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컨택트>, 이 작품은 언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컨택트>, 이 작품은 언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 UPI 코리아


미국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1884~1939)와 벤자민 리 워프(1897~1941)는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언어는 무의식 속에 투사된 내적 세계를 경험의 세계로 끌어올려 실제적 경험의 토대고,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각각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대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자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나타내는 시제가 존재하는 영어권과 시제가 없는 중국어권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미국인의 시간 개념이 절대 불변하는 선형적인 거라면, 중국인에게 있어 시간은 지극히 주관적으로 존재하는 추상(抽象)인 셈이다.

영화 <컨택트>는 바로 이 '사피어-워프 가설'을 중심에 두고 외계와의 '접촉'을 다룬다.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 각지에 나타난 열두 척의 거대 UFC(미확인 비행물체)와 이들이 지구에 온 목적을 밝히려는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분)의 이야기를 통해서다. 이른바 '셸'이라고 불리는 물체는 아무런 움직임 없이 땅 위에 가만히 떠 있고, 세계 각국은 불안감으로 공황 상태에 빠진다. 이 와중에 루이스는 물리학자 이안(제레미 레너 분)과 팀을 이뤄 셸에 주기적으로 들어가 외계 생물과 마주하고, 그들이 내는 소리와 써 보이는 문자들을 연구하며 의중을 파악하려 애쓴다.

 외계인의 메시지에 가까워지면서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외계인의 메시지에 가까워지면서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 UPI 코리아


18시간마다 주기적으로 외계인들과 마주하는 루이스가 그들의 메시지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전개는 영화를 견인하는 주요 동력이다. 미지의 언어를 사용하는 미지의 생명체와 교감하는 루이스는 신세계를 접한 개인의 긴장과 환희를 스크린 밖까지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전 세계 언어 해독 1인자 루이스조차 좀처럼 알아내기 어려운 외계 언어는 그래서 더욱 절실하게 '이해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지에 대한 안보 불안 속에서 차례차례 소통을 끊고 전투 태세에 나서는 국가들은 이같은 루이스의 염원을 더욱 극적으로 조명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루이스의 회상 장면들은 영화 전반에 걸친 수수께끼이자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로써 중요한 장치다. 루이스와 딸 한나의 꿈결 같은 한 때가 외계어를 습득해 가는 루이스의 서사와 교차되며 확연해져 가는 진실은 영화 말미에 이르러 아릿한 감동이 되어 가슴을 울린다. 여기에 다분히 실험적으로 쓰인 플래시백 또한 영화적으로 신선하고 과감해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루이스가 연구하는 언어가 단지 소통을 넘어 지성과 관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클라이맥스는 <인터스텔라>와 닮았지만 또 다른 방식으로 SF와 드라마를 절묘하게 엮어낸다.

 오는 2월 2일 개봉, 과연 국내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오는 2월 2일 개봉, 과연 국내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 UPI 코리아


영화 속 길쭉한 원반 형태의 '셸'은 웅장하다 못해 신성할 정도로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섬뜩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루이스 일행이 셸 내부에서 마주치는 외계 생물들도 마찬가지다. 짙은 안개 속에서 좀처럼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들에게서는 우주 괴물과 신화 속 동물의 모습이 동시에 엿보인다. 특히 그들이 루이스 앞에 그려내는 문자는 마치 물 속에 번지는 잉크처럼 추상적이서 언어라기보단 차라리 일종의 '마법진'처럼 여겨진다. 여기에 시종일관 무겁게 울리는 외계 생물들의 음성과 셸 내부의 효과음 또한 SF 장르 특유의 신비감을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컨택트>는 소설가 테드 창의 단편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물리학도 출신인 테드 창은 이 소설로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등 과학소설 분야의 유명 상들을 휩쓸며 "가장 위대한 과학 단편소설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 2015년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로 국내 관객과 만난 캐나다 감독 드니 빌뇌브가 이 작품을 모티브로 <컨택트>의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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