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메카드> 시리즈는 완구회사 손오공이 개발한 '메카니멀'이라는 장난감을 기반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시리즈입니다. '트라이포스'라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지구로 건너온, 변신 미니카 '메카니멀'과 친구가 되어 세상을 구하는 어린이들의 활약을 다룬 일종의 SF 액션물이지요.

2015년 2월부터 1년간 KBS에서 52부작으로 방영된 이 시리즈는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 넘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2016년 중반부터 시리즈 2기 <터닝메카드W>가 시작되어 1부 26화까지 방영된 상태입니다. 장난감 제조사에서 초기의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바람에 한 때 정가의 두 배 이상으로 거래되기도 했지요. 시리즈의 진행과 더불어 가짓수가 대폭 늘어난 메카니멀 장난감은, 지금까지 총 90여종(색깔만 다른 것은 제외)이 출시되면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터닝메카드'가 변신 로봇 장난감 시장의 최강자 '또봇' 시리즈를 단숨에 몰아내고 왕좌를 차지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장난감 자체가 워낙 잘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주요 타겟인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아이들이 스스로 가지고 놀기에 좋은 작은 크기와 간단한 구조가 특징입니다. 내구성이 다소 약하다는 한계는 있지만, 또봇의 경우 구조가 복잡해 어른들도 한 번에 변신시키기 어려웠던 것에 비하면 훨씬 더 가지고 놀기 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쉬움이 많다

 <터닝메카드> 47화의 한 장면. 블랙미러의 일원 젤로시아와 그녀에게 포섭된 이소벨은 남성 캐릭터인 나찬, 리안과 맞대결을 펼친다. 이렇듯 1기 시리즈에는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높았다.

<터닝메카드> 47화의 한 장면. 블랙미러의 일원 젤로시아와 그녀에게 포섭된 이소벨은 남성 캐릭터인 나찬, 리안과 맞대결을 펼친다. 이렇듯 1기 시리즈에는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높았다.ⓒ <터닝메카드>공식홈페이지


그러나 이 장난감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완성도가 높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선발 주자인 <또봇> 시리즈가 장편 영화 분량의 전체 이야기를 먼저 만들어 놓고 단순히 일정시간 단위로 끊어서 만든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었다면, <터닝메카드>는 전체 내러티브 흐름이 있으면서도 각 에피소드별로 기승전결이 잘 잡혀 있는 구성을 채택하였습니다. 잘 구축된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을 다채롭고 생생하게 그려낸 것도 장점이었지요. 자의식 강한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등장인물들 간의 아기자기한 인간 관계 설정이 잘 돼 있기 때문에, 남자 어린이들이 주요 타겟인 변신 로봇물이지만 여자 어린이들도 즐겨 보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 <터닝메카드W: 블랙미러의 부활>은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첫 번째 극장판입니다. 이야기의 시점은 현재까지 방영된 TV시리즈의 직후, 그러니까 <터닝메카드W>의 1부 26화가 끝난 때입니다. <터닝메카드>에서 파멸했던 블랙 미러가 다시 부활하여, 메카니멀의 고향 '트라이포스'가 아닌 지구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신형 메카니멀 '디스크캐논'을 탈취한 다음, 기존의 다른 메카니멀들과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입니다.

시리즈 첫 번째 극장판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이 제법 많습니다. 먼저, 화면에 잡히는 인물 샷의 크기가 TV 기준에 맞게 클로즈업 중심이어서 극장의 큰 화면으로 보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될 수 있으면 관람시 극장 맨 뒷줄에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극장 화면에 맞게 인물 샷 크기를 작게 조절하면 배경이 더 많이 드러나므로 그에 걸맞는 배경 디자인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을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그냥 TV 스타일로 제작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부분입니다.

남성 캐릭터들 위주로 전개되는 이야기도 문제입니다. 시리즈 전체의 여주인공격인 이소벨이나 남자 주인공 나찬을 좋아하는 같은 반 친구 공주희 등은, 딱히 하는 일이 없거나 블랙 미러에게 조종당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터닝메카드W> 시리즈에서 새로 등장한 주요 캐릭터 데미안과 카밀라는 극장판에도 등장하는데, 그들의 관계는 남자에게 의존하는 여성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 줄 소지가 있습니다. 특히 남자 캐릭터 4명만 마지막 전투에 나서는 장면은, 여자아이들이 '왜 남자들만 나가냐'는 불평을 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한국 대표 캐릭터의 가능성

 시리즈 2기 격인 <터닝메카드W> 23화의 한 장면. 이 시리즈를 이끌어 가는 대표 캐릭터인 윙라이온과 그리핑크스의 모습이다.

시리즈 2기 격인 <터닝메카드W> 23화의 한 장면. 이 시리즈를 이끌어 가는 대표 캐릭터인 윙라이온과 그리핑크스의 모습이다.ⓒ <터닝메카드>공식홈페이지


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이나 이야기 구성도 독립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보기에는 빈약한 편입니다. 초반에 설정으로 깔아 놓은 사항들도 다 마무리짓지 않고 서둘러 끝내는 느낌이 강합니다. 여러모로 몇달 후에 TV로 방영될 <터닝메카드W>의 2부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대신 영화의 허술한 부분을 채우는 것은 끝없이 나오는 배틀 장면입니다. 시리즈의 특징을 보여 주는 장면이자, 가장 인기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만족할 수 있을 것입니다. TV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스케일의 배틀 대결이 펼쳐지고, 분할 화면 등을 이용한 역동적인 액션 연출이 돋보이며, 인기 캐릭터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이지요.

2기 시리즈 <터닝메카드W> 방영 이후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보다는 공격적인 장난감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극장판 공개 과정에서도 그런 식의 마케팅은 계속되었습니다. 영화 개봉 이전부터 새로운 캐릭터 '디스크캐논' 장난감을 대대적으로 출시하며 홍보에 나선 것이죠. 어차피 이 애니메이션이 완구를 팔기 위해 기획된 것은 사실이지만, 장난감의 대히트가 가능했던 것이 애니메이션의 완성도 때문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당장 일본 TV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처럼 매끄럽게 잘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애니메이션 대국인 일본에 비하면 여러모로 모자라는 수준이니까요. 하지만, 최근 20년간 흥행과 완성도의 측면에서 가장 성공한 국산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하나인 1기 <터닝메카드> 시리즈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래서는 새로운 다른 장난감들과의 경쟁은 물론이고, 기존의 인기도 유지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는 수십년간 사랑 받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많습니다. '명탐정 코난', '도라에몽', '크레용 신짱' 등이 그렇지요. 이런 캐릭터들은 아직도 때만 되면 극장판이 새로 제작되고, 관련 캐릭터 상품 또한 지속적으로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당장 눈앞의 장난감 판매 수익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시리즈의 기획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터닝메카드'가 그간의 장점을 잘 복기하고 되살려 오랜 기간 장수하는 한국의 대표 캐릭터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터닝메카드W: 블랙미러의 부활>의 포스터. 독립된 장편이라고 보기에는 이야기 구성이 허술한 편이어서, 2기 시리즈 <터닝메카드W>의 1부와 2부를 잇는 징검다리 성격이 강하다.

<터닝메카드W: 블랙미러의 부활>의 포스터. 독립된 장편이라고 보기에는 이야기 구성이 허술한 편이어서, 2기 시리즈 <터닝메카드W>의 1부와 2부를 잇는 징검다리 성격이 강하다.ⓒ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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