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셋의 윤서형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TV 속 가수와 배우를 동경했다. 무대 위에 연기자들을 보면 가슴이 뛰었다. 그래서 대형기획사 오디션도 보았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다.

열아홉 살에는 모 대학교 IT 학부에 입학했지만, 무대를 향한 열망은 식지 않았다. 자퇴 후, 2~3시간을 자면서 연기 연습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여 모 대학교 연극영화과에 다시 등록했지만, 욕심이 났다. 꿈을 키워줄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두 번의 자퇴 후,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영상연기학과에 들어갔다.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집에서 연기자의 길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가족 반대에서 이루고 싶었던 연기자 꿈

 윤서형은 2016년 11월 단편영화 <아르마딜로>로 스크린 데뷔했다.

윤서형은 2016년 11월 단편영화 <아르마딜로>로 스크린 데뷔했다. ⓒ 김광섭


"엄마를 설득할 때 '무대에 있는 사람들 보면 가슴이 뛰어서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 그랬어요. 지금도 공연을 보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하고 싶다. 나도 하고 싶다' TV에 나오는 사람들 볼 때마다 생각했어요."

엄마와 아빠는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뮤지컬 배우를 섭외했다.

"제게 '너는 안 돼' 이 이야기를 듣게 하려고 배우를 모시고 온 거죠. 근데, 그분이 '너, 괜찮다. 주인공 상이야'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분이 뮤지컬 <언틸더데이>를 제작한 극단의 대표님이셨어요."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윤서형에게는 기회였다. 북한 인권 현실을 다룬 뮤지컬 <언틸더데이>로 데뷔를 한다.

"정말 어렸을 때는 아이돌을 하고 싶었는데, 조금 크니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연기도 하는 뮤지컬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어요."

그리고 2016년 1월, 걸그룹 멤버를 뽑는 예능 <프로듀스101>에 출연하여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도 맡았고 단편영화 <아르마딜로>로 스크린 데뷔를 했다. <프로듀스101>에서 함께한 친구들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마음이 조급했지만, 이제는 자신감을 조금씩 찾고 있는 윤서형을 1월 4일 종로구 사간동에서 만났다. 곧 봄 분위기가 나는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라고.

"못할 게 뭐 있어?"

윤서형은 앞머리에 헤어롤을 한 채 카페에 앉아 있었다. 영화 <아르마딜로> 시사회 무대인사 때보다 한결 여유를 되찾은 듯했다.

"그때 보셨겠지만 제가 말을 잘하지 못해요. 예상 질문을 생각하며 답변을 작성해보았는데, 답변지를 놓고 왔네요. (웃음)"

작년 4월 상연한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의 첫 주연작이다.

"그때는 좀 패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못할 게 뭐 있어?' 생각이어서 되게 열심히 했어요."

'단도여, 내 가슴이 칼집이다' 줄리엣의 마지막 대사와 넘버1이 기억에 남는다며 웃음을 보였지만 <프로듀스101> 이후 첫 출연이라 부담이 컸다. <프로듀스101>에서 아이유의 '좋은 날'을 부르며 시도한 3단 고음이 불안정하여 이슈가 되었다.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지만, 노래를 못 부르는 가수로 각인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3단 고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보는 사람마다 '쟤는 그런 애잖아?' 쳐다보는 것 같은 트라우마가 있어서 뮤지컬 하면서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거야' 더 열심히 배우려고 했어요."

 그는 공연 때마다 찾아오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힘이 된다고 했다.
"사진도 찍어주고 기사와 영상도 먼저 찾아서 보내줘요."

그는 공연 때마다 찾아오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힘이 된다고 했다. "사진도 찍어주고 기사와 영상도 먼저 찾아서 보내줘요." ⓒ 김광섭


"연기에 힘을 뺐어요"

단편 영화 <아르마딜로>(감독 정승오)에서는 스포츠 도박에 중독된 고등학생 동생과 갈등을 겪는 공시생 현정 역을 맡았다.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옴니버스 영화 <부메랑 : 미련> 중 한 작품이다. 영화관화재안전 공익광고에 출연한 이력이 있던 그였다.

"바른 느낌을 받았어요. 요새 영화나 시나리오를 보면 자극적인 것들이 많아요. 이 영화 같은 경우에는 잔잔하게 흘러가더라고요. 감독님 특성상 그런 것도 있었지만요. 편안하게 작업했어요. 공익성 때문인지 마음도 편안하고요. '죽일 거야!' 그런 것이 아니니까요.(웃음)"


오디션에 떨어진 적이 많아서 마음을 비우고 있던 차에 찾아온 기회였다.

"오디션에서 특이하게 연기를 안 봤어요. 감독님이 가족 관계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물으셔서 '대학을 두 번 자퇴하고 하고 싶은 것 하고 있어요' 대답하면서 10여 분 동안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머리 잘라도 괜찮지?' 물으셨어요. 3시간 뒤에 연락해주신다고 했는데 안 오더라고요. 다음날 연락이 와서 머리카락을 잘랐죠.(웃음)"

감독이 그에게 원한 것은 잘 꾸민 윤서형이 아닌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윤서형이었다.

"화장을 진짜 못하게 하시더라고요. '여드름 난 것만 어떻게 할 수 없나요?' 하니까 여드름 난 것이 오히려 좋다고 하시고요. 저는 원래 무대에서나 뮤지컬을 할 때 화장을 진하게 하고 옷도 예쁘게 입었는데 자연스러운 상태를 원하신 거예요. 그 점이 조금 부담이 되었어요. 평소에 보던 제 사진이나 방송에서 본 얼굴과 영화 속 얼굴이 너무 다른 거예요. '내가 저렇게 못생기게 나오나?' 할 정도였는데 적응이 되더라고요."

공시생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량진도 찾고 오토바이도 배우고 연기의 힘을 빼는 연습도 했다

"입시 때에는 교수님이 지쳤을 때 눈에 확 들어야 해서 힘을 못 뺐는데 요새는 힘을 빼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이번 연기할 때도 그랬어요. 정말 힘을 다 빼고 말이 안 들릴 정도 어눌하게 이야기도 하고요."

극 중에서 가족과 고기를 구워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신은 대본 없이 평소 생활처럼 이야기했다.

"엄마가 말씀하시는데, 아빠가 영화를 보면서 너무 웃었다고 해요. 영화 속의 제가 집에서의 모습처럼 말과 표정이 똑같았다고요. 자연스럽게 잘했다는 이야기 같아서 좋았어요."

무대에서의 발랄한 모습과 달리 집에서는 애교가 없고 말수가 적어서 부모님이 서운해한 적도 있다.

"연습을 많이 해서 피곤하니까 집에 신경을 못 썼어요. 표정도 없는 아이가 밖에서는 애교도 많고 밝은 느낌이니까 조금 서운해하시는 것 같기는 해요. 입시 준비를 3~4년 하다 보니까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밖에서처럼 애교는 못 부려도 부모님께 잘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남이 봐서는 아닐 수도 있어요.(웃음)"

ⓒ 김광섭


"사랑스러운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노래하는 윤서형으로 알려졌지만, 그가 정말 꿈꾸는 것은 노래와 연기와 춤을 함께할 수 있는 무대다.

"욕심이 많아요. 지금은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정말 내가 하고 싶다. 저것도 진짜 하고 싶다' 욕심이 많아요. 바라는 작품이 한 가지가 아닌 거죠. 한 역할로 잘 되고 싶다가 아니라 '저거도 이것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죠."

한 번의 오디션 기회도 소중하다는 그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배우 지망생 또래 친구들에게도 조언했다.

"편하게 하면 잘 되는데, '해내고 말겠어' 하면 실수를 하더라고요. 100번을 봐야 한번 붙을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감하고 있어요. 밤새워 연습하면 기회가 한 번쯤을 오지 않을까 해요. 그 기회를 잘 잡으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고 또 그렇게 하시면 다 되지 않을까 싶어요."

7년 뒤, 서른 살이 되는 윤서형은 어떤 배우가 되어 있을까?

"윤서형 했을 때, '오, 사랑스러운 배우야!'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사랑스러운 배우?' 했을 때 딱 생각나는 배우요. (웃음)"

그의 이상형은 어떨까?

"저는 나쁜 남자는 정말 정말 좋아하지 않아요. 좋으면 좋은 대로 표현해주는 사람이 좋아요. (웃음)"
 인스타그램 계정(instagram.com/auspicious.light)으로 메시지를 주면 꼭 답신을 주겠다고.
"인스타그램 메시지는 제가 하나하나 다 보니까 그쪽으로 연락해주시면 제가 다 답장을 해드려요! 하트라도요."

인스타그램 계정(instagram.com/auspicious.light)으로 메시지를 주면 꼭 답신을 주겠다고. "인스타그램 메시지는 제가 하나하나 다 보니까 그쪽으로 연락해주시면 제가 다 답장을 해드려요! 하트라도요." ⓒ 김광섭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2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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