한 듯 보였던 표정을 부각시켰다.

결국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사랑이었을까. 질끈 묶은 머리만큼이나, 무표정 속에 숨긴 많은 말들만큼이나 답답했던 그녀의 삶에 빛은 사랑이었을까. 무언가 부족했다. 사랑에 미쳐 파국에 치달았다기에 재하와 마지막 사랑을 나누는 그녀의 표정은 전과는 달랐다. 생기가 없었고 다시금 무표정 속에 무언가를 숨겼다.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도 제대로 된 이유를 밝혀내진 못한 것 같다. 다만, 효주의 행동을 사랑에 대한 욕망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다. 또한 그녀가 단지 사랑을 쫓다가 파국으로 가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파국과 해방 사이

 혹시나 혜영의 그 표정이 아니었을까. 걱정 없이 세상을 살아온 사람이 갖는 그 맑은 표정. 끝없는 무표정 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숨겨야 했던 효주가 갖지 못했던 그것.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그것 말이다.

혹시나 혜영의 그 표정이 아니었을까. 걱정 없이 세상을 살아온 사람이 갖는 그 맑은 표정. 끝없는 무표정 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숨겨야 했던 효주가 갖지 못했던 그것.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그것 말이다. ⓒ CJ E&M Pictures


물론, 영화의 균형추가 사회적인 문제보다 혜영, 재하, 효주의 삼각관계의 사적인 문제에 치중되어 보여 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 내내 궁금증을 자아냈던 그 표정. 재하를 가볍게 말하는 혜영을 처리하고 직접 재하를 마주하고 나서의 그녀의 표정이 말하는 건 단순히 사랑으로 해방된 여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마지막은 어땠는가. 혜영을 처리하고 재하에게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후에, 다시 학교로 돌아와 머리를 질끈 묶는다. 그 후에 조용히 샌드위치를 씹는다. 다시금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더욱 알 수 없었다. 통쾌한 복수극도 복잡한 치정멜로의 느낌도 아니었다. 그녀가 질투를 느꼈던 것은 혜영의 배경이나 재하가 아닌 혹 혜영 자신의 그 표정이 아니었을까. 걱정 없이 세상을 살아온 사람이 갖는 그 맑은 표정. 끝없는 무표정 속에 수많은 이야기를 숨겨야 했던 효주가 갖지 못했던 그것.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그것 말이다. 잠시라도 그것을 가져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무표정으로 다시금 샌드위치를 씹던 그녀의 표정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아른거린다.

김하늘 여교사 유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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